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 26. 21:45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사진기가 쓸데없이 많다보니 이것들의 보관과 관리도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장마철이면 사진기나 렌즈에 습기가 스며들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래서 사진기를 보관하는 냉장고를 하나 구하려고 했더니 값이 비싸고 크기도 마땅한 것이 없습니다. 잘 아는 점포에 중고가 나오면 하나 구해달라고 부탁은 했지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나무로 만든 장에 사진기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충 그려서 짜달라고 했더니 그럴 듯하게 만들어서 가져왔더군요. 크기는 장롱 한 짝 만한데 4단으로 만들어서 거기에 사진기와 렌즈를 보관하는데 다 가방에 넣은 채로 둡니다. 가끔 문을 열어보면 온기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찜찜하기도 한데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그 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이 1층인데 밑에 주차장이 있는 1층이라 2층과 같습니다. 그래서 땅으로부터 스며드는 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장마철에는 늘 걱정이 됩니다. 사진기가 많지 않을 때는 전부 장롱 위에 올려놓아 덜 했는데 옷장 같은 곳 속에 넣어두려니까 마음이 놓이지를 않습니다.
3년 전부터인가 여름철에는 물먹는 하마라고 하는 습기 건조제를 사용했습니다. 사진기 장에 넣어두니까 물이 한 깡통 가까이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의 용기가 작은 도시락만 한데 칸칸이 넣으니까 4개나 들어갑니다. 그런 용기 아래 부분에 물이 4-5cm는 고이니 습기가 거의 제거된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펜탁스클럽에서 보니 그 습기 건조제가 염화칼슘으로 만든 것이라 사진기 같은 정밀기기에는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건조제를 사용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는데 그렇다고 안 넣어두면 습기를 방치하는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올 여름에도 넣었습니다.
엊그제 어떤 분이 여름철 사진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길래 그 얘기를 게시판에 올렸더니 다시 염화칼슘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실리카겔을 넣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저도 실리카겔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혼자 생각에 실리카겔도 같은 종류겠지 했는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어디서 들으니 청계천에 나가면 실리카겔을 5천 원 어치만 사면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이 준다고 하던데 어딘지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것이라고 해서 완벽하랴 싶어 망설였습니다.
제가 잘 아는 친구가 게시판을 보고는 방산시장에 가서 꽤 많은 양의 실리카겔을 사왔다고 가져와서 저도 사진기 가방마다 실리카겔을 넣어두고 장안에 있던 물먹는 하마는 빼어냈습니다. 빼내서 보니 성분이 염화칼슘인데 용도는 컴퓨터 등 습기로부터 보관해야할 기기에 사용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용기 맨 위에 있는 습포제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구가 들어 있더군요. 이 염화칼슘이 어떤 작용을 해서 습기를 빨아 드리는 지도 의문이지만 이것을 사용했을 때에 어떤 작용으로 기기에 해가 되는 지도 솔직히 의문입니다.
물먹는 하마는 그냥 장 속에 넣어두는 것이니까 사진기와 렌즈를 주머니에 넣어서 가방에 담아두니 직접 해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실리카겔은 사진기 가방에 넣어두는 것이니까 만약 해가 된다면 실리카겔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솔직히 있습니다. 그리고 실리카겔은 원료가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아 조금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여름철에 밖에 자주 나가지 않을 때는 가끔 날이 좋은 날을 택해 사진기와 렌즈를 전부 꺼내어 바람을 쏘이곤 합니다. 하나하나를 솔로 털어 주고 렌즈 앞면과 뒷면을 살펴보며 뽁뽁이로 바람을 불어 줍니다. 이렇게 하고는 한 시간 정도 내어 말렸다가 다시 가방에 넣습니다. 사진기 가방도 대충 뒤집어서 밖에 말립니다. 이렇게 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지 그냥 두면 늘 곰팡이가 생길 까봐 걱정이 됩니다.
사진기나 렌즈를 오래 쓰지 않을 때는 신문지로 말아서 보관하는 것이 제일 낫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진기점을 운영하시는 분께 들은 얘깁니다. 사실 저도 오래 둘 때는 신문지로 둘둘 말아서 두기도 했는데 사진기 가방에 신문지까지 넣어두려니까 조금 지저분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자주 꺼내어 쓰는 것인데 매 번 신문지로 쌓았다가 풀었다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신문지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리카겔을 넣으면서는 가방마다 신문지를 구겨서 한 장씩 넣어두었습니다.
이제 장마가 끝나갑니다.
오랜 시간 가방에 넣어두었던 사진기와 렌즈를 가지고 나갈 시간입니다.
예전에는 장마가 끝나면 한 사나흘은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 서울에서도 사진을 찍을 소재가 많았는데 이 근래에는 장마가 끝나도 그런 하늘을 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 익산으로 가려합니다. 지난 주에 김제 청운사에 가서 백련을 찍었는데 익산 홍련암에 홍련이 아주 좋다고 하길래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연 꽃을 찍으러 다니는데 그렇게 많이 찍은 연꽃을 다 무엇에 쓰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찍을 것이 있으면 찍으러 가는 것이 사진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해마다 연꽃을 찍었지만 아주 흡족한 연꽃사진이 제게는 없습니다. 사진이 잘 나왔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연꽃 사진은 아직 찍지 못했습니다. 또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가장 좋은 사진이라고는 할 수 없어 또 찍으러 가는 것입니다. 익산에 그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절에 다니시는 분이 제게 알려주어 답사 가는 마음으로 다녀오려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기간입니다.
얼마 전에 중국에 출장을 갔다 온 친구가 청도에 여러 번 갔지만 노산에 올라 본 것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거기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기 안 가지고 간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출장을 가면서 어떻게 사진기를 챙겨갈 수가 있었겠냐는 얘기였지만 사진인이 어디를 간다면 반드시 사진기를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휴가들 가시면서 쉬러 가는 것이니 사진기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진기는 사진인의 그림자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어디 가면서 어떻게 그림자를 두고 가겠습니까?
좋은 휴가들 되시고 좋은 사진들 많이 찍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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