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진과 사진기

2002. 12. 22. 11:38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제가 이런 제목으로 카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야후경매에서 우연히 알게된 김원철이란 분이 다음카페에 "카메라하우스"라는 카페를 만들었는데 제가 거기에 소모임으로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제대로 활동도 못하면서 이름만 걸어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카페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폐쇠명령을 받아 부득이 문을 닫게 되어 거기에 가입했던 분들을 위해 카페를 하나 만들게 된 것입니다.
처음 생각은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하려했다가 칼럼과 같은 이름으로 했습니다.
제가 늘 사람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이 다른 생명체보다 더 존귀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다 소중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 사람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사람보다 다른 것들을 더 소중히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사람답지 않다고 속으로 나무랍니다. 개나 고양이, 그 밖의 많은 것들이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 늘 사람이 더 귀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사진이 좋아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냥 좋아서 할 뿐이지 무슨 거창한 이유를 대거나 괜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진은 그냥 사진이면 됩니다. 몰론 자기 혼자 좋아하는 사진보다는 남들도 다 좋아하는 사진이면 더 좋겠지만 스스로 찍는 것에 만족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됬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름이 높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서 감탄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사진이었고, 그런 사진들이 왜 좋은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의 사진이 더 좋다고 생각될 때가 휠씬 많았습니다. 이것이 제 수준이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그저 제가 찍는 보잘것 없는 사진에 만족할 뿐입니다.
사진기는 사진을 찍을 때에 반드시 있어야할 필수품이니 사진을 얘기하면서 사진기를 빼어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도 여남은 개의 사진기를 가지고 있고 늘 그것들을 만지는 재미가 제게는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어느 사진기가 더 좋고 나쁘고를 얘기하기 전에 사진기는 제 삶의 동반자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욕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 욕 먹을 짓을 많이 합니다. 남이 감추고 싶어하는 부끄러운 것이나 슬픈 것들을 몰래라도 찍으려합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을 눈만 피하면 들어갑니다. 남의 사생활도 기회만 닿으면 침범합니다. 애써 가꾼 농작물도 자기 사진을 위해 짓밟습니다.... 이런 사진인이 되면 안됩니다. 내가 꼭 찍고 싶어도 남이 찍히기를 싫어한다면 찍지 않는 것이 사람의 예의입니다.
사진을 한다고 남의 눈쌀 찌푸릴 일을 하면 안됩니다. 사진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신의 즐거움 때문에 한다고 솔직히 생가하십시오. 사람들이 자신의 하는 일에 의미부여를 좋아하는데 사진에 무슨 큰 의미를 부여해봤자 어떤 득이 되겠습니까? 결국 남을 기만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 동지들은 사진기가 좋아서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씀 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적어도 우리 회원들은 사진기가 사진을 찍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사진기가 좋고 나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진을 찍는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저도 비싼 사진기, 남들이 시기하고 싶을 사진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진기 들고 다니며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사진을 찍기 위해 들고 나갈 뿐입니다..
얼마 전에 라이카클럽 장터에 24mm f2.8 렌즈가 65만원에 나온 것이 있었습니다. 가방속에서 렌즈 뒤 캡이 벗겨져 가는 흠이 몇 개 생겼다고 합니다. 겉은 멀쩡하고 사진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단지 렌즈에 가 있는 실같은 흠이 있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폼으로 사진을 찍는 분이 아니라면 절호의 기회이니 놓치지 말라고 올려 놓았습니다.
사고 싶었습니다. 정상적 가격이 120만원을 넘어가는데 그 절반 가격이라니 마음이 땡겼습니다. 그래도 알아보고 사야겠다 싶어 렌즈를 잘 아시는 분께 전화드렸더니, 렌즈 앞면에 흠이 있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뒷면은 흠이 있으면 상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고, 작은 크기의 사진에서는 표가 나지않아도 크게 확대하면 선명하지 못할테니 사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 잘 알고 있으면 손해보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또 하나 배웠습니다. 저는 렌즈에 곰팡이가 낀 것이 아니라면 작은 흠은 문제가 안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늘 배우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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