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니까...
2002. 8. 27. 05:58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제가 서울에 와서 살림을 시작한 것이 17년 전 쯤이었습니다. 그 때, 결혼하면서 집을 구한다고 처음 갔던 곳이 수색 쪽이었는데 그땐 그 쪽에 집을 많이 지어 분양할 때 입니다.
결혼 한달 전 쯤에 집사람될 사람과 신문 전단지를 들고 수색, 능곡 쪽으로 가보니 이건 완전 시골이었습니다. 도로가 포장이 안된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집들이 띄엄띄엄 있으면서 마을이 형성되지 않아 버스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곳도 많았고, 채소밭 가에는 연탄재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이 도저히 신접 살림을 차릴 곳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물론 돈만 많았다면 거기로 집을 구하러 갈 것도 없을 것이었고, 쓸만한 집을 구했겠지요... 그러나 막 취직을 해서 제가 벌어 먹고 살아야할 형편이었고, 시골 땅이 조금 있다고 해도 그것을 팔아서는 서울에 명함을 디밀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현실이니 참 막막했습니다.
결국 처가가 가까운 홍제동에 500만원 전세로 갔는데 단독 주택 안에 벽돌로 쌓아 지은 방 두 개 짜리였습니다. 부엌은 있었지만 연탄을 때는 시골 부엌과 똑 같았고 화장실은 본댁에 딸려 지은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욕실은 없어구요. 거기서 몇 개월 살다가 친척 누님이 권해서 반 지하 빌라로 갔는데 거기는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지만 전세금이 800만원이었습니다.
결혼 1년 뒤에 그 반지하에서 살 때, 처음 동원펜탁스 ME-SUPER사진기를 45만원 24개월 할부로 샀습니다. 학교로 찾아온 외판원에게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남대문에서 사면 30만원이면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남들은 전세에서, 집을 사겠다고 이를 악물며 저축할 때 저는 사진기에 빠져서 어떻게 하면 렌즈 하나 더 살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고급 사진기를 살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 펜탁스로 시작한 것이 계속 펜탁스로 가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더 상위 기종과 더 좋다는, 그러니까 많이 구비하고 싶었고, 더 밝은 렌즈를 사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전세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거라는 얘기가 물거품이 되고 전세가격도 폭등하여 1년 벌어서 전세금을 따라가지 못해 시골서 계속 빚을 얻어와야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필터, 즉 사고나서는 쓰지도 않고 버린 것이 대부분인 광고에 나와 있는 필터들을 사느라 푼돈이 계속 들어가고 사진을 찍고 현상인화하느라 주머니는 늘 먼지만 가득했습니다...
엄청 오른 집가격에 살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전세로 이 집, 저 집을 전전하기를 다섯 번이나 했는데 이사갈 때마다 제일 먼저 제가 챙기는 것은 오로지 사진기와 렌즈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집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지요...
결혼한지 8년 만에 여기저기 빚을 얻어 18평 연립주택을 사 이사를 갔는데 사진기 가방만 열 개가 넘었습니다. 사진기도 대여섯 대가 넘었고 렌즈도 한 보따리였습니다.
아마 줄잡아 사진기에, 사진을 찍는데 들어 간 돈은 1천만원을 휠씬 넘을 겁니다. 저는 그동안 집값이 뛰는 것은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돈이 되면 사진기 사고, 바꾸고 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몰래 과외는 해본적 없지만 문제집에 문제 쓰는 거와 애들 학습지에 문제 쓰는 것으로 큰 사진기들은 다 장만했습니다. 잘 나갈 때는 한달 고생하면 고급 사진기 한 대 살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문제집도 안 팔리고 학습지도 안 나가 제가 용돈을 벌 무대는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철이 들었는지 이제 비싸거나 고급스런 렌즈에 대해 크게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다. 최대 구경이 크다고 해서 더 나은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것, 책에 나와 있어도 믿지 않았는데 이제 알게 되었고, ED나 비구면 렌즈라고 해서 그 가격만큼 사진의 질을 좋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많은 수업료 내고 배운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재테크한다고 여기 저기 집보러 다니고, 주식에 투자할 때, 저는 오직 사진기와 사진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니까요...
