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적기

2002. 6. 19. 21:42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저는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절대 찍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초상권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찍히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찍는 것은 잔인한 짓이며, 게다가 몰래 숨어서 찍는 것은 범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간혹 리얼리즘을 얘기하면서 불우하고 초라한 사람만 골라서 찍는 사진인들도 보지만 꼭 그런 사진만이 리얼리티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자연스런 얼굴, 숨기지 않는 표정, 과장되지 않은 그대로의 얼굴이라면 그것이 밝은 표정이라도 리얼리티라고 봅니다.
요즘에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면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찍은 사진을 본인의 동의없이 잡지 등에 게재하면 초상권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어디에 낼 목적으로 찍는 사진이라면 가급적 아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동의를 얻고 찍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좋은 것이 공연장이나 운동장이라고 보는데 불특정 다수를 찍거나 특히 윤리적 관습에 벗어나는 사진이 아니라면 사람이 많이 모인 속에서 찍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가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서울과 지방에 많이 모여 우리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는데 이런 장소에서는 인물 사진을 찍어도 초상권 문제에 크게 저촉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어제 시청 앞에 나가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를 해갔는데 시간 약속이 잘못되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엔 다시 한번 사진 찍을 준비를 해가지고 나갈 계획입니다.
어안 렌즈나 15-20mm 정도의 초광각으로 앵글을 조절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진이 될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도 어안 렌즈를 가지고 나갑니다. 거기다가 24mm, 28mm 정도의 광각 렌즈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자리에 앉아서 건너편을 광각으로 잡으면 아주 볼만한 사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잡으려면 200mm 또는 300mm 망원 렌즈가 좋을 텐데 렌즈가 너무 길면 상대에게 사진 찍힌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에 긴 렌즈는 오히려 생생한 현장감을 떨어뜨릴 염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300mm 반사 망원을 가지고 다닙니다. 이 렌즈는 크기가 100mm 단초점 렌즈와 비슷하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낮에 찍는 것보다 밤에 찍는 것이 분위기를 살리기는 더 좋은데 어두운 곳에서는 저속 셔터가 되기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낮에 경기를 하니까 방법이 없지만 다음 경기가 밤에 된다면 고감도 필름을 가지고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진은 이론으로 배워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착실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많이 찍어보는 것이 사진 실력을 늘리는 지름길입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찍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는 것이 사진입니다.
저도 많이 찍을 테니 우리 가족 여러분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좋은 사진 찍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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