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9. 20:34ㆍ시우의 여행기
17. 08. 13. 일, 맑다가 가끔 비
오늘은 샹그릴라 2일차로 자유 배낭여행이었다.
여덟 분은 송찬림사로 가기로 하고 네 분은 석하설산을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나는 둘 다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 푸다체 국가공원으로 오던 길로 되돌아 사진을 찍으러 가겠다고 했더니 김 실장님도 나와 같이 가겠다고 해서 우리는 둘이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200위안을 주기로 하고 아침 여덟 시 반에 빵차가 오기로 했다.
김 실장님은 아침을 대충 때운다고 해서 나 혼자 사진기 들고 나가서 한 바퀴 돌았는데 이 동네는 아침 일곱 시가 넘어야 식당이 문을 여는 것 같아서 그냥 혼자 돌아다니다가 일곱 시 쯤에 숙소 앞으로 왔더니 길 건너에 슈퍼도 문을 열었고 그 옆에 작은 식당도 문을 열은 것이 보여 건너 갔다.
그 식당에 들어갔더니 속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빵을 쪄서 팔고 있는데 반죽을 해서 빵을 끊어내는 것이 예술에 가까웠다.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은이가 혼자 하는데 손님은 무척 많아서 내가 들어갔어도 음식은 주문하기가 어려웠다. 벽에 크게 써 놓은 메뉴판을 보니 국수가 대가 12위안, 중이 10위안, 소가 8위안이고 빵은 1.5위안이었다. 나는 처음엔 그게 15위안이고 여러 개를 주는 줄로 알았는데 낱 개로 하나에 1.5위안이라 너무 싸서 놀랐다.
국수 큰 것을 시켜서 먹었는데 지금까지 운남성에 와서 먹어 국수 중에 제일 맛이 좋았다. 나는 처음엔 큰 것을 시킨 것이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다 먹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김 실장님에게 줄 빵 두 개를 사 가지고 숙소로 들어왔다.
여덟 시 반에 다들 자기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고 나도 김 실장님과 함께 둘이 빵차를 타고 길을 떠났다.
사실 어디가 좋은 지는 다들 모르는 일인데 적어도 우리는 입장료나 다른 부대 비용이 없이 빵차 삯으로 100위안만 내면 되는 거였다. 가다보니 작은 습지가 있고 거기 주변에 소와 염소들이 놀고 있어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 유니스 님이 기사에게 설명을 잘 해준 덕인지 기사가 알아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라고 권할 정도였다. 그렇게 가다가 길가에 무슨 '꽃의 바다'라고 하는 민간인이 만든 꽃밭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 기사가 말하기는 입장료가 10위안이라고 했지만 가서 보니 20위안이었다. 여기는 내가 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동행한 것이 아닌 김 실장님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에서였다.
코스모스와 보리밭, 감자꽃, 유채밭 등이 어우러져 있었지만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돈은 내고 들어간 곳이라 이것 저것을 찾아서 사진으로 남기려고 노력했다.
샹그릴라가 사람들만의 낙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동네는 짐승들이 그런대로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싶었다.
우선 야크가 여기저기 보이는데 원래 야크는 4000미터 이상의 고원에서 자라는 짐승이라 여기 동네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크는 추운 지대에 살기 때문에 온 몸이 긴 털로 덮여 있어야 할 것인데 여기 야크들은 털로 본다면 야크 본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가끔은 야크와 소 사이에 숨은 사랑(?)으로 잡종이 태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둘 다 같은 소과여서 그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다.
말과 소들을 방목하는 것은 비단 이 지역 뿐이 아니겠지만 고원지대의 초원에 돌아다니는 말과 소를 보니 다른 지역에서 사는 동료들보다는 좀더 나은 환경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오랜 옛날에 고원지대에서 생육하는 말을 중국이 필요로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낮은 지대에서 생활하던 말들이 고원지대로 올라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산병 증세를 앓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놀란 것은 이 동네는 돼지도 방목한다는 거였다.
돼지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것도 신기했지만 도로 한 가운데를 제 집처럼 마음 놓고 건너는 것은 내겐 생소한 느낌이었다. 돼지가 길을 건너면 차들이 멈춰 섰다가 다시 가는 것을 보니 샹그릴라는 짐승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었다.
더 멀리 가고 싶었지만 아침에 나갈 때에 얘기한 것이 있어서 적당한 거리에서 다시 샹그릴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기사에게 송찬림사로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말이 안 통해서 얘기가 진척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어제 우리가 낮에 점심을 먹었던 시장 근처에 내려달라고 해서 어제 밥을 먹은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장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가 대부분이었지만 전혀 이름을 알 수가 없는 채소도 눈에 띄었다.
말이 통해야 무엇인지 물을 것이고 또 말이 통해야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인데 서로가 전혀 소통이 안 되니 그저 우리 말로 웃고 떠들고 그들은 그들대로 자기 말로 웃고 떠들 뿐이었다.
우리나라에 볼 수 있는 배추 뿌리 같은 뿌리가(사실 뿌리인지도 알 수가 없지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송이 버섯이라고 하는 것들도 우리나라의 송이 버섯 같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다른 버섯들도 어떻게 먹는 것들인지 알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시장을 한 바퀴 돈 뒤에 김 실장님은 발 맛사지 받는 곳을 찾아갔고 나는 혼자서 다시 고성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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