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말씀
2003. 3. 24. 08:57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지난 금요일에 받은 전화 한통이 저를 매우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전에 여기서 얘기했던 고창호 선생님이 제게 차를 대접하시겠다고 다시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두시에 종로에 있는 가보카메라에서 만나뵙기로 시간 약속을 하고는 그 시간에 나가서 만나뵈었습니다.
고창호선생님은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어서 제가 "사진의 대가"라고 말씀을 드린다면 의아하게 생각하실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가 토요일에 만나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정말 이분이야말로 우리 한국 사진계의 대가시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가지며 더욱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마음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보자고 하신 것은 제가 두어 달 전에 선생님께 우송해드린 졸저 "사진 없는 사진이야기"를 보시고 저를 격려하고자 함이시었습니다만, 저는 그 자리가 너무 부끄러웠고 반성하는 자리가 되었기에 여기 선생님을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셔 대학에서 강의하시던 교수였습니다. 이미 30여 년 전에 교수로 재임하시다가 건강 문제로 교단을 떠나시고, 건강을 위해 사진기를 취미삼아 잡은 좀 특이한 경력을 가진 분입니다. 사진이 취미라고 말씀하셨지만 선생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추미가 아니라 30년이 넘게 연구한 학문이셨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진에 대한 전문서적을 가장 많이 가지시고, 읽으신 분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고창호선생님이라고 자신있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국내에서 출간된 책도 다 읽으시지만 외국에서 주문하여 소장하신 책이 서재를 꽉 채울만큼 많으십니다. 그 책들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어떤 책은 기백만원이 넘는 것도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집 옥상에 20여 평 되는 옥탑방을 만드시고 그 반은 서재로, 그 반은 스튜디오로 만드셔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기와 사진 작업으로 보내시는 선생님께서 외국사진가와 비평가 이름을 거명하실대마다 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고작 스티글리츠, 앗제, 잔더, 아담스, 웨스턴, 에반스, 카파, 브레송 정도인데 이들이야 다 오래 전 사람이고 사진한다고 하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이니, 제가 뭐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진가도 아니지만 최근에 활동하는 사진가 이름을 말씀하시고 그들의 작풍이나 사진에 대해서 말씀하시니 제가 아는 것이 있어야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본의 사진가들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일본의 대가들을 줄줄이 꿰고 계셨습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의 유명 사진가들 얘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산 사진 중에 선생님께 감동을 주는 작품이 별로 없다고 하시며, 그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제가 놀란 것입니다. 산 사진은 누가 찍어도 마찬가지지만 왜 일본의 산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더 돋보이느냐에 대해서 '일본 사진가들은 자신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라에 애국하고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야겠다'가 몸에 배어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유명 사진가의 전기나 일대기 형식의 글을 꼭 구해서 읽으신다고... 그러면서 얼마전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인도네시아 스카로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일본 여자가 누드집을 낸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저는 토픽에서 그 누드집 얘기를 보고 '미친 여자'로 생각했는데 '자기 나라에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다' 아니 누드집을 만든 것이 보답이 아니라 자신을 그렇게 키워준 나라에 자신의 자신있는 몸매라도 보여주는 것이 나라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밖에도 좋은 말씀이 너무 많아서 저는 부끄러우면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라에 애국하고 나라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자 사진을 찍는다는 얘기, 정말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나라의 참된 모습을 찍어서 남기자' 하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그들처럼 나라에 보답한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부끄러웠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웠습니다. 제가 취미로 하는 이 하잘것 없는 사진 찍기가 나라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부산이든 목포든 좋은 사진전람회가 있다면 꼭 찾아가서 보시고 오신다는 선생님 말씀에 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는 서울서 하는 전시회에 가는 것도 귀찮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꼭 전시회하는 작가를 만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고 오신다는 말씀을 들으며, 전시회장에 가면 휭하고 한번 들러나오는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어제 무척 많은 것을 배우고 반성하였습니다.
