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경매를 보며

2003. 3. 17. 19:30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사진기를 경매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야후 경매에 들어가면 날마다 900여 개의 사진기가 경매에 올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등록된 사진기들은 현재 시판되는 신형 사진기보다 한시대 지나간 구형이나 중고 사진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금은 보기 힘든 50년대의 클래식 사진기가 많이 올라오는데 그 가격은 들쑥날쑥이다. 그런 사진기들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나 일반인이 쓰기엔 너무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권고사항을 보면 수집용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나온다. 이런 사진기들의 가격은 내가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지금 쓰고 있는 사진기들은 대충 알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이 나오는 캐논의 수동사진기, AE-1이나 미놀타 X-300, 니콘의 F3, 펜탁스의 P50 같은 것들은 시중에서 지금 많이 거래되기 때문에 대충 그 가격을 알 수가 있고, 니콘의 FM2나 캐논의 EOS5도 그 가격이 빤하다... 그런데 그 경매에 제시된 가격을 보면 사진기를 팔려고 내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장난삼아 내어놓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무슨 얘기냐하면 시중에서 3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사진기의 경매 제시 가격이 50만원으로 제시된 것을 흔히 본다. 오림프스 L2나 L3의 가격을 보면 시중보다 적어도 20%이상이 높다. 아마 자기가 살 때의 가격이 높았기에 그런 가격을 제시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싶지만 사진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보면 상당히 우습다. 특히 소련제 제니트 사진기 풀세트의 가격이 50만원대에서 10만원대에 까지 아주 다양하게 나오는데 그것의 시중가격은 15만원이면 충분하다. 거기다가 300MM 망원렌즈의 마운트를 개조한 제니트 렌즈의 가격도 시중에서 1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데 경매에 나온 가격은 25만원이다...
나도 이 경매에서 사진기를 서너 개 구입했는데 그것이 가격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격이 좀 높아도 산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은 시중가격보다 휠씬 싼 것도 있었다. 아마 시세를 잘 몰라서 올렸거나 빨리 팔아치우기 위해 올려 놓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발견하면 나도 얼른 사려고 하는데 나만 약은 것이 아니어서 남에게 낙찰되는 것도 많았다.
경매제도는 상당해 매력있는 방법인데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시중보다 더 싸야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정한 제품의 가격은 서로 큰 차이가 없어야하고, 인터넷 경매다보니 100%신용을 믿고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다른 사람이 올린 것은 보지도 않는지 똑 같은 기종의 모델 가격이 이미 올라와 있는 것보다 두세 배씩 높게 올려놓기도 하고, 물건의 상태를 대부분 양호라고 해놓는데 좀 더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올바른 경매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확실하게 입찰하라고 늘 얘기가 나오지만 경매에 물건을 올리는 사람들도 정확한 조사를 해서 올려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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