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19. 17:06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나는 중고 사진기만 산다...
새것이란 것이 들어오지 못하던 때에 사진을 시작하였으니 당연히 중고만 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처음에 살 때는 박스에 들어있던 신품을 샀다. 학교로 찾아온 외판원에게 샀으니 그것이 중고일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나서 며칠 뒤에 남대문에 나갔더니, 30만원이면 살 수 있던 것을 45만원에 산 것임을 알았다. 박스에 들어있든 밖에 나와 있든 사진기는 똑 같은 것이었다.
그 후로는 늘 중고 밖에 살 수가 없었다. 백화점에서 신품이라고 파는 것들도 밀수로 들어온 중고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고급 사진기는 수입선 다변화 정책에 묶어 일제의 수입이 허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그러니 아무리 신품이니, 박스에 들어있는 것이니 해도 정식 수입품은 아닌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사진기 상점에 나가보면 어디서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일제든 독일제든 최고급품에서 부터 저렴한 구형 까지 다 갖춘 곳이 많다. 난 늘 이게 의문이다. 어떻게 누가 가져 왔을까?...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그저 구하고 싶은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이 중고 제품들의 가격이 들쑥날쑥이란 것이 문제다. 어느 곳이나 가격이 다 다르다. 또하나, 눈으로 보는 것외는 그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싸게 사고나면 혹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고, 비싸게 사고나면 바가지 쓴 것은 아닌가 의문이 생긴다.
마음에 드는 사진기를 샀는데 그것이 바가지를 썼다고 하면 당장에 그 사진기에 대한 애착이 식어진다. 또 썩 괜찮은 것 같은 사진기도 어딘가에 흠이 있어 수리를 해야한다고 하면 그 사진기에 대한 애정이 식어진다. 차라리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정하게 거래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중고라고 해도 그 나름의 가격이 형성되어야하지 않을까? 이런 면은 일본이 정확하다고 한다. 나는 일본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일제 사진기를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운데 일본에서는 속여 팔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진짜 일본은 차이가 있겠지만 장사에서 남을 속이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중고를 사고 팔 때도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기를 사는 사람이나 사진기점은 어찌 보면 공생의 관계인데 서로가 믿지 못한다면 그것보다 아쉬운 일도 드물 것이다. 싸고 비싸고를 떠나 상호간에 신뢰가 없다면 거래되는 사진기와 렌즈도 늘 꺼림칙하게 생각될 것이다.
나는 다행이 10년이 넘게 거래하는 단골 사진기 점이 있어 여기에 대해서는 한번도 걱정을 해본 적이 없지만 많은 사진인들이 고민하는 부문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도 중고제품을 평가해서 가격을 조절해주는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기관이 아니더라도 공신력있게 판단해주는 기관이 있다면 소비자나 판매자의 불만이 휠씬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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