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 26. 21:51ㆍ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지난 제헌절에 김제 청하면 청운사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인터넷에서 보고 한 번 갔었는데 거기 스님들이 무척 공을 들여 백련을 가꾸고 있어 연꽃이 피는 기간에는 명소로 떠오른 곳입니다. 연꽃이 좋은 곳이야 청운사 말고도 많이 있지만 연못이 아니고 논에 가꾸었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가 있어 좋은 곳입니다.
서울포토클럽 정기촬영을 겸해서 갔는데 여덟 분이 참석을 했습니다.
저는 캐논 T90사진기에 캐논 FD20-35mm f/3.5와 탐론 CF35-70mm f/3.5, 탐론 SP7-210mm f/3.5-4.0, 탐론 SP350mm f/5.6, 탐론 28mm f/2.5 등 해서 다섯 개의 렌즈를 가지고 갔습니다. 작년에 가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광각 쪽의 렌즈는 크게 쓸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멀리 까지 가니까 가지고 있는 렌즈는 다 가져가야 혹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다 가져간 것입니다.
필름은 코닥 E100S 두 롤과 코니카크롬 한 롤을 가져갔는데 코니카 한 롤만 찍었습니다. 무슨 모델촬영대회나 꽃을 찍으러 가면 남들 따라서 셔터를 무한정 눌러대기 쉬운데 그러고 나서 현상해 보면 같은 사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셔터를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다보니 셔터를 누를 때는 절제심을 갖아야 한다는 것과 불필요한 것들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렌즈 중에서 가장 화각의 쓸모가 많은 것이 70-210mm 줌 렌즈라고 하는데 저는 이 렌즈를 셋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펜탁스 SMC-F 70-210mm f/4.0-5.6, 비비타시리즈원 70-210mm f/3.5, 탐론 SP 70-210mm f/3.5-4.0이 그것들입니다. 펜탁스 제것은 20만원을 준 것이고, 비비타시리즈원은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가 그냥 맞바꾼 것인데 요즘 시세가 15만원 정도 하나 봅니다. 그리고 탐론 SP는 10만원을 준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신뢰가 가장 높은 것은 비비타시리즈원입니다. 물론 성능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탐론은 접사 기능이 1:2가까이 되기 때문에 용도는 이 렌즈가 더 낫습니다. 그런데 조금 길고 멋이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 렌즈를 가지고 나가면 거의 다 당기고 밀고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28-70mm나 24-50mm 정도의 광각 줌 렌즈가 하나 더 구비되어야 만족할 수 있는 갖춤이겠지만 70-210(80-200)mm 급의 렌즈는 만능 렌즈라고 합니다. 제가 맨 처음 망원 줌 렌즈를 샀던 것이 비비타시리즈원 70-210mm f/2.8-4.0이었습니다. 이 렌즈는 정말 제 맘에 들었는데 제가 잘못 판단하여 다른 것을 사면서 내주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렌즈를 구할 수 있다면 꼭 다시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예전에 펜탁스에서 나온 SMC-FA 80-200mm f/2.8렌즈를 90만원 주고 산 적이 있었습니다. 이 렌즈는 펜탁스에서 나온 최고급 기종으로 서울에서는 정말 구하기 힘들다는 렌즈입니다. 그런데 막상 사서 사용해보니 너무 무거웠습니다. 렌즈 자체 무게가 1600g 쯤 되니까 그냥 손으로 들고 찍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렌즈들이 다 손으로 들고 찍어서야 안 되는 렌즈들이지만 이 렌즈는 특히 더 그랬습니다. 그래서 비비타시리즈원 70-210mm f/3.5를 보고는 얼른 팔아버리고 비비타시리즈원 렌즈를 구했던 것입니다.
니콘에서 나온 80-200mm f/2.8ED렌즈는 그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널리 알려진 렌즈입니다. 그런데 그 부피와 중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나온 것은 직진식 줌이었지만 뒤에 나온 것은 회전식 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렌즈를 니콘 F4에 장착해서 목에 걸고 다니는 사진인들을 종종 보는데 아마 목 디스크 걸리기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세운상가 앞에 있던 신흥사라는 점포에 갔더니 탐론 SP 80-200mm f/2.8렌즈가 있었습니다. 그 가격이 40만원이라고 하는데 저처럼 펜탁스, 캐논, 라이카 등 여러 바디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렌즈가 밝아지면 그만큼 무거워집니다. 처음에 나갈 때는 그 정도 무게야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아침에 나가서 종일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무시 못할 일입니다.
그래서 70-210(80-200)mm 급의 렌즈는 밝기가 f/4.0 정도면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200mm 급의 렌즈에서는 APO나 ED가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만든다니 결국 사진인들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캐논에서 나온 FD80-200mm f/4.0은 명색이 L렌즈이지만 고급 요소가 적게 들어 가격도 적당하고 부피나 중량도 적당한 편에 드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렌즈는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면 굳이 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주로 350mm f/5.6 반사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멀리 있는 것을 당겨 찍거나 배경이 지저분할 때는 이 렌즈가 아주 좋습니다. 제가 반사 망원렌즈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은 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고, 저는 다른 분들께도 반사 렌즈를 많이 권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500mm f/8.0은 초점 맞추기가 힘이 들고 사진이 좀 예리한 맛이 없어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이 350mm나 300mm 정도의 반사 렌즈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아주 쓸모가 많습니다.
제가 이 렌즈를 좋아해서 얼마 전에 카메라하우스에 갔다가 거기 김원철 사장님을 만나, 폴라에서 350mm f/5.6 자동초점 반사 렌즈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사장님 말씀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폴라 렌즈가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쓰지 않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판매가 문제가 되어 만들지 못한다고 합니다. 참 씁쓸한 얘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라나 일제 잡표 렌즈를 쓰는 사람들은 사진기 바디 가격이 20만원 이하정도를 쓰는 사람들이지 비싼 사진기를 쓰는 사람들은 전부 오리지널 렌즈만 찾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 같이 펜탁스 정도를 쓰는 사람들이나 이것저것 다 쓰려고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주변을 보니, 이 본다는 말이 조금 우습지만 사람들이 논둑위로 다녀서 신경을 안 쓰려 해도 다 보입니다. 지방에서 온 분들도 거의 라이카를 들고 다니는데 조금 우스운 것은 가진 사람이 조작 방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자꾸 물으니까 곁에서 보기에도 짜증이 날 것 같았습니다. 더 놀랍고 우스운 일은 4*5판 대형사진기에다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연꽃을 찍는 분들이었습니다.
물론 연꽃을 대형사진기로 찍지 말라고 얘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연꽃을, 그것도 망원 렌즈를 장착한 대형사진기로 찍는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무슨 사진기를 쓰든 무엇을 찍든 제 3자가 뭐라 간여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웃을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길을 가다가 보니까 경복궁 향원정을 찍은 사진이 4m*5m 정도의 크기로 길가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수련의 잎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 느낌을 주어 놀랐습니다. 저도 비슷한 모습을 6*7로 찍은 적이 있는데 제가 찍은 것과는 비교가 안되어, 아 4*5판으로 찍었구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그렇다기로 서니 연꽃을 그런 크기로 확대할 일이야 있겠습니까?
이제 장마가 끝나갑니다.
여름에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을 때는 장마가 그친 한 이틀 정도입니다.
이럴 때에 경복궁에 가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넣고 향원정을 찍으면 두고두고 볼만한 사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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