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2002. 11. 25. 21:22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몇 년 전에 대전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가 제게 "좋은 생각"이란 잡지를 1년 간 보내주었습니다. 이 잡지가 처음 나왔을 때, 이 잡지와 관계있는 어느 분이 이 책을 선전해달라고 초대하여 갈비를 사 준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술만 얻어 마시고 모른체 했는데 친구가 보내주어 보니 좋은 내용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친구와 후배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정기구독을 선물로 주어 지금은 몇 년 째 열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평범하고 가난한,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분들의 소박한 이야기.... 우리 독자님들도 한번 구해 보시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 12월호에 '더 쉽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첫머리에 나온 말이 '갖고 있는 물건들을 줄여라'입니다. 그 내용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만개의 물건을 갖고 있다고 한다. 먼저 서랍 속부터 정리하라. '이 물건을 지난 3년 동안 쓴 일이 있나' 스스로 물어보고 없다면 과감하게 버려라. 그 다음 책상, 옷장, 부엌,창고 순서로 정리하라. 복잡한 환경 속에서는 어떤 좋은 생각도 떠올릴 수 없다. 로 이어집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말이 사진기와 관계되면 버릴 수가 없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니 버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자꾸 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이론대로 될수야 없겠지만 버리는 즐거움보다 사는 즐거움이 더 크고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이것은 어느 곳에든 깊게 빠진 사람에게는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6,7년 전에 코킨휠터에 빠져서 그 때 산 것이 여섯 개가 넘습니다. 필터만 살 수는 없어서 렌즈마다 끼울 수 있는 어댑터링도 함께 샀지요. 그거 한 1년 쓰고는 가방 속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제가 가진 사진기와 렌즈 중에서 3년 이상 쓰지 않고 가방 속에서 잠자는 것들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다시 내다 팔을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산것들인데...
다음카페에 "카메라하우스"라고 있습니다. 30대 후반의 김원철 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김원철 님은 남대문 숭례문수입상가서 삼정사라고 하는 사진기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거래를 했고 거기에 작은 모임을 하나 만들어 제가 운영자로 있기 때문에 자주 통화하고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김원철 님이 러시아에서 8mm 어안렌즈를 수입해서 35만원에 판다고 하길래 그 렌즈를 하나 구해 라이카에 써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렇지만 사는 순간에 아까울 것 같아 애써 자제하고 있습니다. 어안렌즈를 라이카 것으로 구입하려면 100만원이 휠씬 넘어가는데 러시아제로 35만원에 구해서 쓸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35만원 주고 구입해서 얼마나 쓰겠나 생각하면 쉽게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러시아제 300mm f/4.5 제니트 렌즈가 마운트 개조해서 12만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사고 싶은 생각이 많습니다. 이 렌즈를 펜탁스645에 써보니까 썩 괜찮은 것 같아서 역시 라이카에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00mm 렌즈라고 하면 일제 잡표의 것들도 아무리 싸게 생각한다 해도 20만원은 더 할 것인데 12만원이면 정말 껌 값이라고 생각되서 구입하고 싶은데 사고 나면 또 아깝다고 후회할 것 같아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갖고 있는 물건들을 줄이는 것이 더 쉽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하는데 왜 아직도 갖고 싶은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멀었나 봅니다.

아침에 수종사에 다녀와서 마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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