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을 보며

2002. 8. 20. 18:2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봅니다.
늘 대하는 하늘이었는데 오늘 보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오랜 비가 사람의 마음도 대지의 농작물도 우울하게 하더니 이제 조용히 사라지고 맑은 태양에게 자리를 내어주나 봅니다.
지난 토요일에 풍기 부석사에 다녀왔습니다.
제자 둘과 셋이서 갔는데 서울을 떠날 때는 비가 나리더니 치악산을 넘어가니 하늘이 개기 시작했습니다. 소백산맥을 넘을 때 까지는 푸른 하늘이 보여 오늘은 정말 날이 좋겠다고 들떠 있었는데 막상 산맥을 넘어서 풍기 쪽에 가니 구름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부석사는 세 번 째였는데 두 번은 겨울에 가서 주변 풍광을 볼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 보니 절로 가는 길가에 사과나무 과수원이 많이 있어 보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벌써 발갛게 익은 사과도 보였고, 길가에는 사과를 팔기 위해 만들어지 농막도 있었습니다. 아마 한 2,3주 뒤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재구입한 펜탁스645사진기에, 30mm, 45mm, 75mm 120mm, 180mm, 200mm, 300mm 등의 렌즈를 구비했는데 배낭이 깨나 무거웠습니다. 삼각대는 짓죠 M328(?)을 가져갔는데 제자가 들어줘서 저는 사진기 배낭만 메고 올라가는데도 땀이 났습니다. 아니 땀이 난 정도가 아니라 아주 흠뻑 젖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잘해야 10Kg을 왔다갔다할 정도의 무게인데도 무겁게 느껴져서 허둥댔습니다.
거기서 사용한 렌즈는 주로 30mm와 180mm 였는데 이 렌즈들은 67용으로 마운트가 제작된 것이라 645에 장착하려면 아덥터를 사용합니다. 30mm 러시아제 렌즈는 67에서는 완전한 어안 렌즈로 작용합니다만, 645에서는 180도는 안되고 아마 150도 정도의 화각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약간 왜곡되는 것을 허용한다면 건물 사진을 찍기에 좋습니다.
180mm 동독제 렌즈는 67에서 90mm가 되고 645에서는 108mm 정도로 쓰이는데 렌즈 최대 밝기가 f/2.8이어서 아주 시원하게 보입니다. 인물 사진 찍기는 제일 나은 것이라 생각하는데 풍경 사진에도 화각이 아주 좋습니다.
645 사진기와 렌즈가 무겁게 느껴지니 만약 67을 가지고 다닌다면 얼마나 더 힘이 들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67도 풀 세트로 하면, 렌즈가 8개나 되는데 그것을 다 배낭에 짊어지면 20kg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다가 사진기와 렌즈가 무거워지면 상대적으로 삼각대도 큰 것으로 바꿔야됩니다. 요즘 35mm 사진기를 가지고 나갈 때는 맨프로트 055를 쓰는데 원래 이 삼각대는 접사나 할 때 쓴다고 산 소형(?)입니다.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크고 무거운 삼각대는 맨프로트 058인데 이 삼각대는 헤드를 포함한 자체 무게가 10Kg이 넘습니다. 그러니 삼각대와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면 나갈 때는 모르지만 오후가 되면 그 무게에 못 이겨 땀에 절고 힘이 빠져 매사가 귀찮게 생각됩니다.
어제 펜탁스클럽에서 보니까 35mm 사진기 두 대에 렌즈 두 개 가지고 지리산에 올라갔다가 혼난 사람이 다시는 산에 갈 때 렌즈 교환되는 사진기 안 가지고 가겠다는 글을 올렸던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심정은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아는 김정배 님은 산에 갈 때, 67사진기에 맨프로트 075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면 필수 장비입니다.
사진기와 렌즈가 무겁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제 힘이 빠져간다는 고백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무거운 사진기나 렌즈를 구입하면 안된다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아주 고급 렌즈를 준다고 해고 그것을 들고 다닐 힘이 없다면 받아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이제 욕심을 거두어야 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에 장마와 습기 속에 찌들었던 사진기와 렌즈 꺼내어 가을 바람 쏘이십시오. 가을은 길지 않습니다. 저도 요즘 가지고 있는 사진기, 날마다 하나씩 가지고 나가 세상 구경 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가을 만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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