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2003. 3. 23. 19:4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가을이 저물어갑니다.
저는 이 무렵이 되면 종묘에 있는 떡갈나무를 찾아갑니다. 단풍이 곱기로 말한다면 단풍나무의 붉은 단풍을 많이 얘기하지만 제가 볼 때 제일 아름다운 단풍은 떡갈나무 단풍입니다.
떡갈나무의 푸르던 잎이 가을 빛에 물들어 갈 때 보면, 푸른 색과 붉은 색, 노란 색이 같이 나타나서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떡갈나무는 다른 곳에도 많지만 종묘 들어가면서 우측에 있는 두 그루가 나무도 튼실하고 잎도 커서 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이 떡갈나무는 봄에 잎이 필 때에도 연두색 고운 빛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데 가을에도 예쁘게 물듭니다.
저는 오늘 남이섬에 갔다왔습니다.
처음 길을 나설 때는 춘천에서 구성포가는 길로 구봉산 느랏재 근처에 가서 단풍과 안개를 찍으려 했는데, 오늘 기온이 너무 내려가서 안개가 피지를 못한 것을 보고 그냥 남이섬으로 갔습니다.
제가 '남이섬가는 길'이라는 졸고에서도 말했지만 남이섬을 가는 길은 청평댐을 오른쪽으로 끼고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강과 산과 부자들의 별장들이 어울려 이국적인 모습이란 것이 아마 이런 것일 거다,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복장리부터는 길이 포장이 되지 않아 강변을 끼고 가는 길은 험해서 승용차로 다니기는 조금 무리였으나 요즘은 계속해서 강변을 끼고 갈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가평 부근이 막힐 때면 이 길을 이용하여 청평댐 앞까지 나올 수가 있어 샛길로도 좋습니다.
오늘 그 길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단풍이 어찌나 곱게 들었던지 사진으로는 찍지 못했어도 눈으로는 아주 가을을 만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기온이 떨어져 물안개도 볼 수 없으니 이제 가을이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가을이 지나면 내년에 다시 찍으면 되지 하는 분들도 많지만 한번 지난 가을은 다시 오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남이섬 입장료가 5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제가 작년에 갔을 때는 3400원이었는데 무려 50%가까이나 인상이 된 것입니다. 여기도 이제는 입장료가 조금 부담스런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입장료가 비싼 곳은 두 번 갈 것을 한번으로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남이섬의 오늘은 많이 차가웠습니다.
소스리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색종이 날리는 것처럼 날렸습니다. 저렇게 낙엽이 날리니 이제 가을도 다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이섬의 나무들이 헐벗을 때가 왔으니 이제 시간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서 있음을 알게 합니다. 남이섬의 명물로 통하는 억새꽃도 이제 그 하얀 솜털을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낙엽이 날리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았다는 옛 시귀절이 아니더라고 이제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다 아실 것입니다. 겨울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춥지 않게, 올 겨울도 춥지 않게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또 한번 바람이 불어 사진기와 렌즈 몇 개를 처분하고 다시 샀습니다.
4*5판을 사려고 하던 생각을 접은 대신에 6*9판 아주 구형 린호프사진기를 샀습니다. 105mm /3.5 렌즈가 표준으로 달린 것인데 거기다가 광각으로 65mm f/8 수퍼 앙구논 렌즈를 하나 더 구비했습니다. 그리고 라이카 19mm f/2.8 렌즈를 하나 샀습니다.
제가 판 것은 펜탁스645세트를 150만원에, 펜탁스 24mm f/2.0, 35mmf/2.0, 85mmf/1.4 를 각 40만원, 10만원, 65만원에, 그리고 펜탁스 Z-5P를 40만원에 팔았습니다.
매 번 더 이상은 없다고 해놓고 자주 집사람에게 손 벌리다보니 정말 면목없지만 당분간은 새로 산 사진기와 렌즈 때문에 추운 줄 모르고 지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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