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전 한 닢
2002. 11. 3. 08:31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은전 한 닢"이란 글이 있습니다. 상해에서 보신 것을 쓴 것인데
'늙은 거지 하나가 돈바꾸는 집에 다니면서 자기가 가진 일원짜리 은전 한 닢이 진짜인지 감정해 달라는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누가 그렇게 큰 돈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거지가 말하길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원짜리를 줍니까? 각전 한 닢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푼 한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 한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을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요?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애들 참고서에 보면 이것을 허망한 욕심이라고 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망한 욕심이라니요? 그것은 작은 소망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먹지 못하면서도 은전 한 닢을 갖기 위해 구걸한 돈을 모으는 그 거지의 심정... 그 거지의 심정을 저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차한 제 변명을 하기위해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사진기 중에 명품이라고 한다면 35mm 소형사진기에서는 단연 라이카이고, 120롤 사진기에서는 핫셀과 롤라이와 린호프이며, 대형사진기에서는 린호프입니다.
라이카가 명품이라고 하는 얘기에 별 이의를 다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라이카가 그만큼 좋으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돈만 있다면 라이카를 사고 싶은 것이 사진하는 사람의 소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누가 뭐라해도 라이카는 소형사진기의 귀족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랜 세월 사진을 하면서 펜탁스만 써 왔던 제게 라이카를 가질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늘 다니는 가보카메라에 라이카 R7이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보는 순간에 제가 가진 것을 다 처분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사장님의 배려로 외상으로 가져왔는데 바디만 110만원을 주고 산 것입니다. 외상값을 갚느라 무척 힘이 들었지만 중고 렌즈를 하나 둘씩 모아 한 3년 기간에 28mm, 35-70mm, 100mm Macro, 135mm, 180mm 등 웬만큼 렌즈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에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라이카를 가지고 나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혼자서 고궁에 갈 때나 가지고 다녔지 여러 사람과 같이 나갈 때는 항상 펜탁스 35나 67을 가지고 나갑니다. 라이카를 가진 것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제가 라이카 자랑하고 다니면 누군가 또 그것을 사고 싶어 몸달을까봐 그럽니다. 또 사실은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정말 펜탁스로 찍은 사진보다 크게 낫다고 얘기할 만큼 차이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라이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서 흐뭇하다는 것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잘 쓰지도 않으면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 R7을 내다 팔고 모든 렌즈를 정리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팔아 다시 펜탁스645를 샀는데 바디와 렌즈 둘을 파니까 645를 세트로 살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렌즈는 그냥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을 바꾸어 아주 예전 모델인 라이카플렉스 SL2를 다시 사게되어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조금 알고 지내는 직업사진가 김명석 님이 찍은 사진집을 보고는 불현듯 대형사진기를 다시 갖고 싶어졌습니다. 다시 갖고 싶어졌다는 말은 예전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SL2를 사느라 가지고 있던 일제 호스만FA45를 처분했었습니다.
67로 찍어서 만든 사진집과 대형사진기로 찍어서 만든 사진집이 너무나 차이가 나길래 다시 대형사진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솔직한 소망으로 나중에 우리 산하와 문화유산을 찍어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 사진만은 반드시 일제가 아닌 것으로 찍겠다고 벼르고 별르는 중입니다. 그래서 독일제인 린흐프 대형사진기를 사려고 알아봤더니 깨끗한 중고가 보통 300만원을 넘어가서 꿈을 깨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꿩대신 닭이라고 린흐프6*9 중형을 사게 된 것입니다. 이것도 언제 나온 모델인지 모델도 알 수 없는 구형이지만 105mm COLOR SKOPAR f/3.5를 장착하여 160만원의 거금을 들여 샀습니다. 이 와중에 다시 펜탁스645세트가 날아갔습니다.
솔직히 이 사진기로 아직 한번도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했습니다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며칠 째 마음이 뿌듯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도 라이카와 린호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이 벤츠나 BMW를 산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거지의 마음, 그래서 이해할 것 같습니다.
