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마담'일뿐?

2022. 5. 26. 06:14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용태(勇退)”는 ‘구차하게 연연하지 않고 선뜻 직책 따위에서 물러남’의 뜻을 가진 말입니다. ‘용(勇)’은 ‘용감하다’, ‘결단력 있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어로 보통은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 정년 등의 기한이 오기 전에 스스로 관직 등을 물러나는 일을 ‘용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용퇴는 기한이 다 찼거나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만약에 강요에 의해 물러난다면 그것은 용퇴가 아닙니다.

 

‘용퇴론(勇退論)’은 ‘스스로 용기 있게 물러나라는 주장이나 견해’인데 이것은 자신의 용태가 아니라 남에게 권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좀 묘한 면이 있습니다. ‘스스로 물러나면’ 용퇴가 되지만 ‘남이 알아서 물러나 줬으면 하는 바람’이 용퇴론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더민당이 이 용퇴론으로 진퇴양난이라고 합니다.

 

권력의 맛은 꿀맛보다 더 달고, 마약보다 더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맛에 빠진 사람들이 용퇴를 할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판단이 아닐까 싶은데 괜히 총대를 멘 더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타깝습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이틀 연속 '586 용퇴론'을 공개 거론하자 여타 지도부가 조율되지 않은 박 위원장의 폭탄 발언에 불쾌감을 가감 없이 표출하며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았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대안 없이 분란만 조장했다는 따가운 시선도 상당하다.

 

이날 박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지난 3월 대선에서 '2선 후퇴' 선언이 있었는데 졌다고 약속이 달라질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586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착시키는 것인데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박 위원장이 던진 586 용퇴론을 "개인 입장"으로 선을 그었는데, 박 위원장이 재차 압박한 것이다. 비공개로 전환한 뒤에는 박 위원장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 참석자는 책상을 쳤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박 위원장이 당대표급 역할을 망각하고 개인행동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고, 박 위원장은 '노무현 정신'을 거론하며 맞섰다. 박 위원장 다음 발언 순서였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크게 한숨을 쉬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용퇴론은)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 내놓을 내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정치를 안 해봤던 분이 비대위원장을 하니까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본다"며 "사실상 당대표인데 당과 어느 정도 얘기를 해야 했는데 너무나 일방통행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이 갑자기 사과 기자회견을 넘어 586 용퇴론을 꺼내든 배경을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평소 박 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가깝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과 상의했거나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무명 여당 후보와 접전 구도가 되자 '586이 가장 문제'라는 고전적인 레퍼토리를 갖고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 청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개인 정치를 했다"며 "(이 위원장 등과) 상의하려고 해도 상의가 안 되니까 본인 혼자 지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장은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며 평소 소신임을 강조했다. 송영길 서울시장·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 등 586 대표주자를 공천한 지도부가 용퇴론을 묻는 게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청년 초선 의원은 "박 위원장 발언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후보가 아니라 586세대에게 있다고 한 것"이라며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가 아니라 586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본인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도부 출신 586 의원은 "번지수를 잘못 짚으면 혁신 방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데 반성과 사과만 얘기하면 힘들어하는 지지자들의 힘을 빼버리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에 임박해 무릎 꿇은 정당이 이긴 사례가 없다"며 "오히려 보여주기식이란 비판만 받을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상식적 수준에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며 "586세대는 시대적·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데 박 위원장 발언을 비판하며 당에서 싸우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오히려 윤호중·박홍근 등 지도부가 박 위원장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셈이다.

 

박용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가 국민에게 울림을 줬을 것"이라며 박 위원장을 감쌌다.>매일경제. 성승훈 기자

 

이준석 국힘 대표는 그나마 투표에 의해서 자리에 앉았지만 박지현 더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갑자기 감투가 씌어진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그저 자리나 지키고 얼굴마담이라고 자리에 앉혔을 것인데 그런 박 위원장이 86용태론을 주장하니 더민당 86그룹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남의 일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할 일은 아니지만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하면 결국 추한 꼴만 보여주고 잊혀지게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