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전문업체의 렌즈들

2003. 7. 12. 13:56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것을 실감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바다에 나가봐야 바다가 넓은 줄을 알지 방안에 있으면서 어떻게 바다가 넓은 줄을 알겠습니까? 제가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합니다. 그 나이에 무슨 인터넷이냐고…?.


제가 인터넷을 이용해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메일 주고받기입니다. 하루 평균 4-5통을 보내고 3-4통을 받는데 이것은 다른 사람보다 많이 하는 것이라고 자위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가 다음에 운영하는 카페 둘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하나 하고 있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초보모임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앞에 앉아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일과의 시작입니다. 규모가 커지면 제가 혼자 관리하기가 어렵겠지만 아직은 가입회원이 120여 명 남짓이어서 그런 대로 꾸려 가고 있습니다.


펜탁스클럽에도 가입해 있는 홍재용 님은 인도에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가끔 카페를 통하여 글을 주고받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제가 잡표 렌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아주 유용한 사이트를 하나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는 요즘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렌즈들을 검색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이 사이트를 통 째로 번역하여 제가 운영하고 있는 사진카페에 올려놓고 싶은데 영어 실력이 딸려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 http://medfmt.com/third/)는 사진기 제조업체가 아닌 렌즈 전문업체를 다룬 것인데 여기에는 아주 방대한 량의 렌즈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특히 1960년대에서 1980년대 말까지 생산된 렌즈 1800여 개가 초점거리와 생산된 해, 가격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저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대충은 살펴 볼 수 있게 나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추현우 님의 『카메라 올 가이드』라는 책을 지금도 자주 보고 있고, 문두창 님이 쓴 『클래식 카메라』도 제가 수시로 보는 책 중의 하나인데 솔직히는 거기에 나온 내용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두 분께는 몹시 죄송스럽지만 제가 그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추현우 님이 쓴 책은 필자가 다 사용해 본 것처럼 설명을 했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진기나 렌즈의 성능을 제대로 아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각 업체의 이름 있는 기기들을 다 써보고 성능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다 받아드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문두창 님이 쓴 책도 제가 신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특정업체의 사이트에 나온 글을 그대로 옮겨 놓아 객관적인 판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물론 한 사람이 과거에 나온 것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진기를 다 써 보고 장단점을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특정업체의 홍보사이트의 글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재한다면 객관성이 결여되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밖에 안 나오지만 사실은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슨 전문업체에서 일일이 테스트를 해서 내어놓는 것도 아니고 또 정확하게 이런 방면의 분석이나 책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분석을 하고 책을 펴낼 수가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나온 자료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외국에서 나온 것도 우리나라 잡지에 소개나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물론 기계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해도 그것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렌즈와 사진기, 필름, 그리고 현상, 인화 과정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물리적 분석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런 자료가 나오면 대부분 자기네 것이 좋다고 나온 것만 가지고 집중 홍보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일본에서 많이 만들고 일본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석에는 다분히 일본 것이 우수하다는 인식을 깔고 하기 때문에 일본 잡지에 소개되는 것들을 기분 좋게 받아드리지는 않는 것이 제 솔직한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재용 님이 올려주신 사이트는 미국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본에서 나온 자료에는 탐론, 시그마, 토키나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사이트에는 아주 예전에 나왔던 솔리고, 선, 오사와, 마키논 등의 일제와 프랑스의 앙제뉴와, 독일의 노보플렉스, 주머, 킬라, 엔나 그리고 한국의 폴라도 분석이 되어 있어 저의 시계를 넓혀 주었습니다.


제가 몇 달 전에 충무로 후지포토살롱 근처에 있는 '인포카메라라'는 곳에 거래를 하러 갔었는데 거기 사장이란 분이, 독일의 슈나이더에서 나온 수퍼앙구논 65mm f/9.0을 잡표 렌즈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너무 놀라 다시는 걸음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남이 가져온 렌즈를 싸게 사려면 어떻게든 흠을 잡아야겠지만 세상에 사진기점 사장이란 사람이 천하의 수퍼앙구논 렌즈를 잡표라고 말하니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진기재료를 다루는지 의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렌즈전문업체에서 나온 렌즈를 잡표라고 말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말하는 편이지만 그들 렌즈회사에서 자기네 것을 잡표라고 하는 것을 안다면 기절할 일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전문업체 것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의 앙제뉴와인데 이 렌즈의 가격은 일본의 니콘에서 나온 동급 렌즈보다 훨씬 비쌉니다. 아마 이 렌즈의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앙제뉴와는 줌렌즈에서만은 라이카를 능가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리고 라이카에서 나오는 줌 렌즈들은 대부분 앙제뉴와에서 설계 제작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일반 사진기에서는 내어놓을 이름이 없지만 영화촬영기에서는 가장 뛰어난 렌즈를 만든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앙제뉴와에서 나온 렌즈를 구하려 애를 써봤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인데 다가, 펜탁스마운트의 것은 아직 본 적이 없고 다만 라이카 R마운트의 180mm f/2.3 APO DEM을 하나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비비타는 원래 미국의 유명한 사진기관련 업체입니다. 지금은 사진기나 렌즈를 자체에서 만들지는 않고 대부분 일본이나 한국에서 주문자 상표로 만들어 주로 미국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잡지에 비비타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그것이 미국의 상표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저렴한 보급품들을 한국에서도 많이 만들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싸구려로 인식이 되고 있지만 싸구려 전문회사는 절대 아닙니다.


폴라 렌즈에 대한 분량은 많이 나와 있지 않지만 어떤 렌즈는 일본의 토키나 동급렌즈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것이 좋다고 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저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늦게, 그리고 일본에서 전수해준 기술로 만들기 시작했으니 광학분야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을 따라잡는다거나, 능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기술격차를 인정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만든 폴라 렌즈가 일본서 만든 렌즈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분석을 보니 상당히 기분이 흐뭇하였습니다.


제가 힘이 닿는 대로 번역을 해보려고 합니다.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가서 보시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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