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0. 10:27ㆍ시우의 여행기
아침을 먹고서 버스를 타고 리장으로 간다고 했다.
나와 김 실장님은 여섯 시 쯤 나와서 택시를 타고 송찬림사 앞으로 갔다. 어제 못 가 본 곳이라 오늘 아침에 나가서 입구에서 사진이라도 찍을까 해서 갔더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표는 일곱 시 반에 팔고 입장은 아홉 시부터라과 했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마음 졸였다.
여기 사람들은 일곱 시가 넘어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간신히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 앞으로 왔는데 기본 요금이 6위안인데 8위안을 달라고 해서 줬다. 그게 할증 요금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2위안을 관습적으로 더 받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보통 6위안이 나오면 8위안을 준다고 했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집에 가서 다시 국수를 시켜서 아침을 먹었다.
나는 여덟 시 반에 출발인 줄 알았는데 김 실장님이 일곱시 45분에 출발하기로 했다고 해서 깜짝 놀라 들어가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나와서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장거리 버스는 짐을 엑스레이 검사로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차우토우를 거쳐 리장으로 갔다.
차우토우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렸고 다시 거기서 리장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차우토우로 나오는 길은 산 중턱을 타고 아래로는 천길 낭떨어지인데 위로는 산위에 구름이 있는 길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길로 걸어서 다녔으니라 생각하니 이 샹그릴라가 가짜라고 해도 신선이 사는 동네 처럼 생각되었을 것 같다. 차우토우로 나오면 강 줄리가 제법 넓어지는데 황토물처럼 탁한 물이었다. 그래도 강 주변 음식점에는 물고기 요리 간판이 많이 있었고 우리나라 처럼 토종닭 요리에 관한 것들도 많이 보였다.
라장에서 점심을 먹고, 식당에 짐을 맡겨 놓은 뒤에 여섯 시까지 자유시간이었다.
여섯 시에 다시 만나서 짐을 챙겨 리장역으로 가서 여덟 시 기차를 타고 쿤밍으로 가는 것인데 내일 아침 다섯 시에 도착해서 바로 공항에 가 상해 푸동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고 했다.
우리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에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각기 가고 싶은 곳을 찾았다.
늘 같이 해온 여섯 명 중에서 기종 씨네 부부가 빠지고 다른 세 분이 합류해서 우린 수허고성으로 갔다. 거기 가서도 고성유지비 80위안을 낸 티켓이 있어야 한다기에 유니스 님에게 부탁해서 돈을 안 내고 들어가는 문 앞에 내려줄 것을 빵차 기사에게 부탁해 달라고 하고 30위안 씩을 내고 수허고성 앞으로 갔다.
운남성의 고성 중에서 수허고성이 가장 고성답다는 말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사실 고성을 다 돌아본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부만 본 것이 전부인데 그건 어느 고성에서나 마찬가지였던 거다. 비가 갑자기 내리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해서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가 없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바닥에 깔린 돌도 그리 미끄럽지 않았고 물건을 파는 상점들도 내 생각에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나는 한 바퀴 돌다가 팔찌를 몇 개 샀다. 여행 다닐 때마다 아무 것도 안 사가지고 갈 거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13일의 긴 여행인데 집사람과 아는 몇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어서다.
나중에 다시 운남에 가면 좀더 여유있는 고성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분들과 같이 돌아다니면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유있게 혼자 돌아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혼자 돌면 되는 일이지만 동행이 있다는 생각에 늘 같이 움직이는 게 현지의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릴 때는 우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산은 가지고 있었지만 계속 폈다 접었다 하는 것도 귀찮았고 빗줄기가 굵을 때는 우산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가 내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가 나오면서 하늘이 파래지니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었다.
공연을 준비해서 막 시작하려할 때에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공연이 취소되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공연을 꼭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한 사람들도 조금은 아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기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다들 모여서 리장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갈 때의 반값이었다.
리장으로 돌아와서 이러저러한 코스를 얘기하다가 나는 혼자서 그냥 리장고성을 다시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는 비가 많이 와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간이 꽤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움직여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다섯 시 반 정도에는 모이는 장소까지 가야하고 또 그 전에 저녁도 해결해야 해서 먼지 가보지 못했던 골목 두어 군데를 돌고는 고성 입구로 나갈 생각을 했다. 저녁은 그냥 볶음밥을 먹었다. 다른 것을 시켜서 먹지 못한 것은 점심에 맥주를 몇 잔 마셨기 때문에 속이 좀 부담스러워서였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는 시간을 계산해서 만나기로한 장소로 가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나 합류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리장역으로 갈 택시나 빵차를 잡지 못해서 헤매다가 간신히 빵차 두 대로 출발했다. 리장역은 리장의 외곽 외진 곳에 있었다. 동네에 비해서 역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웬걸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었다. 간신히 자리를 잡아 앉았는데 서로 눈치를 보느라 난리였다.
한 쪽에 널널하고 자리가 좋은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려고 했더니, 갔던 사람들이 멋적은 얼굴로 나오길래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거기는 쾌속열차를 타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소위 VIP실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를 자처하는 곳에서 비싼 표를 산 사람과 비싸지 않은 표를 산 사람을 구분하다니,,,,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우리는 여덟 시에 기차를 타고 쿤밍을 향해 출발했다.
나는 바로 자리에 들어가 잠을 청했고 잠이 들었다.
17, 중국 운남성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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