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28. 15:08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오늘 야후 경매를 이용하여 러시아제 제니트 f/2.8/16mm 어안 렌즈를 구입했다. 어안 렌즈의 용도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때에 따라서는 요긴하게 써 먹을 수도 있는데 용도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싸 오리지널 렌즈를 구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제 렌즈를 구한 것이다.
러시아제 렌즈를 많이 써보지는 않았지만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어 러시아제 렌즈가 가끔 싸게 나오면 마음이 동하곤 했었다. 러시아제 렌즈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정식루트로 수입되는 것은 아니어서 국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반사 300mm f/4.5와 500mm f/5.6이 소규모의 수입상들에 의해 들어 왔고, 중형사진기에 쓸 수 있는 30mm f/3.5 초광각 렌즈가 역시 소규모의 수입상들에 의해 들어왔지만 16mm f/2.8 어안 렌즈는 여행객들에 의해 하나, 둘씩 가져오는 것이 전부였다.
이 렌즈는 미국의 유명한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많이 나오고 있었으나 절차가 복잡하여 구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가격이 펜탁스오리지널 16mm f/2.8어안 렌즈보다 절반 정도여서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어느 날 야후 경매에 나온 것이다. 처음 경매 가격이 10만원 대에 나왔기에 그것보다는 더할 것으로 생각했고 적어도 20만원 대에서 낙찰될 것으로 추측을 했다.
나는 이 렌즈의 가격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에 20만원 정도의 가격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지금 부터 한 7년 전인가에 남대문에 우연히 나갔다가 어느 사진기 점에서 이 렌즈를 20만원에 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펜탁스 17mm f.4.0 어안 렌즈를 가지고 있었는데 16mm f/2.8이 저렴하게 나왔길래 산 것이다. 싸다고 사기는 했지만 사진은 별로 찍은 기억이 안 나는데 나중에 다시 20만원에 가보에 내놓았다.
그런데 내가 가진 펜탁스 17mm 어안 렌즈는 화각이 16mm보다 조금 덜 나오는 것 같았고 렌즈의 최대 구경이 f/4.0이어서 신형인 펜탁스 16mm f/2.8 어안 렌즈로 교체하고 싶었으나 구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 펜탁스의 희귀한 어안렌즈를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게다가 16mm f/2.8은 그 가격이 최하 50만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계산이 되서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러시아제 16mm f/2.8이었는데 이것도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이 렌즈를 보면 다시 사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야후 경매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예상했던 것보다 휠씬 싼 가격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그러나 판매예약가가 25만원으로 나와있어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경매이니 한번 입찰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20만원에 입찰을 했다. 20만원 이상으로 더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내게 낙찰이 될 줄로 생각했는데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즈음에 다른 사람이 20만 5천원을 올린 것이 아닌가?
나도 열이 올라 '못먹어도 고'의 심정으로 21만원을 넣고 수업을 갔다와보니 이미 25만원에 낙찰이 되었다고 통보가 와 있었다.
솔직히 열을 받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미 17mm f/4.0어안 렌즈가 있는데 하나 더 사면 그것도 처리가 곤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틀 뒤에 다시 그 렌즈가 경매 싸이트에 또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설명을 보니 낙찰을 받은 사람이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 20만원으로 입찰에 응했다. 그리고 이번엔 마지막 시간 까지 버티면서 계속 최고가로 응찰을 하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뜻하지 않게 20만원에 야후 경매로 부터 내게 낙찰 통보가 온 것이 아닌가?
너무 기뻤는데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오질 않고 경매에 나온 렌즈는 그 가격이 슬슬 오르고 있었다. 매우 기분이 언짢아서 잊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에 컴을 열어보니 판매자의 메일이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연휴 기간에 확인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난 너무 즐거웠고 직접 만나서 그 렌즈를 받기로 하고 서울대 병원까지 갔다. 판매자가 거기서 만나 주고 받자고 제안을 해왔던 것이다. 노상에서 만났지만 서로 알아보았는데 직접 왔다고 1만원을 빼주어 19만원에 가져 왔다.
내가 가지고 있던 펜탁스 17mm f/4.0은 가보카메라에 25만원에 내어주고 나는 이 러시아제 16mm f/2.8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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