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보다도 더 흔들리기 쉬운
2003. 3. 23. 19:35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오래 전에 가보카메라에서 120롤 필름을 쓰는 호스만 6*9판 사진기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사진기를 다룰 줄도 모를 때인데 아는 분이 좋은 사진기라고 하길래 그냥 샀던 것입니다. 나중에 그것을 내어 놓고 4*5시트필름을 쓰는 '호스만 FA45'를 샀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대형사진기인데 흔히 말하는 테크니컬 필드카메라입니다. 사진기를 산 다음에 시트필름을 사다가 암백 속에서 필름을 장착도 해봤고 사진도 찍어봤습니다만 제가 쓰기엔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필름장착을 하는 것도 실수하면 반대로 들어가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니 실수하기 쉽고, 노출계로 노출을 재서 해서 잘 나오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 빛 반사가 심할 때, 편광필터를 끼우고 조절해도 반사를 다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리유리라고 하나요? 반사장치없이 그대로 스크린위에 나타나는 반대영상을 제대로 잡으려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한여름에 들고 나가면 땀을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삼각대가 작은 것들(매프로토055 정도)은 흔들려서(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 사진기를 조작할 때) 삼각대도 꼭 대형(맨프로토 058)을 가지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별로 쓰지 않게 되어 그냥 가방속에 넣고 있다가 얼마 전에 90mm, 150mm, 210mm 렌즈와 노출계, 필름홀더 등을 세트로 다 넘겨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돈으로 남들이 자랑하는 라이카의 마지막 SLR로 불리우는 '라이카 SL2'를 하나 샀습니다.
제자가 와서 묻기를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정말 좋더냐고 하는데 제가 라이카를 가진 것은 그 사진기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지 라이카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라이카사진기로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찍은 사진이 펜탁스로 찍은 것보다 낫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별로 쓰지 않고 있는 일제 '호스만4*5FA'보다는 그냥 가지고 있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라이카 SL2'가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야후경매에 보니까 린호프4*5 사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 린호프사진기를 보니까 또 사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린호프와 호스만은 이름으로야 비교가 안되는 것이지만 사실 호스만에 쓰는 렌즈도 다 슈나이더 아포 렌즈나 슈퍼 렌즈니까 렌즈 차이는 없습니다.
쓸모가 없다고 팔아버리고는 다시 사고 싶은 이 마음, 정말 냇가의 갈대보다도 더 흔들리기 쉬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기 하나만 달랑 산다면 한번 해볼만 하겠지요. 그러나 그 사진기를 사게 되면 렌즈를 구입하느라 또 한동안 끙끙거릴 것이고, 노출계, 파인더 등 해서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갈 것입니다.
괜히 이런 핑계를 대는 심정은 아마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포도'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여우가 포도를 보면서도 따 먹을 수가 없자, 저 것은 먹어봤자 맛이 싩 테니 안 먹는 것이 나을거야, 하고 떠나갔다는 얘기. 제가 지금 살 여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위안을 삼는 것이지요.
저는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이 흔들리는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 그것이 걱정입니다.
하와이에 다녀온 정배 님 말씀에 의하면 이미 다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우리 나라, 아니 저는 시대에 뒤떨어진 탓인지 아직도 옛날 사진기에 매달려 있으니 이것도 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필름장착을 하는 것도 실수하면 반대로 들어가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니 실수하기 쉽고, 노출계로 노출을 재서 해서 잘 나오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 빛 반사가 심할 때, 편광필터를 끼우고 조절해도 반사를 다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리유리라고 하나요? 반사장치없이 그대로 스크린위에 나타나는 반대영상을 제대로 잡으려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한여름에 들고 나가면 땀을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삼각대가 작은 것들(매프로토055 정도)은 흔들려서(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라 사진기를 조작할 때) 삼각대도 꼭 대형(맨프로토 058)을 가지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별로 쓰지 않게 되어 그냥 가방속에 넣고 있다가 얼마 전에 90mm, 150mm, 210mm 렌즈와 노출계, 필름홀더 등을 세트로 다 넘겨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돈으로 남들이 자랑하는 라이카의 마지막 SLR로 불리우는 '라이카 SL2'를 하나 샀습니다.
제자가 와서 묻기를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정말 좋더냐고 하는데 제가 라이카를 가진 것은 그 사진기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지 라이카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라이카사진기로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찍은 사진이 펜탁스로 찍은 것보다 낫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별로 쓰지 않고 있는 일제 '호스만4*5FA'보다는 그냥 가지고 있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라이카 SL2'가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야후경매에 보니까 린호프4*5 사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 린호프사진기를 보니까 또 사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린호프와 호스만은 이름으로야 비교가 안되는 것이지만 사실 호스만에 쓰는 렌즈도 다 슈나이더 아포 렌즈나 슈퍼 렌즈니까 렌즈 차이는 없습니다.
쓸모가 없다고 팔아버리고는 다시 사고 싶은 이 마음, 정말 냇가의 갈대보다도 더 흔들리기 쉬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기 하나만 달랑 산다면 한번 해볼만 하겠지요. 그러나 그 사진기를 사게 되면 렌즈를 구입하느라 또 한동안 끙끙거릴 것이고, 노출계, 파인더 등 해서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갈 것입니다.
괜히 이런 핑계를 대는 심정은 아마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포도'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여우가 포도를 보면서도 따 먹을 수가 없자, 저 것은 먹어봤자 맛이 싩 테니 안 먹는 것이 나을거야, 하고 떠나갔다는 얘기. 제가 지금 살 여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위안을 삼는 것이지요.
저는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이 흔들리는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 그것이 걱정입니다.
하와이에 다녀온 정배 님 말씀에 의하면 이미 다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우리 나라, 아니 저는 시대에 뒤떨어진 탓인지 아직도 옛날 사진기에 매달려 있으니 이것도 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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