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가장 좋을 때
2002. 8. 4. 20:00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오늘 전주에 있는 덕진공원에 연꽃을 찍으러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제가 전주에 있을 때는 거기에 해가 쨍쨍했습니다.
2주 전에 김제 청운사에 있는 하소백련을 찍으러 갔다가 거기 연꽃이 좋아 오늘 그곳을 들려서 먼지 찍고, 전주에 들려 덕진공원에서 홍련을 찍을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서해안고속도로가 피서객으로 많이 붐빈다고 해서 전주만 다녀오기로 수정했습니다.
경복궁 향원정에 피는 수련꽃은 5월 중순부터 피는데 연꽃은 한 여름이 되어야 핍니다. 아마 7월 중순 부터 피는 꽃이라 알고 있는데 그 적기를 맞추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수련꽃은 피었다가 져도 아무 흔적이 없는데 연꽃은 꽃이 진 뒤에 연밥이라는 결실이 있기 때문에 지고 난 뒤에 가면 연밥이 달려있는 꽃대들을 보게 됩니다.
오늘은 덕진공원의 연꽃이 이미 많이 진 뒤라 꽃보다 연잎이 많아 눈에 거슬린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연은 수련과 달라서 키가 수면으로부터 1m 가까이 자라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올라가야 연꽃을 내려다보면서 찍을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연잎은 몹시 크고 넓어서 우리가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잎 중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동잎이 크다고 하지만 연잎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잎은 큽니다. 그 큰 잎은 푸르뎅뎅하여 빛의 반사가 예측벌허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늘이 적정시기인가에 대하여 많은 말들이 나옵니다. 연못가에서 커피를 파시는 아주머니께 물으니 올 연꽃은 7월 15일 경이 가장 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때에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탓합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을 때에 절정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덕진공원에 연꽃이 만발했다고 하면 거기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몇 장이나 되겠습니까? 꽃이 거의 다 지고 일부만 남아 있고, 이제 올라오는 꽃봉우리, 이미 꽃이 지고 맺은 연밥(연실)... 이런 것이 사진적 소재로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내가 거기에 갔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현장에 가지 않고는 찍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은 가지 않고 남이 가서 애써 찍어 온 사진을 보면서, 내가 갔으면 뭐 했을 것이라는 둥, 이 꽃은 뭐가 어떻다는 둥, 이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진은 그 현장에 가지 않으면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바로 내가 간 그 시기가 사진 찍기에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꽃이 다 지고 앙상한 잔해만 남아 있다해도 그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항상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항상 꽃만 찍는 것도 아닙니다. 꽃이 다 지고 피었던 흔적만 남아 있다해도 거기에 간다면 무엇인가 찍을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연꽃 사진을 찍겠다고 벼르다가 올 해에 그냥 보내면 1년 뒤에 가능한 것이고, 그 1년 뒤도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4년 전에 덕진공원에 가서 연꽃을 찍으면서 내년에 다시 와야지 한 것이 벌써 3년이 지난 뒤에 가게 된 것입니다.
제가 틈만 나면 경복궁에 간다니까 거기에 가서 대체 뭘 찍느냐? 한번만 가서 찍으면 더 찍을 것이 없지 않으냐? 하는 얘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물로 한 솥의 국맛을 보는데 한 수저면 족하지 그것을 다 먹어봐야 아느냐는 얘기 저도 동감합니다. 그러나 사진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 때 다시 보면 또 달라져 있는 것이 자연이고 사람입니다.
어떤 사진인들은 "이제 연꽃은 원없이 찍었으니 이것은 다시 찍을 일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한 번에 엄청 많이 먹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족해 다시 먹지 않게 되겠습니까?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발로 찍는 것입니다. 남들이 다 잘 찍어서 더 이상 찍을 것이 없을 것 같은 곳에 가도 다시 찍을 것이 있습니다.
절정기를 노리지 마십시오. 내가 가는 그 순간이 절정기입니다.
2주 전에 김제 청운사에 있는 하소백련을 찍으러 갔다가 거기 연꽃이 좋아 오늘 그곳을 들려서 먼지 찍고, 전주에 들려 덕진공원에서 홍련을 찍을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서해안고속도로가 피서객으로 많이 붐빈다고 해서 전주만 다녀오기로 수정했습니다.
경복궁 향원정에 피는 수련꽃은 5월 중순부터 피는데 연꽃은 한 여름이 되어야 핍니다. 아마 7월 중순 부터 피는 꽃이라 알고 있는데 그 적기를 맞추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수련꽃은 피었다가 져도 아무 흔적이 없는데 연꽃은 꽃이 진 뒤에 연밥이라는 결실이 있기 때문에 지고 난 뒤에 가면 연밥이 달려있는 꽃대들을 보게 됩니다.
오늘은 덕진공원의 연꽃이 이미 많이 진 뒤라 꽃보다 연잎이 많아 눈에 거슬린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연은 수련과 달라서 키가 수면으로부터 1m 가까이 자라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이 올라가야 연꽃을 내려다보면서 찍을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연잎은 몹시 크고 넓어서 우리가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잎 중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동잎이 크다고 하지만 연잎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잎은 큽니다. 그 큰 잎은 푸르뎅뎅하여 빛의 반사가 예측벌허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늘이 적정시기인가에 대하여 많은 말들이 나옵니다. 연못가에서 커피를 파시는 아주머니께 물으니 올 연꽃은 7월 15일 경이 가장 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때에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탓합니다.
그렇지만 사진을 찍을 때에 절정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덕진공원에 연꽃이 만발했다고 하면 거기서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몇 장이나 되겠습니까? 꽃이 거의 다 지고 일부만 남아 있고, 이제 올라오는 꽃봉우리, 이미 꽃이 지고 맺은 연밥(연실)... 이런 것이 사진적 소재로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내가 거기에 갔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현장에 가지 않고는 찍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은 가지 않고 남이 가서 애써 찍어 온 사진을 보면서, 내가 갔으면 뭐 했을 것이라는 둥, 이 꽃은 뭐가 어떻다는 둥, 이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진은 그 현장에 가지 않으면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바로 내가 간 그 시기가 사진 찍기에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꽃이 다 지고 앙상한 잔해만 남아 있다해도 그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항상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항상 꽃만 찍는 것도 아닙니다. 꽃이 다 지고 피었던 흔적만 남아 있다해도 거기에 간다면 무엇인가 찍을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연꽃 사진을 찍겠다고 벼르다가 올 해에 그냥 보내면 1년 뒤에 가능한 것이고, 그 1년 뒤도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4년 전에 덕진공원에 가서 연꽃을 찍으면서 내년에 다시 와야지 한 것이 벌써 3년이 지난 뒤에 가게 된 것입니다.
제가 틈만 나면 경복궁에 간다니까 거기에 가서 대체 뭘 찍느냐? 한번만 가서 찍으면 더 찍을 것이 없지 않으냐? 하는 얘기들을 많이 듣습니다. 물로 한 솥의 국맛을 보는데 한 수저면 족하지 그것을 다 먹어봐야 아느냐는 얘기 저도 동감합니다. 그러나 사진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 때 다시 보면 또 달라져 있는 것이 자연이고 사람입니다.
어떤 사진인들은 "이제 연꽃은 원없이 찍었으니 이것은 다시 찍을 일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한 번에 엄청 많이 먹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족해 다시 먹지 않게 되겠습니까?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발로 찍는 것입니다. 남들이 다 잘 찍어서 더 이상 찍을 것이 없을 것 같은 곳에 가도 다시 찍을 것이 있습니다.
절정기를 노리지 마십시오. 내가 가는 그 순간이 절정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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