전에 여기서 얘기했던 고창호 선생님이 제게 차를 대접하시겠다고 다시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두시에 종로에 있는 가보카메라에서 만나뵙기로 시간 약속을 하고는 그 시간에 나가서 만나뵈었습니다.
고창호선생님은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어서 제가 "사진의 대가"라고 말씀을 드린다면 의아하게 생각하실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가 토요일에 만나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정말 이분이야말로 우리 한국 사진계의 대가시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가지며 더욱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마음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보자고 하신 것은 제가 두어 달 전에 선생님께 우송해드린 졸저 "사진 없는 사진이야기"를 보시고 저를 격려하고자 함이시었습니다만, 저는 그 자리가 너무 부끄러웠고 반성하는 자리가 되었기에 여기 선생님을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셔 대학에서 강의하시던 교수였습니다. 이미 30여 년 전에 교수로 재임하시다가 건강 문제로 교단을 떠나시고, 건강을 위해 사진기를 취미삼아 잡은 좀 특이한 경력을 가진 분입니다. 사진이 취미라고 말씀하셨지만 선생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추미가 아니라 30년이 넘게 연구한 학문이셨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진에 대한 전문서적을 가장 많이 가지시고, 읽으신 분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고창호선생님이라고 자신있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국내에서 출간된 책도 다 읽으시지만 외국에서 주문하여 소장하신 책이 서재를 꽉 채울만큼 많으십니다. 그 책들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어떤 책은 기백만원이 넘는 것도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집 옥상에 20여 평 되는 옥탑방을 만드시고 그 반은 서재로, 그 반은 스튜디오로 만드셔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기와 사진 작업으로 보내시는 선생님께서 외국사진가와 비평가 이름을 거명하실대마다 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고작 스티글리츠, 앗제, 잔더, 아담스, 웨스턴, 에반스, 카파, 브레송 정도인데 이들이야 다 오래 전 사람이고 사진한다고 하면 누구나 알만한 사람이니, 제가 뭐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진가도 아니지만 최근에 활동하는 사진가 이름을 말씀하시고 그들의 작풍이나 사진에 대해서 말씀하시니 제가 아는 것이 있어야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본의 사진가들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일본의 대가들을 줄줄이 꿰고 계셨습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의 유명 사진가들 얘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산 사진 중에 선생님께 감동을 주는 작품이 별로 없다고 하시며, 그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제가 놀란 것입니다. 산 사진은 누가 찍어도 마찬가지지만 왜 일본의 산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더 돋보이느냐에 대해서 '일본 사진가들은 자신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사진을 찍는 것으로 나라에 애국하고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야겠다'가 몸에 배어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유명 사진가의 전기나 일대기 형식의 글을 꼭 구해서 읽으신다고... 그러면서 얼마전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인도네시아 스카로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일본 여자가 누드집을 낸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저는 토픽에서 그 누드집 얘기를 보고 '미친 여자'로 생각했는데 '자기 나라에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다' 아니 누드집을 만든 것이 보답이 아니라 자신을 그렇게 키워준 나라에 자신의 자신있는 몸매라도 보여주는 것이 나라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밖에도 좋은 말씀이 너무 많아서 저는 부끄러우면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라에 애국하고 나라에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자 사진을 찍는다는 얘기, 정말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나라의 참된 모습을 찍어서 남기자' 하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그들처럼 나라에 보답한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부끄러웠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웠습니다. 제가 취미로 하는 이 하잘것 없는 사진 찍기가 나라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부산이든 목포든 좋은 사진전람회가 있다면 꼭 찾아가서 보시고 오신다는 선생님 말씀에 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는 서울서 하는 전시회에 가는 것도 귀찮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꼭 전시회하는 작가를 만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고 오신다는 말씀을 들으며, 전시회장에 가면 휭하고 한번 들러나오는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어제 무척 많은 것을 배우고 반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