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구워먹은 자리

2022. 5. 25. 06:1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윤 대통령의 아마추어 외교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그동안 애써 가꿔 온 희망을 위협하기 충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이번 회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임자를 위해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한 자리였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윤 위원장은 전날에도 경기 부천 중앙공원에서 진행한 지방선거 지원유세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미동맹이 무너져서 재건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어제 결과가 나온 것을 보니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윤 위원장은 “새로 된 항목이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무너졌고 무엇이 재건됐다는 말이냐”라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경제에도 아마추어, 안보에도 아마추어, 외교에도 아마추어다. 민생에도 아마추어인 것은 보나 마나 뻔한 일”이라고 혹평했는데 과연 더민당 비상대책위원장다운 주장입니다.

 

<지난 2월 3일 서울 KBS 스튜디오. 20대 대선 첫 TV토론에서 사회자가 공통 질문으로 ‘취임 후 각국 정상 만남 순서’를 묻자, 윤석열 후보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고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순으로 만나겠습니다.”

 

그렇게 순서를 정한 이유에 대해 당시 윤 후보는 “왜냐하면 민주당 정권 집권 동안에 너무 친중·친북에 굴종 외교를 하는 가운데 한미·한일 관계가 무너졌다”며 “이걸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대선에 승리했고, 이 발언은 현재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처럼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 후 ‘반(反) 문재인’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외교·안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不)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순간 소멸했다”며 “협정이나 협약이 아니므로 윤석열 정부가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미 폐기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은 새 정부가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대북 정책만 봐도 이전과 달리 강경 기조가 뚜렷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두고는 “북한 눈치 보는 굴종 외교는 실패했다는 게 지난 5년간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 정부처럼 북한 눈치를 봐가며 쇼하듯 남북 정상회담을 하진 않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미·중에 대한 외교 방향성도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양쪽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균형 잡기를 시도한 게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전체적으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노선 전환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미국 주도 경제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는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 협의체다.

 

다만 한국이 미국에 밀접해지는 것에 반비례해 신경이 날카로와질 중국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가 윤 대통령의 숙제다. 윤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 중국이 반발하는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중국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여럿 내놓았다. 여기에 더해, 전날 CNN 인터뷰 중 IPEF 참여로 중국이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중국 측이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인수위’ 공약집에서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북핵 미사일 해결 등을 위한 주요 이해 관계국’으로 명시한 것에 비춰 보면, 윤석열 정부도 중국의 경제·안보적 가치를 소홀히 다루긴 어렵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IPEF 동참과 관련한 중국 반발에 “그렇게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 관계를 잘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굴종 외교’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 공보단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윤 대통령에겐 유화적이고 굴종적으로 비쳤다니 그 인식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윤 대통령은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중앙일보. 현일훈 기자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북한 김정은이에 대한 저자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쪽 눈치를 보느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는 것을 더민당 사람들은 애써 모른척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외교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정권의 방향에 따라 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를 잘했는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더민당 대책위원장의 딴지 걸기는 참 안타까워 보입니다.

 

 '꿩 구워먹은 자리(어떤 일을 하고도 아무 흔적이 보이지 않음을 일컫는 속담설화.)' 가봐야 입맛만 다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