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24. 21:38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작년에 나온 일본 카메라연감에 사진기 명품 100선이 나왔는데 거기에 올림프스XA가 올라 있었다. 나는 올림프스XA4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거기에 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알아보았더니 올림프스에서 나온 초소형 사진기 중에 XA, XA1, XA2, XA3, XA4 등 다섯 가지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중에 제일 나은 것이 XA4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제일 먼저 나온 XA가 명품이란 것이다. 명품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선정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작고 깜찍하게 만든 XA가 명품이라니...
그 기사를 보고는 XA를 어떻게든 구하고 싶었다. 명품이란 말에 끌리기도 했지만 언젠가 가보에 있었던 것인데, 가격도 그리 비싼 것이 아니었는데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지동 골목을 이 잡듯 뒤졌지만 그 사진기는 거기에 없었다.
가보에 드나드는 몇 분께 XA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그 가격은 10만원 선으로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해놓고 한달쯤 지나서 정말 10만원 주고 XA를 구했다. 오리지널 케이스도 없는 중고였다. 가져오신 분 말씀으로 예전에 흔할 때는 가격이 많이 쌌는데 요즘 갑자기 찾는 사람이 많고 물건이 없어서 10만원을 주고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기야 나같은 사람이 어디 하나, 둘 뿐이랴...
하긴 XA4도 요즘은 대부분 일본으로 역수출(?)되어 서울서 보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것도 그런 얘기가 나올 때 간신히 구한 것이다. 일본으로 가게 된 것을 중간에서 빼돌렸다고 하면 거창한 얘기같지만 사실 그렇게 해서 구한 것이다.
자세히 보니 XA는 레인지파인더 형식에 노출은 조리개 우선 자동식이었다. 그렇지만 외장이나 여러 면에서 XA4보다 못한 것 같았다. 다만 거리계가 달렸다는 것이 다른 기종보다 더 돋보일 뿐이다. 거리계를 내장하려면 사진기의 밑변이 길어야 좋다는데 이 XA은 아주 작게 만든 것이어서 제 구실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정도로 아담한 모양이다. 똑 같은 기종이라도 거리계내장형과 목측식은 그 가격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XA보다 뒤에 나온 것들은 전부 목측식으로 바뀐 것 같다.
이 XA는 몇 번 가지고 다니다가 가방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다. 렌즈가 35mm여서 28mm인 Xa4보다 쓸모가 적기 때문이다. 어느 사진기나 살 때는 열을 올리지만 가지고 있어보면 다 그게 그것이라 크게 더 애착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 며칠 펜탁스클럽 장터란에 XA를 구한다는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그 가격을 4만원으로 제시한 사람이 있어 너무 동떨어진 가격이라고 지적했더니 자기는 4만원에 구입했다가 다시 팔았다는 것이다. 그것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4만원이라면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구형 사진기는 그 기계적 조작 때문에 사용하기는 무척 불편하다. 자동 사진기는 그저 보고 누르면 사진이 찍히지만 구형은 일일이 조절해야된다. 그래서 점점 더 편한 자동으로 가는 시절인데 철 지난 구형 사진기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시대에 역행하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진기 시장에도 복구풍이 일어났는지 의외로 구형 사진기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XA사진기 구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 원하는 가격에 그것을 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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