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2002. 12. 31. 08:40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늘 수식어처럼 붙는 '다사다난'이란 말이 이제는 지겹습니다. 다시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 서 있자니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가진 사진기와 렌즈의 변동이 심해 기록부를 바꿨는데도 다시 많이 변해 낯이 뜨겁습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것은 기록에 남아 있지도 않지만 94년 부터는 사고 판 것을, 모델 이름과 고유번호, 가격과 매매업체를 날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창기 것들도 대충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 놓았지만 오래 된 것이다보니 더러 빠진 것도 있습니다.
두꺼운 대학노트 한권이 부족할 정도이니 제가 사고 판 것이 얼마나 많은지... 웬만한 시골 사진기점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것이 농담이 아닙니다. 지난 15년 간 제 손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남아 있는 것들은 정말 부지기수입니다. 그 많은 것들이 다 필요해서 샀거나 필요없어서 판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용도파악도 없이 샀고, 조금 쓰다가 실증이 나면 그냥 팔았습니다. 그 와중에서 깨어진 돈이 소형 승용차 한 대 가격보다 많을 것이라는 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들어와서 라이카를 장만하고, 린호프를 산다고 펜탁스645를 세트로 샀다가 날렸고, 호스만45FA가 사라졌습니다. 오래 가지고 있던 펜탁스 SMC-FA 85mm f/1.4, 24mm f/2.0, 그리고 SMC-M 35mm f2.0도 헐값에 날렸습니다. 사진기도 Z-5P, ME-F를 보냈습니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을 텐데 엊그제 다시 펜탁스 28mm와 고무라논 24mm를 구입하고 펜탁스 SUPER-A를 샀습니다...
이렇게 사고 파는 것이 무슨 취미처럼 되었으니 사진을 잘 찍기보다 더 좋은 사진기와 렌즈를 구입하는 것에 열을 올린 한 해가 된 것입니다.
지난 3일 간 구례, 하동, 순천으로 여행을 갔는데 어떤 사진기를 가지고 갈 것인지가 무척 고민이었습니다. 그냥 사진만 찍으러 간다면 당연히 펜탁스67을 가지고 갔을 것인데 답사를 겸한 연수여서 제가 사진을 찍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지를 않아 고민한 것입니다.
짐을 가볍게 챙긴다고 라이카SL2와 19mm, 35-70mm, 135mm를 챙기고 다른 분들 기념사진을 찍을 코니카 3a와 올림프스 XA4를 가져갔습니다. 3a는 50mm가 장착되어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엔 조금 부족하고 XA4는 28mm가 장착되어 기념사진에는 적합하나 사람이 너무 작게 나와 둘을 다 가져간 것입니다.
또 한번 깨달은 것이 사진을 찍을 때는 하나의 사진기면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습니다. 이 사진기, 저 사진기를 동시에 쓸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으면서도 두 세 대의 사진기를 가져가는 것은 낭비이고 사치일 뿐입니다... 그냥 사진기 하나에 렌즈 한 두 개면 충분한 것을 마치 사진기가 많으니 구경들 하시라는 것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녔습니다. 날이 추우면 렌즈 바꿔끼기도 귀찮고, 시간에 쫒기면 사진찍을 시간도 없다는 것을 늘 알면서도 왜 여행을 떠날 때는 많이 가지고 가려는 욕심이 생기는지... 매번 현지에 가서는 깨달으면서도 집을 떠날 때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또 욕심이 앞서나 봅니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새해에는 더 이상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것이 비록 부질없는 욕심이란 것을 잘 알면서도 다짐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고 싶은 까닭이겠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빕니다.
저무는 2002년 12월 31일에 마루 올림
제가 가진 사진기와 렌즈의 변동이 심해 기록부를 바꿨는데도 다시 많이 변해 낯이 뜨겁습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것은 기록에 남아 있지도 않지만 94년 부터는 사고 판 것을, 모델 이름과 고유번호, 가격과 매매업체를 날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창기 것들도 대충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 놓았지만 오래 된 것이다보니 더러 빠진 것도 있습니다.
두꺼운 대학노트 한권이 부족할 정도이니 제가 사고 판 것이 얼마나 많은지... 웬만한 시골 사진기점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것이 농담이 아닙니다. 지난 15년 간 제 손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남아 있는 것들은 정말 부지기수입니다. 그 많은 것들이 다 필요해서 샀거나 필요없어서 판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용도파악도 없이 샀고, 조금 쓰다가 실증이 나면 그냥 팔았습니다. 그 와중에서 깨어진 돈이 소형 승용차 한 대 가격보다 많을 것이라는 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에 들어와서 라이카를 장만하고, 린호프를 산다고 펜탁스645를 세트로 샀다가 날렸고, 호스만45FA가 사라졌습니다. 오래 가지고 있던 펜탁스 SMC-FA 85mm f/1.4, 24mm f/2.0, 그리고 SMC-M 35mm f2.0도 헐값에 날렸습니다. 사진기도 Z-5P, ME-F를 보냈습니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을 텐데 엊그제 다시 펜탁스 28mm와 고무라논 24mm를 구입하고 펜탁스 SUPER-A를 샀습니다...
이렇게 사고 파는 것이 무슨 취미처럼 되었으니 사진을 잘 찍기보다 더 좋은 사진기와 렌즈를 구입하는 것에 열을 올린 한 해가 된 것입니다.
지난 3일 간 구례, 하동, 순천으로 여행을 갔는데 어떤 사진기를 가지고 갈 것인지가 무척 고민이었습니다. 그냥 사진만 찍으러 간다면 당연히 펜탁스67을 가지고 갔을 것인데 답사를 겸한 연수여서 제가 사진을 찍을 시간이 충분할 것 같지를 않아 고민한 것입니다.
짐을 가볍게 챙긴다고 라이카SL2와 19mm, 35-70mm, 135mm를 챙기고 다른 분들 기념사진을 찍을 코니카 3a와 올림프스 XA4를 가져갔습니다. 3a는 50mm가 장착되어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엔 조금 부족하고 XA4는 28mm가 장착되어 기념사진에는 적합하나 사람이 너무 작게 나와 둘을 다 가져간 것입니다.
또 한번 깨달은 것이 사진을 찍을 때는 하나의 사진기면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습니다. 이 사진기, 저 사진기를 동시에 쓸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늘 알고 있으면서도 두 세 대의 사진기를 가져가는 것은 낭비이고 사치일 뿐입니다... 그냥 사진기 하나에 렌즈 한 두 개면 충분한 것을 마치 사진기가 많으니 구경들 하시라는 것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녔습니다. 날이 추우면 렌즈 바꿔끼기도 귀찮고, 시간에 쫒기면 사진찍을 시간도 없다는 것을 늘 알면서도 왜 여행을 떠날 때는 많이 가지고 가려는 욕심이 생기는지... 매번 현지에 가서는 깨달으면서도 집을 떠날 때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또 욕심이 앞서나 봅니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새해에는 더 이상의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것이 비록 부질없는 욕심이란 것을 잘 알면서도 다짐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고 싶은 까닭이겠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빕니다.
저무는 2002년 12월 31일에 마루 올림
'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회를 준비하며 (0) | 2003.01.12 |
---|---|
가랑잎이 솔잎 나무란다구... (0) | 2003.01.04 |
사람과 사진과 사진기 (0) | 2002.12.22 |
좋은 사진이란... (0) | 2002.12.15 |
명품에 대한 다른 생각 (0) | 2002.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