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
2002. 5. 26. 09:07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어제는 여의도에서 서울 국제 불꽃놀이 축제가 있었습니다. 불꽃놀이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너무 피곤하여 가고 싶지 않았는데 몇 분의 전화가 저를 그리로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거기로 나가기 전에 종로에 있는 가보카메라에 잠깐 들러서 몇 가지 수리한 것을 찾으려 했다가 렌즈를 사러 온 아가씨를 한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아가씨가 펜탁스 MX사진기를 가지고 있고, 펜탁스 렌즈를 사려하기에 본의 아니게 참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펜탁스 80-200mm f/4.5 줌 렌즈를 사고자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망설이기에 135mm f/2.8 잡표 렌즈를 권했더니, 잡표라고 꺼리기에 사진을 찍어본 다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꿔도 좋다고 그것을 사라고 권장해서 사가지고 갔습니다.
사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이 오리지널에 대한 맹신입니다. 꼭 필요한 것은 사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렌즈를 이야기할 때 28mm에서 135mm 정도는 어느 회사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들 하는데 굳이 오리지널을 비싸게 사라고 권하는 전문가들도 많은가 봅니다.
요즘 나오는 일제 오리지널 신품도 대부분 동남아나 중국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이것들은 솔직히 국산 폴라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서 만든 것이라야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일본서 만든 것이 아닌 것이라면 국산보다 비쌀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잡표라 하더라도 구형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은 예전 것들은 지금 것보다 잘 만들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렌즈는 좀 묵직하고 작동이 신뢰가 가야하는데 요즘 것들은 너무 가볍고 아무리 오토포커스라고 해도 너무 가볍게 돌아갑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런 렌즈들은 신뢰도 떨어집니다. 잘 아시겠지만 독일이 렌즈 생산비를 절감하려고 해외에서 렌즈를 생산하다가 ,일본에 밀린 것을 기억하는데 동남아나 중국서 만든 일본상표 렌즈들이야 어련하겠습니까?
오리지널 상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품이 가진 품질입니다. 60년대에서 부터 80년대 초반 까지는 일본에서 무척 많은 상표의 렌즈들이 생산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토키나, 시그마, 탐론, 비비타 말고도 10여 종이 훨씬 넘습니다. 이런 렌즈들 중에 품질이 좋은 것도 꽤 있고, 잘 만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렌즈를 구하는 횡재(?)를 할 수도 있어 저는 종로에 나가면 꼭 살펴봅니다.
사진을 7-8년 같이 찍은 후배가 불꽃놀이 촬영을 간다면서 릴리즈도 없이 나와 속으로 황당했습니다. 불꽃놀이 촬영의 필수품은 튼튼한 삼각대와 릴리즈인데 어제 보니 의외로 릴리즈 없이 찍는 사진인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오토포커스 사진기를 가진 분들은 릴리즈가 전자식이다보니 그 가격이 비싸서 구입을 망설이다가 그냥 나온 분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야간 촬영에는 튼튼한 삼각대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데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진인도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1분 이상의 노출을 주려면 삼각대가 흔들려서는 절대 안됩니다. 삼각대가 아닌 일각대를 가지고 나와서 찍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것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좋은 사진기, 비싼 렌즈를 사면서도 삼각대 살 때는 가볍고 싼 것을 찾으시는 사진인은 불꽃놀이를 제대로 찍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릴리즈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야간 촬영에 사진기 메도 나오신 분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비싼 장비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기기들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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