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준비하며

2003. 1. 12. 20:04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제가 몸담고 있는 서울포토클럽이 2월 중순에 전시회를 합니다.
서울포토클럽은 1991년 부터 격년제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제 6회 전시회를 하게 되습니다. 계획대로라면 2002년 1월에 했어야하는데 여러 곡절이 많아 1년이 연기되어 2003년에 하게 된 것입니다. 서울포토클럽은 회원 수가 늘 40여 명이 되었는데 지난 3년 사이에 여러 잡음이 있어 많은 회원들이 빠져나갔고 더 이상 충원이 되지 않아 지금은 16명에 불과한 회원만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규모로 하는 것은 마음에 차지 않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작은 규모로나마 이제 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 사진동호회들이 매년 전시회를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격년제로 했습니다. 전시회를 여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매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번 전시회를 가질 때면 회원들이 부담해야하는 돈이 50만원 정도입니다. 전시공간 대관료가 하루에 198,000인데 예총회관 두 개의 전시실 중에 하나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 번 1,2전시실을 함께 썼는데 이번은 1전시실만 씁니다. 전시작품을 인화하고 액자에 넣는 돈도 무시 못합니다. 요즘은 슬라이드필름을 직접 인화하지 않고 디지털로 작업하여 많이 저렴하여 졌지만(16*20이 1만원 정도) 예전에 슬라이드 인화는 20*24가 24,000정도 하였습니다. 액자는 합성수지로 하면 3만원 안팎이나 원목으로 하면 6,7만원이 넘어갑니다. 거기다가 전시작품을 책으로 만드는데 보통 6,7백만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원 한 사람당 50만원을 부담해도 부족하여 스폰서로 2백만원 정도를 끌어와야 빠듯하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포토클럽에서 다섯 번 전시회를 하는 동안 네 번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제가 좀 빠져 보려고 했는데 일을 추진하다보니 또 끼지 않고는 어려울 것 같아 이것 저것 참견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회가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이 사진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는다고 폼 잡고 다니는 사람들이니 사진이야 다 준비된 것이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막상 전시회를 하려면 마땅한 사진이 드믑니다. 평소에 사진을 찍는다고 다녔으니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남들 보기에 좀 뛰어나지 못한 사진을 내걸기는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다른 사람의 사진은 다 좋아보이는데 자기 것은 거기에 비해 좀 떨어지지 않나 하는 속마음도 작용합니다. 겉으로야 말하지 않지만 늘 서로 자신이 사진만은 자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시회는 여러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어나서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어도 한달에 한 번, 또는 매주 나가서 사진을 찍고 품평회할 때마다 좋았다고 평가를 받고 했어도 전시회에 내어 놓으려면 다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도교수 님이 선정해준 작품도 자기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바꾸고,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지만 시간은 촉박하고 갈등에 싸이게 되는 것이 전시회를 앞둔 사람들 마음일 것입니다.
이런 모든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집행을 맡은 사람은 냉정하게 일을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봄부터 전시회를 한다고 준비하라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늦장을 부려왔는데 이제 정말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편집하고 제판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지체를 하면 전체에게 누가 되서 나중에 교정을 볼 시간도 없게 됩니다.
이제 전시회를 할, 열 세람의 사진이 넉 점씩 52점이 확정됬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막판 까지 전시회에 참여한다 안 한다를 계속 반복하여 전체 수를 확정하지 못해 사진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하고, 3점으로 할 것인지 4점으로 할 것인지를 계속 번복하다보니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반은 끝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