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지 못하는 병...
2003. 3. 24. 21:11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요 며칠 방학이어서 어디 갈 곳을 찾다가 그냥 집에 주저앉아 이것저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불필요한 렌즈를 정리하고 싶었다. 살 때야 다 필요한 것 같아 샀지만 대부분 가방 속에서 햇빛 구경을 못하고 있는 것이 상당 수 있기 때문이다.
맨 먼저 라이카 90mm가 떠올랐다. 밝기가 f/2.8이긴 하나 지금은 2.0 시대이고, 그 넘버가 100만 번 대여서 아주 구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mm 마크로도 있고, 135mm 망원도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좀 낡아보이는 외관 덕에 45만원에 샀던 것이다.
그래서 이 렌즈를 40만원에 내어놓고 계산하니 가보의 외상 값이 65만원으로 팍 줄어들었다. 매우 흐뭇하였는데 또 다시 눈에 띄는 사진기가 있었다.
펜탁스 ME-F, 이것은 보기가 드문 것인데 게다가 블랙이었고 요즘 보기 드물게 깨끗하였다. 나는 사진기를 살 때 상면이 크롬으로 도색된 것보다 블랙으로 된 것을 더 선호한다. 그리고 작고 가벼운 것보다 크고 무거운 것을 더 좋아하는데 이 ME-F는 소형 경량화를 자랑하는 사진기였다. 즉 끌리는 마음과 멀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반인데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 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사진기도 주체하지 못하는데 또 사서는 안된다고 애써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여기저기 가방에 들어있는 사진기들이 열이 넘으니 누가 보면 사진기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클래식 카메라"란 책을 펼치니까 이 ME-F에 대하여 제법 상세하게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상당히 호의적인 내용이었고, AF 렌즈가 아닌 기존의 렌즈도 초점이 맞으면 불이 들어온다고 되어 있었다. 내가 맨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샀던 사진기가 펜탁스 ME-SUPER이었는데 그것과 똑 같은 몸체에 자동초점 기능이 추가된 것이어서 외형은 그대로였다. 책을 보면서 예전 사진기를 다시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크게 일었다. 좀 우습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떤 때는 사진기에 한번 몰두하면 며칠 씩 그 사진기의 장단점을 생각하면서 살 것인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습관에 이미 익숙해 있다.
그래서 다음 날 나가 다시 봤더니 정말 작동이 그렇게 되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내것으로 해야겠다고 20만원에 가져왔다. 가져오면서도 잘 샀다는 생각과 괜한 짓 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에서 교차하였다...
이 고질 병... 정말 고치기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어느 책에서 보니까 '당신이 1년간 한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구절이 있어 바로 "내 얘기야" 하고 무릎을 쳤는데 또 이 말을 망각한 것이다.
그래 20만원 술 마신 셈 치면 되지 않은가? 그 돈이 있어도 없어도 큰 차이가 없으니 이 사진기를 많이 사용하면 되지. 쓰다가 맘에 안들면 다시 가져다 주면 되고, 뭐 다른 것처럼 비싼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위하지만 이 병 언제나 고칠런지. 내가 어쩌다가 약도 없는 병에 걸렸는지 정말 걱정스럽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불필요한 렌즈를 정리하고 싶었다. 살 때야 다 필요한 것 같아 샀지만 대부분 가방 속에서 햇빛 구경을 못하고 있는 것이 상당 수 있기 때문이다.
맨 먼저 라이카 90mm가 떠올랐다. 밝기가 f/2.8이긴 하나 지금은 2.0 시대이고, 그 넘버가 100만 번 대여서 아주 구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mm 마크로도 있고, 135mm 망원도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좀 낡아보이는 외관 덕에 45만원에 샀던 것이다.
그래서 이 렌즈를 40만원에 내어놓고 계산하니 가보의 외상 값이 65만원으로 팍 줄어들었다. 매우 흐뭇하였는데 또 다시 눈에 띄는 사진기가 있었다.
펜탁스 ME-F, 이것은 보기가 드문 것인데 게다가 블랙이었고 요즘 보기 드물게 깨끗하였다. 나는 사진기를 살 때 상면이 크롬으로 도색된 것보다 블랙으로 된 것을 더 선호한다. 그리고 작고 가벼운 것보다 크고 무거운 것을 더 좋아하는데 이 ME-F는 소형 경량화를 자랑하는 사진기였다. 즉 끌리는 마음과 멀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반인데 가지고 싶은 마음이 더 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사진기도 주체하지 못하는데 또 사서는 안된다고 애써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여기저기 가방에 들어있는 사진기들이 열이 넘으니 누가 보면 사진기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클래식 카메라"란 책을 펼치니까 이 ME-F에 대하여 제법 상세하게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상당히 호의적인 내용이었고, AF 렌즈가 아닌 기존의 렌즈도 초점이 맞으면 불이 들어온다고 되어 있었다. 내가 맨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샀던 사진기가 펜탁스 ME-SUPER이었는데 그것과 똑 같은 몸체에 자동초점 기능이 추가된 것이어서 외형은 그대로였다. 책을 보면서 예전 사진기를 다시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크게 일었다. 좀 우습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떤 때는 사진기에 한번 몰두하면 며칠 씩 그 사진기의 장단점을 생각하면서 살 것인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습관에 이미 익숙해 있다.
그래서 다음 날 나가 다시 봤더니 정말 작동이 그렇게 되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내것으로 해야겠다고 20만원에 가져왔다. 가져오면서도 잘 샀다는 생각과 괜한 짓 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에서 교차하였다...
이 고질 병... 정말 고치기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어느 책에서 보니까 '당신이 1년간 한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구절이 있어 바로 "내 얘기야" 하고 무릎을 쳤는데 또 이 말을 망각한 것이다.
그래 20만원 술 마신 셈 치면 되지 않은가? 그 돈이 있어도 없어도 큰 차이가 없으니 이 사진기를 많이 사용하면 되지. 쓰다가 맘에 안들면 다시 가져다 주면 되고, 뭐 다른 것처럼 비싼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위하지만 이 병 언제나 고칠런지. 내가 어쩌다가 약도 없는 병에 걸렸는지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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