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200mm f/1.8 L. USM

2003. 3. 18. 09:3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결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쓰던 대포 렌즈가 요즘 공갈포(?)가 됬다고 한다. 세상 참 알 수가 없다.
캐논 EF 200mm f/1.8 L. UD USM 10군 12매, 발매 가격 513,000엔.
이 렌즈의 생산량이 얼마 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아마 생산량의 80% 이상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결혼식 야외 촬영에 이 렌즈를 쓰지 않는 사진인이 있다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널리 보급이 되어 있었다. 이 렌즈가 얼마나 좋은 것이냐는 내가 얘기할 것이 아니지만 결혼 사진을 하는 사진관에서 이 렌즈가 없다면 이상하게 생각될 만큼 만이 쓰인 것이다. 렌즈의 성능을 떠나서 이 렌즈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보통 사람은 줘도 쓰지 못할 것이다. 알미늄박스에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렌즈 하나만으로도 7,8kg은 되지 않을까 싶다.
200mm 렌즈는 밝기가 f/2.8만 되어도 엄청 밝아 보이는데 그 구경이 77mm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렌즈는 앞 구경이 120mm는 되어 보인다. 앞 구경에 크면 클수록 렌즈를 가공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특수 용도로나 만들면 모를까 굳이 이렇게 밝은 렌즈를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 아마 그냥 시험삼아 만든 것이 한국에서 잘 팔려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도 해본다. 이 렌즈는 우리 나라가 아니면 구경하기 힘들 것이다. 일반적인 용도에 쓰기엔 너무 비싸고 크기 때문이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데 웨딩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쓰다가 이젠 웨딩사진을 한다하면 누구나 이 대포를 가져야되는 것처럼 널리 쓰인다.
보통은 EOS5에 이 렌즈를 장착해서 쓰던데 필름은 코닥에서 나온 감도 25의 엑타칼라를 주로 쓴다고 들었다. 이 렌즈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그 무게도 3kg 안팎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렌즈를 쓰는 사람들은 삼각대를 대부분 슬릭 그랜드마스타를 쓰고 있었다.
이 렌즈가 한창 유통될 때는 서울에서 350만원을 왔다갔다한다고 한다. 그리고 없어서 못 팔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코닥의 엑타칼라 25 필름이 생산 중단된 후에는 이 렌즈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엊그제 가보에서 들으니 아주 깨끗한 신품 가까운 것이 140만원에 들어온다고 한다. 일본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서 그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도 인기가 없어 아주 깨끗한 것들은 일본으로 다시 간다고 한다.
350만원에도 못 사던 렌즈가 150만원에 거래되니 이것이 사진기 세계인가 보다. 내게 캐논 EOS 바디가 하나 있다면 이 렌즈를 사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200mm f/1.8이니 2배 컨버터를 쓰면 400mm f3.8이 아닌가? 그 정도라면 비싼 가격이 아닌 것이다.
일제 사진기와 렌즈 가격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다 올려 놓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캐논에서는 이 렌즈로 벌어드린 돈이 꽤 될것이다. 그리고 이 렌즈 때문에 사진기도 많이 팔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기를 아직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쯤 EOS 바디와 이 렌즈를 산다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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