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에 대한 공방을 보고...

2003. 3. 24. 21:44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요즘은 사진기와 렌즈에 대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문가들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는다는 것은 본인도 영광이겠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바람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확실치 않은 지식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솔직히 나도 그런 사이비 전문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엊그제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몇몇 사진기에 대한 공방을 보면서 그런 애기들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닮산 김종욱 님이 올린 글을 보면 라이카는 일제에 비해 전혀 나은 것이 없는데도 허명으로 비싸다고 자신 있게 자기 주장을 펴고 있었다(pentaxclub.co.kr 비싼 카메라는 왜 비싼가).


김종욱 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관련 회사에 근무 중인데 이 회사는 세계 유명 광학제품을 다 가지고 작업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 브랜드의 사진기는 다 써 봤고 결론으로 라이카는 그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을 하였다. 이 글은 1997년에 올려진 글인가본데 나는 요 며칠 전에서야 보았다.


나도 라이카에 대해서는 그냥 어떤 환상에 잡혀 있는 사람 중의 하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 글에 대하여 약간의 거부감을 가졌는데, 그것은 내가 라이카를 어렵게 구해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90만원 주고 산 중고 라이카 R7은 내가 여지껏 만진 일제 사진기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하나하나의 작동이 일제처럼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이카 R7으로 35-70mm f/3.5를 달아서 사진을 두 롤 찍어서 현상인화했는데 그 사진 만으로는 다른 렌즈보다더 낫다고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라이카로 찍은 사진은 크게 확대할수록 사진이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에 애해 김종욱 님은 신랄하게 비판을 했었다. 그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예전에 코닥에서 새로 나온 엑타크롬 100을 선전할 때, 크게 확대할수록 디테일이 살아난다고 한 것을 보면 그것을 확인해보지 않고 속단할 수 있을까? 김종욱 님은 11*14정도의 사진을 얘기했던데 내가 알기론 적어도 20*24정도는 되어야 렌즈 성능에 대해서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도 라이카 지상주의자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라이카를 일제 사진기와 단순 비교하는 것에 동감할 수 없다. 사실 라이카의 이름을 높여준 것이 일본 사람들인데 그들이 할 일이 없어, 자기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니콘을 아래에 두고 라이카를 올리겠는가?
일제와 일제의 단순 비교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라이카를 일제와 단순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사진기도 필기도구와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파이롯트 만년필과 수성 펜을 가지고 글을 쓸 때 어느 것이 나으냐는 물음은 지극히 우문이다. 값의 차이야 수백 배나 되지만 글씨가 더 잘 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파이롯트도 파카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파카도 몽블랑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민다는 우스운 얘기가 있는데 사진기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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