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0. 07:37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고 하지만 돈에 여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재산이 ‘수천 억’이라는 재벌들도 돈 얘기만 나오면 늘 쪼들린다고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돈에 여유가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돈을 제대로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지도 않는 사람들이 재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공직에 있든, 기업체에 근무를 하던 일정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그 급여를 가지고 생활하기가 다들 빠듯하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겁니다. 특별 상여금을 받거나 부모의 유산, 증여 등이 아니면 재산을 늘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 별로 많지 않은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고도 재산이 줄지 않았다니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조선후기 박지원 님의 소설 "양반전"에 보면,
"하늘이 이 백성을 낼 때, 네 종류의 백성을 만들었다.
이 네 가지 백성 중에 가장 귀한 것이 선비요. 이것을 양반이라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 글만 조금 하면 크게는 문과로 나가게 되고 작아도 진사는 된다.
문과의 홍패라는 것은 크기가 두 자도 못 되지만, 여기에는 100가지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 이것을 돈자루라고 부른다. 진사는 나이 30에 초사를 해도 이름이 나고 딴 모든 벼슬도 할 수가 있다. 궁한 선비가 되어 시골에 살아도 자기 맘대로 할 수가 있으니, 이웃집 소를 가져다가 자기 밭 먼저 갈고, 마을 사람을 불러다가 내 밭 먼저 김매게 한다. 이렇게 해도 어느 누구도 욕하지 못한다. "라고 했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 양반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아닌지 황당합니다.
<"집에 돈 찍는 기계가 있느냐. “
지난 2020년. 여러 개의 개인 통장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 갈 기부금을 받아 물의를 빚은 윤미향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현 무소속)가 피아노를 전공하는 딸의 미국 유학비용과 8억 원대의 재산 증식 과정을 설명한다며 "저축하는 오랜 습관" 운운하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어이없다며 내뱉은 말이다.
윤 의원의 "저축" 발언에 보통 사람들은 다 같이 분노했다. 누가 저축 안 해봤나. 대체 예금이자가 얼마라고.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다들 충분히 납득된다는 투였다.
국민과 권력 사이의 인식 격차가 너무나 큰 셈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당시 몇몇 주요 인사의 재산 현황을 살펴봤다가 정말 놀란 기억이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진 후 당 선대위 균형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의 재산 내역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흙수저'라는 브랜드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다든지, 지자체장 출신이라는 커리어 면에서 두 사람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 돈 안 쓰기 신공'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동네 이장과 남해군수를 거쳐 노무현 정권 출범과 함께 행정자치부 장관에 전격 발탁된 김 의원이 2003년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977만원이었다. 짧은 장관직을 마치고 2003년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2010년 경남도지사에 당선될 때까지 17대 국회의원 선거(2004),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2005), 지방선거(2006)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쓴 돈은 많아도 번 돈은 없었다는 얘기다.
어쨌든 경남도지사 첫해인 2010년 신고 재산(5576만원)은 다음 해 1억1919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들 영국 유학 첫해인 2012년엔 '생활비와 자녀학자금'을 사유로 바로 전해보다 4000여만 원 적게 신고했다. 한 가족 생활비와 그 비싸다는 영국 유학비를 쓰고도 딱 4000만원만 줄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신기한 건 그 이후엔 돈 쓴 흔적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 영국 유학(2011~2017)에다 딸 중국 유학(~2014), 그리고 본인의 독일 연수(2013)까지 세 식구가 비슷한 시기에 외국 생활을 했는데도 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선 때 재산(1억5900만원)을 보면 거의 똑같으니 하는 말이다.
사실 김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발판삼아 국회에 입성한 또 다른 흙수저 친문 김태년 전 원내대표의 2012년 신고재산은 1억6700만원이었다. 부부 외에 세 딸이 있었지만 생활비는 물론 교육비 지출 흔적은 찾기 어려웠고, 오히려 3억5000만원(2014)에서 5억9000만원(2017), 다시 8억2000만원(2020)으로 의원 재직 8년간 대략 매년 1억원씩 늘었다. 해명은 역시 "저축이 좀 늘어난 것"이었다.
당시 이 숫자를 봤을 땐 해석 불가라 난감했다. 지사든 국회의원이든 여당 정치인과 그 가족들이 모두 이슬만 먹고 살지는 않을 텐데 돈 쓴 흔적 없이 어떻게 모두 '윤미향식 저축'으로 재산을 불렸을까, 미스터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보고 그때 풀리지 않은 난제가 비로소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앞서 지난해 초 민주당 의원인 황희 문체부 장관 취임 때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다. 연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 비싼 외국인학교에 딸을 보내면서 정작 3인 가족 생활비로는 연 720만원, 그러니까 고작 월 60만원만 썼다고 신고한 게 드러나자 황 장관은 "명절 때 고기 선물을 많이 받아 식비가 별로 들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사실이어도 문제, 거짓이어도 문제인 답변 아닌가. 사실이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고기를 받고 얼마나 큰 냉동고가 있기에 1년 내내 식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인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거짓이라면 적지 않은 생활비의 출처가 문제가 된다.
이제 와 보니 이 정부 유력 정치인들 상당수가 내 돈 안 쓰고 남의 돈, 혹은 세금을 내 쌈짓돈 쓰듯 하면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사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김지은(전 수행비서)씨의 책 『김지은입니다』에 이미 잘 드러나 있다. 김혜경씨가 법인카드로 제사음식 준비하고 친척 추석 선물을 보냈다면, 책 속 안 전 지사 가족은 그 비용을 수행비서에 떠넘겼다는 게 달랐을 뿐이다.
대리처방 받아와라, 빵 사와라 같은 사적인 가족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제왕적 갑질만큼 공사 구분 못하는 돈 쓰기 습관은 문제다. 국민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자기들은 그게 왜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위에 열거한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가면 급여도 더 많이 받지만 그만큼 쓸 일도 많아지는 것은 일반 상식입니다. 그래서 다들 비자금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예전 국회의원들이나 관료들은 대부분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는데 근래에 와서는 정말 그들 말대로 ‘흙수저’ 출신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흙수저 출신이 자수성가하고 사업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정말 남들이 부러워할 일이고 우리 사회가 격려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관직에 올라서 재산을 늘렸다고 하면, 과연 그게 저축의 힘인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요즘 은행에 예금 들어서 재산을 늘렸다는 사람은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적폐’가 별 거 아닙니다.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입니다. 집에서 쓰레기 폐기물을 일주일만 치우지 않으면 집안에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됩니다. 한 달 동안 그대로 두면 식구들이 생활하기도 어렵게 될 것입니다. 벌써 5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계속 놓아두면 숨 쉴 공간도 없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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