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28. 14:42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요즘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고,그것이 과장된 얘기가 아니라는 것에 교육 현장에 서 있는 저도 공감합니다. 저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고, 학부형의 한 사람이며, 현직 교사여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녀들 교육 때문에 이민가는 사람도 많고 애 유학 문제로 가족이 흩어져 사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 끝에 꼭 나오는 것이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 지적입니다. 그 문제점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대부분 현실을 벗어난 얘기로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우리 아이들이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이구동성인데 이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창의력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우선 지식 기반이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창의력이 나오는 것인데 지식 기반도 전혀 안된 아이들에게 창의력 부터 요구하니 어떤 창의력이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애들을 너무 혹사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은 얘깁니다. 아이들이 그냥 논다고 해서 창의력이 길러질 수 있다면 차라리 학교를 보내지 말고 집에서 놀게 해야지요. 외국 아이들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거기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유치원에서부터 적용됩니다. 그냥 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교육에 의해서 길러지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무엇이든 다 1등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있을 뿐입니다. 전 과목을 1등하라고 요구하니 애들이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인데 그것은 생각지 않고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애들을 너무 혹사시킨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애들을 혹사시키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부모의 욕심아닙니까? 설령 학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해도 아이들이 자기 장래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신의 장래를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애들이 놀면서 어떻게 남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 나라가 가진 자원은 인적 자원 밖에 없다고 한다면 그 인적 자원을 어떻게 고효율화하느냐가 당장 시급한 문제 아닌가요? 우리 스스로 고급 인적 자원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누가 우릴 도와준단 말입니까... 우린 중국과 일본과 무한 경쟁에 들어가 있는데 그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따로 또 있습니까?
스파르타에는 스파르타 방식이, 아테네에는 아테네 방식이 필요한 것이지 스파르타에 아테네 방식을 도입한다고 그것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만큼이라도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스파르타식 교육과 헝그리 정신이었다고 믿습니다. 이제 좀 살만하니까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습니다. 외국에 다녀온 몇몇 학자에 의해서 이리저리 갈리고 꿰매는 교육 정책으론 이 나라의 장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의 의식은 그대로 있으면서 학교 교육제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학교가 바뀌려면 사회 의식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우린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의 황폐화가 극에 달했는데 이것이 시정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소용이 없다고 봅니다. 사회와 학부형, 학생이 교사를 불신하는 풍조에서 무슨 교육이 되겠습니까? 우선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회복이 이뤄진 다음에 다른 장책이 시행되어야지 이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될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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