나이 든 분들이 더 비싼 사진기 가진 것,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제 고참 선생님은 저더러 당신보다 10년은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제 나이 40대 중반입니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사진기와 렌즈, 사진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와 손실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 아파트 사고 기분 좋은 것 처럼, 저도 가지고 싶은 사진기 사고 무척 좋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 꼭 큰 것에 만족하는 것보다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다만 성공한 사람들은 다 일찍 부터 다른 사람과는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사는 것 같던데 저는 그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결혼 한달 전 쯤에 집사람될 사람과 신문 전단지를 들고 수색, 능곡 쪽으로 가보니 이건 완전 시골이었습니다. 도로가 포장이 안된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집들이 띄엄띄엄 있으면서 마을이 형성되지 않아 버스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곳도 많았고, 채소밭 가에는 연탄재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이 도저히 신접 살림을 차릴 곳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물론 돈만 많았다면 거기로 집을 구하러 갈 것도 없을 것이었고, 쓸만한 집을 구했겠지요... 그러나 막 취직을 해서 제가 벌어 먹고 살아야할 형편이었고, 시골 땅이 조금 있다고 해도 그것을 팔아서는 서울에 명함을 디밀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현실이니 참 막막했습니다.
결국 처가가 가까운 홍제동에 500만원 전세로 갔는데 단독 주택 안에 벽돌로 쌓아 지은 방 두 개 짜리였습니다. 부엌은 있었지만 연탄을 때는 시골 부엌과 똑 같았고 화장실은 본댁에 딸려 지은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욕실은 없어구요. 거기서 몇 개월 살다가 친척 누님이 권해서 반 지하 빌라로 갔는데 거기는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지만 전세금이 800만원이었습니다.
결혼 1년 뒤에 그 반지하에서 살 때, 처음 동원펜탁스 ME-SUPER사진기를 45만원 24개월 할부로 샀습니다. 학교로 찾아온 외판원에게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남대문에서 사면 30만원이면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남들은 전세에서, 집을 사겠다고 이를 악물며 저축할 때 저는 사진기에 빠져서 어떻게 하면 렌즈 하나 더 살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고급 사진기를 살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처음에 펜탁스로 시작한 것이 계속 펜탁스로 가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더 상위 기종과 더 좋다는, 그러니까 많이 구비하고 싶었고, 더 밝은 렌즈를 사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전세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거라는 얘기가 물거품이 되고 전세가격도 폭등하여 1년 벌어서 전세금을 따라가지 못해 시골서 계속 빚을 얻어와야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필터, 즉 사고나서는 쓰지도 않고 버린 것이 대부분인 광고에 나와 있는 필터들을 사느라 푼돈이 계속 들어가고 사진을 찍고 현상인화하느라 주머니는 늘 먼지만 가득했습니다...
엄청 오른 집가격에 살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전세로 이 집, 저 집을 전전하기를 다섯 번이나 했는데 이사갈 때마다 제일 먼저 제가 챙기는 것은 오로지 사진기와 렌즈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집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지요...
결혼한지 8년 만에 여기저기 빚을 얻어 18평 연립주택을 사 이사를 갔는데 사진기 가방만 열 개가 넘었습니다. 사진기도 대여섯 대가 넘었고 렌즈도 한 보따리였습니다.
아마 줄잡아 사진기에, 사진을 찍는데 들어 간 돈은 1천만원을 휠씬 넘을 겁니다. 저는 그동안 집값이 뛰는 것은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돈이 되면 사진기 사고, 바꾸고 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몰래 과외는 해본적 없지만 문제집에 문제 쓰는 거와 애들 학습지에 문제 쓰는 것으로 큰 사진기들은 다 장만했습니다. 잘 나갈 때는 한달 고생하면 고급 사진기 한 대 살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문제집도 안 팔리고 학습지도 안 나가 제가 용돈을 벌 무대는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철이 들었는지 이제 비싸거나 고급스런 렌즈에 대해 크게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다. 최대 구경이 크다고 해서 더 나은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것, 책에 나와 있어도 믿지 않았는데 이제 알게 되었고, ED나 비구면 렌즈라고 해서 그 가격만큼 사진의 질을 좋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많은 수업료 내고 배운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재테크한다고 여기 저기 집보러 다니고, 주식에 투자할 때, 저는 오직 사진기와 사진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니까요...
나이 든 분들이 더 비싼 사진기 가진 것,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제 고참 선생님은 저더러 당신보다 10년은 일찍 시작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제 나이 40대 중반입니다.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사진기와 렌즈, 사진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와 손실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 아파트 사고 기분 좋은 것 처럼, 저도 가지고 싶은 사진기 사고 무척 좋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에서 만족하는 것이 꼭 큰 것에 만족하는 것보다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다만 성공한 사람들은 다 일찍 부터 다른 사람과는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사는 것 같던데 저는 그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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