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2003. 1. 27. 21:49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어제 덕유산에 갔었습니다.
재작년에 제자와 둘이 갔다가 크게 인상적인 사진을 찍지 못해 작년에는 가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덕유산에 갔다온 우리 클럽 사람들 사진이 너무 좋아서 저도 꼭 한번 다시 가서 찍고 싶었습니다.
덕유산의 설경사진을 보니 태백산에서 찍은 것들보다 휠씬 더 다양하고 또 올라가기가 태백산보다 더 수월하다는 것이 덕유산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태백산에 한번 갔었는데 두 시간 가까운 산행에 너무 힘이 들었고, 올라가보니 좋은 포인트가 너무 좁아 여러 사람이 한곳에 몰려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래서 멀찍이 떨어져서 찍었더니 영 아니었던 기억이 있어, 다시 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덕유산도 무척 큰 산이고 산행이 무척 어려운 곳이어서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지금은 무조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가기 때문에 저처럼 산행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은 가기가 무척 쉬워졌습니다.
왕복 1만원하는 관광곤돌라를 타고 가서 내리면, 약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 향적봉에 도달할 수 있고 거기서 50m 아래에 향적봉대피소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관광곤돌라 끝 시간이 오후 네시여서 그 전에 무주리조트에 도착하여 점심겸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서울서 열한시 반에 출발했는데 무주리조트입구에 도착한 것은 두시 반 쯤 되었습니다. 입구에서 삼겹살로 점심을 먹고는 짐을 점검하고 다섯 명이 마실 소주로 1.5L 피트병 두 개와 물을 두 병 샀습니다. 김밥이 조금 준비되어 있었고, 소세지와 육포, 멸치 등 안주 거리는 각자 준비를 해왔다고 해서 다른 것은 더 사지 않았습니다. 종이 컵과 나무젓가락은 풍족하게 샀는데 위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탑승장에 내리니 눈발이 날리는데 산위에 모든 나무가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들이 덕유산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크게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나뭇가지에 매어달린 눈들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게다가 눈이 계속 내리니 내일 아침에는 무척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들기에 족했습니다.
토요일을 택하지 않고 일요일에 간 것은, 토요일엔 사람이 무척 많아 하룻밤을 지내기가 무척 힘들거라는 계산이었고, 이 계산은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일요일엔 거의 다 내려갔고 사진을 찍겠다고 남아 있거나 우리처럼 일요일을 택해 온 사람들이 우리를 포함해 열 다섯 정도 되었습니다.
다섯시에 산장에 도착했는데 거기는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그냥 산장 안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감옥(어떤 사람의 말을 빌리면)같은 곳이었습니다. 가자마자 짐을 정리해 놓고는 우리 팀은 술자리를 벌렸는데 혼자서 온 네 사람을 불러 같이 먹고 마시다보니 우리가 가져 간 술, 그분들이 가져 온 술을 다 동낸 것이 아홉시였습니다. 더 마실래야 마실 술이 없으니 자연 자리는 파했고, 늦게서 올라온 서울 어느 청소년캠프의 아이들과 인솔자 16명이 와서 산장은 조금 혼잡했습니다. 보일러를 가동하니 너무 더워 다들 깊은 잠을 못 이루는 모습이었고 저도 열한시 반에 밖에 나가봤습니다.
마침 눈이 그치고 하늘에 잔별들이 총총한데 구름으로 덮힌 산 아래서 아름다운 빛이 하늘 끝에 보여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이런 날이 내일 아침까지 지속되기를 몇 번이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다섯시였습니다. 밖에 날씨가 무척 궁금해 나가려했더니 이미 나갔다가 오신 분이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갔더니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그쳐다오, 30분만 그쳐다오 했는데 무정한 눈은 쉬지 않고 아홉시가 넘도록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말대로 사진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내려왔지만 눈 덮힌 길을 눈을 맞으며 내려오는 것도 군에서 경험하고는 처음이라 무척 흐뭇했습니다.
어제 밤에 보았던 그 덕유산의 모습은 비록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했어도 제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덕유산에 빠져서 15년 째 덕유산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전주 영생고등학교의 박찬규 선생님, 광명에서 온 일출, 일몰전문 사진인 전병선 님, 천안에서 왔던 삼성전자의 손호걸 님 비록 하룻밤의 만남이었지만 오래 기억할 이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만남이 좋아서 저는 사진을 찍는다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작년에 제자와 둘이 갔다가 크게 인상적인 사진을 찍지 못해 작년에는 가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덕유산에 갔다온 우리 클럽 사람들 사진이 너무 좋아서 저도 꼭 한번 다시 가서 찍고 싶었습니다.
