2020년 발칸 반도 여행(2020. 02. 14 ~ 02. 22)

2020. 11. 15. 18:08시우의 여행기

20. 02. 17. 월. 맑음.
자그레브, 라스토케, 플리트비체국립공원, 트르기르.

오늘은 다섯 시 반에 모닝콜을 해서 여섯 시에 아침밥을 먹고 일곱 시에 자그레브로 출발한다고 했다.
눈을 떠보니 다섯 시여서 놀랐다. 바로 씻고 기도했는데 다섯 시 반에 알람이 울리고 모닝콜이 왔다. 내가 춘식 선생에게 알람이 안 울렸다고 했더니 오늘은 다섯 시 반에 맞춰 놓았다고 했다.
어제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변을 살펴보니 들판 같은 곳에 서 있어서 아무 것도 볼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여섯 시가 다 되어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조금 일찍 밥을 먹고 내려와서 차에다 캐리어를 싣고 보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해돋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되었다. 나는 사진기와 렌즈를 챙겨서 차 밖에 나와 기다렸는데 우리 버스가 출발할 시간인 일곱 시가 다 되어도 해가 제대로 올라오질 않아서 사진 몇 컷을 찍고는 버스에 탔다.



일곱 시에 자그레브로 출발했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조금 막힌다고 했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인데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자그레브의 중심은 반엘라치치광장이라고 했는데 우리도 거기서 시작했다. 반엘라치치광장에서 돌라치시장, 자그레브대성당, 로트르슈차크탑 등이 관광코스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로타르슈차크탑에 오르려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인 우스피차냐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고 했다. 거기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고 들었지만 우리 가이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 탑의 얘기도 없었다. 우린 먼저 자그레브대성당에 갔다.

 

자그레브 대성당은 1093년 처음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1242년 타타르족의 침입 때 방화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이후 재건축되었지만, 1880년 지진으로 인해 성당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88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성당은 전반적으로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높이 솟아 있는 108m의 쌍둥이 첨탑은 후반 네오고딕 양식인데 처음엔 똑같이 만들어졌던 것이 손상되면서 그 높이가 달라졌다고 했다. 내부는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인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단들이 있고, 보물급 유물들도 10개 이상이 이곳에 있다고 한다. 또한 13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벽에 새겨진 상형 문자가 유명하며 성당 앞 광장에는 성모상과 수호성인의 화려한 조각상이 볼거리라고 들었다. 그러나 얘기만큼 그렇게 화려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라 오른 쪽 탑 외부에 비계를 설치해 놓고 있어 감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반엘라치치광장 쪽으로 갔다가 거기서 성 마르크성당으로 갔다. 갈 때는 몰랐지만 이 성당으로 가는 길이 트컬치차거리였던 것 같다. 그 길이 약간 언덕길이고 그 위에 무슨 용을 물리치는 영웅의 조형이 있었다. 그 길로 올라가면 ‘돌의 문’이 나오고 거기를 통과해서 바닥에 작은 돌이 깔린 길을 올라가면 마르크 성당이 나왔다. 마르크 성당은 자그레브 대성당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았다. 다만 성당 지붕에 있는 모자이크가 오늘날 크로아티아국기의 문양과 같다고 한다.
‘돌의 문’ 부근에는 무슨 큰 화재가 났을 적에 타지 않았다는 예수님의 그림이 있다고 했다. 거기에 가서 그 그림을 보고 헌금을 하는 것 같은데 그 그림을 지키는 할머니가 무슨 전설에 나오는 마녀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혼자 웃었다.

 

트컬치차거리로 다시 돌아 나왔는데 그 중간에 한글로 쓴 작은 간판을 내걸은 작은 상점이 있었다. ‘자그레브한국인연락처’인가라고 쓴 글도 보였는데 아침 일찍이라 문을 닫아서 주인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우리는 우리대로 시간표에 의해서 다음 코스로 가야하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거기 반엘라치치광장 뒤쪽에 무료 공용화장실이 있는데 이게 지하에 있어서 우스웠다. 화장실이 있다고 엘비스가 얘기해서 갔더니 건물은 안 보이고 무슨 안내 목비같은 것이 서 있었다. 그래서 속은 줄로 알았더니 지하에서 걸어나오는 사람들이 거기에 화장실이 있다고 알려줘서 일을 보았다.
반엘라치치광장에 다 모여 출발해서 라스토케로 향했다. 라스토케는 무슨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에서 방영된 뒤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곳이라고 한다. 라스토케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아홉 시 10분에 출발하여 열 시 30분에 도착했는데 가서 보니 별루였다.

 


겨울이라 물이 적고 ‘공사 중’이라 다 돌아볼 수도 없었다. 라스토케가 아기자기한 동화마을 같다고 하고, 마을 이름인 라스토케는 '천사의 머릿결'의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겨울이라 그런지 전혀 그런 감흥이 없었다. 솔직히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거기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차에 올라 11시 10분에 출발하여 11시 20분에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송어스테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작은 고등어 정도의 송어가 통 째로 나왔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식당에 온 일본 관광객 20여 명이 거기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가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 엘비스 주는 아침에 출발하면 영화음악을, 그리고 중간에는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정말 해박한 지식이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몇 분도 다 엘비스의 팬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12시 30분에 출발하여 13시 10분에 폴리트비체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인 플리트비체국립호수공원은 공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크로아티아의 인기 명소라고 한다. 카르스트 산악 지대의 울창한 숲 속에 석회암 절벽과 16개의 아름다운 호수, 그리고 크고 작은 폭포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공원은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보존을 위해 내부의 모든 인도교, 쓰레기통, 안내표지판 등을 나무로 만들었으며 애완동물의 출입도 금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예전엔 무척 길게 관람을 했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짧게 보고서 14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티비에서 본 것처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많은 물과 폭포, 웅덩이가 층층이 이어져 있었다. 위로 길게 올라가면서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바람도 차갑고 다들 힘이 들어 빨리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14시 30분에 출발하여 16시에 휴게소에 들렀다가 15분에 출발했다.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트르기르에 가는 중에 서양이 붉게 물들어 오늘도 붉은 노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해가 다 지고 있었다. 17시 20분에 트르기르 팰리스호텔에 도착하여 차에 짐을 놓은 채로 가이드를 따라 트르기르섬으로 갔다.
트로기르는 본토와 치오보 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트로기르 운하의 작은 섬인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했다. 전체 면적이 약 33,800평, 좌우 직선길이가 500m 남짓에 불과한 작은 섬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성 로브로 대성당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성 도미니크 수도원, 15세기에 지어진 카메를렌고 요새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있다고 들었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어두워진 성 안을 그냥 정신없이 한 바퀴 돌다보니 금방 깜깜해져 더 볼 수도 없었다. 여섯 시 반까지 섬을 돌아보고는 나와서 여섯 시 40분에 호텔로 가서 짐을 내리고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는 닭고기와 돼지고기스테이크라고 했지만 말만 스테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9시 50분에 301호에 모여 와인 여러 병을 마시고 열 시 반에 자기 방으로 가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