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지털시대?

2002. 6. 11. 15:5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저는 종로에 자주 나갑니다.
종로 3가 가보카메라에 일주일에 한번 이상 나갑니다. 시간이 되면 거기 뿐만 아니라 예지동 사진기골목도 자주 돌아봅니다. 예지동에서 세운상가 앞으로 나오다보면 감미옥 바로 옆으로 작은 골목 안에 신흥사라고 하는 아주 작은 사진기점이 있는데 거기 가면 특이한 것들이 많아 거기도 자주 들려봅니다. 특별히 싸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구형 렌즈들이 있어서 눈요기도 할 겸 들러서 커피만 얻어 먹고 나옵니다.
요즘 사진기점에서 보면 사러 오는 사람보다 사진기를 팔러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느낄 만큼 사진기를 팔러나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진기들이 구형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최신형 자동초점 사진기들입니다. 렌즈도 아포나 이디 렌즈로 갖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왜 그런 고급 사진기들을 팔려고 하는지 궁금했더니 대부분 디지털사진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랍니다.
디지털사진기가 나온지 꽤 됬지만 한동안은 해상도 면에서 필름카메라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외면당하더니 눈부신 진보로 이젠 거의 따라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신문사나 잡지사는 거의 디지털사진기로 바뀠고, 방송국은 벌써 디지털로 접어든지 오래라고 들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기자들이 쓰는 사진기인데 기자들이 디지털사진기를 쓰는 시대가 됬으니 사진인들도 따라가야 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상하게도 디지털사진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미 디지털사진기를 가진 분들이 있지만 그 분들은 공유이지 디지털로 전환한 것은 아니더군요.
디지털에 관심이 많은 정배님의 말에 의하면 디지털사진의 단점은 계조를 나타내기 어렵고, 확대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던데 사진을 늘 확대하는 것은 아니니까 확대 문제는 그리 큰 것이 아니겠지만, 이상하게도 정이 가질 않습니다.
디지털사진기로 전환하는 사진인들이 많다보니까 필름사진기는 매물이 많이 나와 예전엔 구하기 힘들다고 하던 것들도 요즘은 쉽게 구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최근에 70년대 초에 나온 캐논 하프사이즈 사진기와, 미놀타 레인지 파인더 사진기를 각각 5만원에 주고 구했습니다. 크게 쓸 일은 없겠지만 그냥 기념품삼아 가지고 있으려구 산 것입니다.
구형 렌즈들도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오리지널이 아닌 일제 줌 렌즈들은 1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습니다. 요즘 것들보다 무겁고 크고 길지만 광학적 성능은 더 뛰어난 것도 많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디지털로 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사진기 만지는 재미와 사진 찍으러 다니는 즐거움에 사진을 찍는데 굳이 디지털로 바꿀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진기는 예전에 나온 것들이 조작하는 재미가 더 크다는 것을 요즘 깨달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펜탁스 K2사진기는 불꽃놀이 촬영에 아주 적합합니다. 묵직하고 조작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밤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런 묵직한 것들이 더 확실하게 조작할 수 있고, 셔터스피드가 1/1000초에서 8초 까지 되는데 긴 시간을 노출할 때에 아주 좋습니다.
다들 디지털로 간다고 구형 사진기 내어 놓을 때, 관심만 가지면 적은 돈으로 쓸만한 사진기와 렌즈를 구할 수도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가 주는 기쁨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