덕유산의 설경사진을 보니 태백산에서 찍은 것들보다 휠씬 더 다양하고 또 올라가기가 태백산보다 더 수월하다는 것이 덕유산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태백산에 한번 갔었는데 두 시간 가까운 산행에 너무 힘이 들었고, 올라가보니 좋은 포인트가 너무 좁아 여러 사람이 한곳에 몰려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래서 멀찍이 떨어져서 찍었더니 영 아니었던 기억이 있어, 다시 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덕유산도 무척 큰 산이고 산행이 무척 어려운 곳이어서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지금은 무조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가기 때문에 저처럼 산행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은 가기가 무척 쉬워졌습니다.
왕복 1만원하는 관광곤돌라를 타고 가서 내리면, 약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 향적봉에 도달할 수 있고 거기서 50m 아래에 향적봉대피소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관광곤돌라 끝 시간이 오후 네시여서 그 전에 무주리조트에 도착하여 점심겸 저녁을 먹어야 합니다. 서울서 열한시 반에 출발했는데 무주리조트입구에 도착한 것은 두시 반 쯤 되었습니다. 입구에서 삼겹살로 점심을 먹고는 짐을 점검하고 다섯 명이 마실 소주로 1.5L 피트병 두 개와 물을 두 병 샀습니다. 김밥이 조금 준비되어 있었고, 소세지와 육포, 멸치 등 안주 거리는 각자 준비를 해왔다고 해서 다른 것은 더 사지 않았습니다. 종이 컵과 나무젓가락은 풍족하게 샀는데 위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탑승장에 내리니 눈발이 날리는데 산위에 모든 나무가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들이 덕유산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크게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나뭇가지에 매어달린 눈들은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게다가 눈이 계속 내리니 내일 아침에는 무척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들기에 족했습니다.
토요일을 택하지 않고 일요일에 간 것은, 토요일엔 사람이 무척 많아 하룻밤을 지내기가 무척 힘들거라는 계산이었고, 이 계산은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일요일엔 거의 다 내려갔고 사진을 찍겠다고 남아 있거나 우리처럼 일요일을 택해 온 사람들이 우리를 포함해 열 다섯 정도 되었습니다.
다섯시에 산장에 도착했는데 거기는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그냥 산장 안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감옥(어떤 사람의 말을 빌리면)같은 곳이었습니다. 가자마자 짐을 정리해 놓고는 우리 팀은 술자리를 벌렸는데 혼자서 온 네 사람을 불러 같이 먹고 마시다보니 우리가 가져 간 술, 그분들이 가져 온 술을 다 동낸 것이 아홉시였습니다. 더 마실래야 마실 술이 없으니 자연 자리는 파했고, 늦게서 올라온 서울 어느 청소년캠프의 아이들과 인솔자 16명이 와서 산장은 조금 혼잡했습니다. 보일러를 가동하니 너무 더워 다들 깊은 잠을 못 이루는 모습이었고 저도 열한시 반에 밖에 나가봤습니다.
마침 눈이 그치고 하늘에 잔별들이 총총한데 구름으로 덮힌 산 아래서 아름다운 빛이 하늘 끝에 보여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이런 날이 내일 아침까지 지속되기를 몇 번이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다섯시였습니다. 밖에 날씨가 무척 궁금해 나가려했더니 이미 나갔다가 오신 분이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갔더니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그쳐다오, 30분만 그쳐다오 했는데 무정한 눈은 쉬지 않고 아홉시가 넘도록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말대로 사진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내려왔지만 눈 덮힌 길을 눈을 맞으며 내려오는 것도 군에서 경험하고는 처음이라 무척 흐뭇했습니다.
어제 밤에 보았던 그 덕유산의 모습은 비록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했어도 제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덕유산에 빠져서 15년 째 덕유산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전주 영생고등학교의 박찬규 선생님, 광명에서 온 일출, 일몰전문 사진인 전병선 님, 천안에서 왔던 삼성전자의 손호걸 님 비록 하룻밤의 만남이었지만 오래 기억할 이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만남이 좋아서 저는 사진을 찍는다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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