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2. 07:43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소신”은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 바’를 뜻하는 말입니다.
내가 굳게 믿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지킨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강직하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특정 상황에 있어서 자기의 소신을 지킨다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면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소신’이 아니라 ‘아집’입니다.
“아집”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나 좁은 소견에 사로잡힌 고집’을 의미하는데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소신과 아집을 전혀 다른 뜻이지만 사람들은 이 둘을 혼동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언행을 소신에 따라 행한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아집일 때가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일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닮은 듯 다르다.
모두 ‘소신’의 대통령이다. 자기 신뢰가 강하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점에서 닮았다. 사과에 인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점은 ‘열정’이 노 대통령을 상징한다면, 문 대통령의 이미지는 ‘절제’다. 노 대통령 장례식 때 국민장의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으로서 상주 역할을 했던 문 대통령이 보인 극도의 절제는 국민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그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슬픔과 분노를 정치화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지지자들의 분노와 거친 행동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히려 이 대통령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런 절제는 분노보다 더 강한 울림을 던졌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언제부턴가 대통령의 언어가 거칠어졌다. 표정도 많이 어두워졌다.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앞에 대통령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단함 탓이겠으나 한편으론 뭔가에 쫓기는 듯 다급함이 느껴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과 관련한 대통령의 분노가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대통령의 언어는 공격적이다. 대통령 되기 전 보여줬던 절제의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 국민 가슴 속 ‘문재인’과는 많이 다르다. 전직 대통령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임기 말 지지율 40%대를 믿고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이라면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대통령의 언어는 그 자체로 정치(적)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깝다.
대선에서 후보 간 거친 말싸움은 일종의 선거 전략이다.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긴 하나 “(적폐 수사) 해야죠, 돼야죠”라는 발언은 듣기 불편하다. ‘보복’으로 느낀다는 주장도 이해된다. 뒤늦게 보복은 없다고 해명을 했으나 대통령으로선 자기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임기 중 그 직을 버리고 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적폐 수사’를 언급하니 배신감이 들 수 있다. 대통령은 ‘분노’를 표시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분노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나 이를 표출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더욱이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대선 후보는 정당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다. 대통령의 언행에 절제와 품격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통령의 언어가 초래할 파장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야당 후보와 각을 세워가며 정면 대응한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려스럽다.
당장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라는 반격과 함께 선거 개입 논란이 야기됐다. 삼척동자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분노’가 가감 없이 노출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또한 보복하고 분노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한가롭지도 않다. 대통령의 언어가 장삼이사의 언어와 같을 수 없듯이, 대선 후보와의 그것과도 다르고, 달라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때론 억울하고, 때론 외롭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은 분열과 갈등의 시간이었다. 적폐 청산 과정에서 원칙과 상식이 훼손됐고, ‘내로남불’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단적인 예다. 각자 진실의 영역 대신 믿음의 영역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우를 범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을 닮아간다는 말 그대로였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었다. 역으로 말하면 향후 5년은 ‘통합’과 ‘화해’, 미래를 논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다. 우리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기 때문 아닌가. 마찬가지로 대통령 역시 신이 아닌 이상 공만 있을 순 없다. 전직 대통령의 공은 공대로 이어받고, 과는 과대로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된다. 소속 정당이 어디든 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경험은 차기 정부의 소중한 자산이다.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국정 최종결정권자로서 판단이 옳았든 잘못됐든 간에 그 판단은 차기 대통령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축적의 자산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대사는 그렇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의 지혜와 국정 경험을 참고하기는커녕 지워버리기에 급급했다.
전직과 전 전직 등 구속된 대통령이 한둘이 아니고, 죽임을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도 있다. 국가적 손실이다. 퇴임 대통령 중에서 불운하지 않았던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이런 정치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도 조만간 전직이 된다.>국민일보. 박현동 편집인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에 빠져서 일을 그르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았거나 책임을 져야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소신과 아집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자만에 빠지면 그들의 말로가 비참할 뿐만 아니라 그가 책임져야할 일들이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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