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 플래시

2003. 3. 24. 21:02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며칠 전에 가보에 나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웬 예쁜 아가씨와 그 어머니, 친구가 함께 와서는 사진기 플래시를 사려다가 그냥 나가는 것을 보았다. 캐논 EOS-5를 쓰는데 거기에 맞는 전용 플래시를 싼 가격에 달라는 것이다. 34만원에 들어오는 것이니 35만원 이하로는 줄 수 없다는 사장의 말에 옥신각신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기분이 좋지않은 모습으로 휑하니 나가는 것이었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사진기 가격은 신품을 팔 경우 가격의 10%도 남지 않는다. 어떤 공산품이든 적어도 마진이 10% 이상은 보장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진기 가격은 그렇지 못하다. 공급 업체에서 소비자 권장 가격을 적어 놓은 것을 보면 120만원인데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많아야 90만원이다. 아마 공급 업체에서는 그렇게 받으면 적어도 30% 정도의 유통마진이 확보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33만원에 들어오는 플래시를 35만원 받고 판다면 파나마나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왜 그렇게 싼 가격으로 내어놓느냐고 물었더니 업체간 경쟁이 심해서 소비자가 옆의 가게에 가서 옆집은 35만원에 준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얼마에 줄거냐 하면 34만 5천원에 준다는 것이다... 이런 한심한 유통구조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 나라 사진기 유통의 현실이다.
캐논에서 나온 것이 아닌 시그마나 비비타, 썬팍 등에서 나온 동급 플래시는 그 가격이 오리지널 제품보다 50% 이상 더 싸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우리 나라 사진인들은 반드시 사진기와 같은 상표의 플래시를 쓰려고 한다. 거기다가 더 웃기는 것은 수입상사에서 "정품"이라고 딱지를 붙인 것만 사고자 한다. 그럼 다른 것은 비품이란 말인가? 수입할 때. 정식으로 수입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일 뿐인데도 말을 믿지 않고 꼭 정품이라고 하는 것을 사려한다. 그 정품이란 것은 곽에 붙어 있는 딱지 한 장 차이인데 어떻게 그것을 믿는다는 말인가... "고창수박"이란 딱지는 과일가게 아줌마는 다 가지고 있던데...
사진기 플래시는 보조 장비일 뿐이다. 그리고 사진기 제조업체에서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주문자 상표로 만든 것이 상표 때문에 가격만 비싼 것이다. 제조업체에서는 자기네 상표를 쓰라고 권장하는게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느 회사가 자기네 물건을 팔면서 다른 회사 부속을 쓰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이해하지만 사진기 회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꼭 그것을 쓰라고 권장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기들이 무슨 그 업체 홍보요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정품을 쓰라고 권하는데 그런 얼치기들 때문에 나가는 외화가 천문학적 액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일 것이다.
예전에는 사진기제조업체에서 나오는 것이 비싸니까 플래시만 만드는 회사 것들을 많이 썼다. 독일의 메츠는 너무 유명하여 얘기할 필요도 없지만 일본의 썬팍, 내셔날, 카고, 스타블라이츠, 비비타 등의 것들이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많이들 사용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자동초점 사진기가 보급되면서 플래시 까지도 사진기업체의 상표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일본 업체들만 꿩먹고 알먹는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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