요즘에 독자로 들어오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부끄럽지 않은 사진인이 되겠다고 약속드리며 서로 좋은 대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당부드립니다.
'늙은 거지 하나가 돈바꾸는 집에 다니면서 자기가 가진 일원짜리 은전 한 닢이 진짜인지 감정해 달라는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누가 그렇게 큰 돈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거지가 말하길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원짜리를 줍니까? 각전 한 닢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푼 한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 한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을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요?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애들 참고서에 보면 이것을 허망한 욕심이라고 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망한 욕심이라니요? 그것은 작은 소망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먹지 못하면서도 은전 한 닢을 갖기 위해 구걸한 돈을 모으는 그 거지의 심정... 그 거지의 심정을 저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차한 제 변명을 하기위해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사진기 중에 명품이라고 한다면 35mm 소형사진기에서는 단연 라이카이고, 120롤 사진기에서는 핫셀과 롤라이와 린호프이며, 대형사진기에서는 린호프입니다.
라이카가 명품이라고 하는 얘기에 별 이의를 다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라이카가 그만큼 좋으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돈만 있다면 라이카를 사고 싶은 것이 사진하는 사람의 소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누가 뭐라해도 라이카는 소형사진기의 귀족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랜 세월 사진을 하면서 펜탁스만 써 왔던 제게 라이카를 가질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늘 다니는 가보카메라에 라이카 R7이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보는 순간에 제가 가진 것을 다 처분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사장님의 배려로 외상으로 가져왔는데 바디만 110만원을 주고 산 것입니다. 외상값을 갚느라 무척 힘이 들었지만 중고 렌즈를 하나 둘씩 모아 한 3년 기간에 28mm, 35-70mm, 100mm Macro, 135mm, 180mm 등 웬만큼 렌즈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에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라이카를 가지고 나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혼자서 고궁에 갈 때나 가지고 다녔지 여러 사람과 같이 나갈 때는 항상 펜탁스 35나 67을 가지고 나갑니다. 라이카를 가진 것을 감추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제가 라이카 자랑하고 다니면 누군가 또 그것을 사고 싶어 몸달을까봐 그럽니다. 또 사실은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정말 펜탁스로 찍은 사진보다 크게 낫다고 얘기할 만큼 차이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라이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서 흐뭇하다는 것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잘 쓰지도 않으면서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 R7을 내다 팔고 모든 렌즈를 정리하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팔아 다시 펜탁스645를 샀는데 바디와 렌즈 둘을 파니까 645를 세트로 살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렌즈는 그냥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을 바꾸어 아주 예전 모델인 라이카플렉스 SL2를 다시 사게되어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조금 알고 지내는 직업사진가 김명석 님이 찍은 사진집을 보고는 불현듯 대형사진기를 다시 갖고 싶어졌습니다. 다시 갖고 싶어졌다는 말은 예전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SL2를 사느라 가지고 있던 일제 호스만FA45를 처분했었습니다.
67로 찍어서 만든 사진집과 대형사진기로 찍어서 만든 사진집이 너무나 차이가 나길래 다시 대형사진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솔직한 소망으로 나중에 우리 산하와 문화유산을 찍어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 사진만은 반드시 일제가 아닌 것으로 찍겠다고 벼르고 별르는 중입니다. 그래서 독일제인 린흐프 대형사진기를 사려고 알아봤더니 깨끗한 중고가 보통 300만원을 넘어가서 꿈을 깨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꿩대신 닭이라고 린흐프6*9 중형을 사게 된 것입니다. 이것도 언제 나온 모델인지 모델도 알 수 없는 구형이지만 105mm COLOR SKOPAR f/3.5를 장착하여 160만원의 거금을 들여 샀습니다. 이 와중에 다시 펜탁스645세트가 날아갔습니다.
솔직히 이 사진기로 아직 한번도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했습니다만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며칠 째 마음이 뿌듯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도 라이카와 린호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이 벤츠나 BMW를 산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거지의 마음, 그래서 이해할 것 같습니다.
요즘에 독자로 들어오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부끄럽지 않은 사진인이 되겠다고 약속드리며 서로 좋은 대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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