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Value)와 가격(Price)의 차이

2003. 8. 2. 11:43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아래 글은 제가 우연히 억불카메라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보고서 옮겨온 것입니다. 제가 요즘 매우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도 경영과 초우량기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LG입니다. 왜 한심하게 생각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캐논사진기와 마미야사진기를 수입해 와서는 그것을 버젓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사진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수입이나 말든지, 수입을 하려거든 조용하게 남이 알까봐 조심하든지 할 것이지 소위 한국 최대 그룹 중의 하나인 LG가 일본 사진기 선전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모토롤라휴대폰을 한국시장에서 밀어내고, 문이 두 짝인 대형냉장고 지펠을 만들어 100%수입에 의존하던 대형냉장고 시장에 국산 점유율을 80%이상 끌어올린 삼성이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상표로 세계시장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일본 상품이 낮게 평가된다고 걱정해주는 세상이 되었으니 일제 때에 조국을 찾겠다고 목숨을 바친 선열들이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모든 피가 역류해서 물구나무를 서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도 일제 사진기를 쓰고 있습니다. 사진을 하면서 늘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 이거야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우리나라 사진인들이 스스로 무슨 니콘클럽이니 캐논클럽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일본 상품을 자랑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것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상품의 가격은 냉정한 것입니다. 그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 때 가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래 우리가 일본 사진기 쓰면서 그것들의 가격이 하락한다고 걱정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개도 웃을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래 글을 쓰신 분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는 사진인들 대부분이 다 같을 것인데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용기(?)에 감탄하여 게재하였으니 참고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 성 자 : 짜이쯔
등 록 일 : 2003년1월30일 / 13시16분56초 에 글을 쓰셨습니다.
1999(2000)년 여러 사람들의 관심 끝에 드디어 콘탁스645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미야AF645와 유사한 분위기의 콘탁스645는 독특한 개성으로 사진인들의 많은 기대와 찬사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수한carl zeiss 렌즈를 채택한 유일한 중형AF일안리플렉스로, 당대 중형카메라 최고 셔터인 1/4000초 구현한 카메라로, 정평이 나있는 RTS3의 리얼타임 진공시스템을 채택한 시스템으로 지금 까지도 놀라운 찬사를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AF의 속도와 정밀성, TTL조광 시 노출의 불안정함,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바디로 인한 내구성문제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콘탁스645는 쿄세라 AF일안리플렉스의 지평을 연 제품입니다. 쿄세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AF일안리플렉스 카메라가 바로 콘탁스645인 것입니다. 비록 마미야社와 니콘社의 기술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나름대로의 차별성으로 세계의 많은 포토그래퍼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콘탁스645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발매초기에 엄청나게 고가였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A/S미비로 인해 수리가 불편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콘탁스645를 외면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콘탁스645에 대한 무자비한 헐뜯기는 계속 되어집니다.

일단 TTL노출을 가지고 헐뜯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콘탁스645를 구입해서 사용한지 1년이 못되었지만 크게 노출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중앙부평가와 스폿측광위주로 노출이 되어있어 상황에 따라 1/3정도의 노출이 어긋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 이상 노출이 어긋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몇 번 써본 콘탁스645를 평가하기를 노출에 문제점이 많다고들 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정밀한 촬영을 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큰 문제로 거론될만하지 않습니다.(스튜디오에서는 대게 독립된 노출계를 사용하죠)

그리고 AF에 문제점을 둡니다. 처음 콘탁스645 기본 셋을 구입해서 보니 소문대로 AF가 느렸습니다. 니콘 F80에 28-90 G렌즈를 쓰는 것과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니 AF속도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배터리를 충분히 여유를 두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는구나, 중형이니 이 정도는 이해해주자 하며 위안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구입한 Sonnar 140mm렌즈는 콘탁스645의 성능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IF방식의 렌즈들(55mm와 80mm를 제외한 렌즈가 IF방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은 80mm와 같은 IF방식이 아닌 것에 비해서 AF속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진열된, 혹은 약간 써본 콘탁스645를 가지고 AF비판을 하는데, IF방식의 렌즈를 사용하면 니콘의 F90x와 AF50mm 1.4D렌즈를 사용한 것과 비슷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AF핀트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신경 쓸 만하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가격에 문제를 둡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타 메이커(마미야,펜탁스)에 비해 2배 정도의 가격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이carl zeiss렌즈를 구성한 핫셀과 비교해 보십시오. 내구성에서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능이나 화질에서 비교해 보십시오. 보통 핫셀 6X6판 카메라에서 액자 만한 크기를 인화할 때 트리밍 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6X6의 정사각형으로 인화해서 보관하시기도 하지만, 가로와 세로의 인상을 주기 위해 많은 분들이 자릅니다) 콘탁스 645+ sonnar140mm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려면 적어도 200시리즈의 바디와 FE렌즈를 사용하여야만합니다. 가격이 2배 차이도 더 납니다. 게다가 AF도 아닌 MF입니다. 독일제 렌즈를 장착한 유럽기종과 비교하면 새삼스럽게 콘탁스645의 가격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전 월간 사진예술 신년호(2003년 1월호)에 Hassel bald H1 사용레포트를 보았습니다. 본지 기자인 홍OO氏가 쓴 기사인데 제가 보기엔 충분히 H1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쓴 것 같습니다. H1의 렌즈인 후지논 렌즈와 carl zeiss 렌즈를 비교한 것인데 두 번 째 사진인 903swc(38mm Biogon)와 H1의 35mm렌즈와 비교한 것이 있습니다. 다른 2장의 사진은 자세히 보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지만, 2번 째 사진은 초등학생도 비교할 만한 색상차이와 왜곡차이가 있었습니다.(하늘색과 나무색만 보아도 차이가 확연합니다) 이것을 기사화 하기를 H1후지논 렌즈와 carl zeiss렌즈는 색수차와 콘트라스트, 해상도 등에서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라고 했습니다. 국내에서 저력 있는 잡지에서도 이런 불확실한 정보를 기사화 합니다. 1세기를 이어온 carl zeiss렌즈가 이 정도입니까??

아직까지는 콘탁스645는 미비한 것이 많은 기종이긴 합니다. 전원 소비가 많고, 무엇보다도 내구성에 의한 A/S가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냉대할 콘탁스645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신세대카메라에서 한 분이 콘탁스645 기본 셋(후드, 정품필터, 전용릴리즈 포함) 상태95%가격을 320만원에 공시했는데 이게 비싸다고들 부추기더군요. 안 그래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찬밥신세를 면치 않는 콘탁스645를 과소평가 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쿄세라에서도 많은 국내 소비자를 인식하고 얼마 전에는 N디지털을 전국 순회까지 하면서 팔았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국내에도 정식 쿄세라 A/S가 가능할 수 도 있는 상황입니다. 캐논바디에 콘탁스 아답타를 붙여 사용하는 사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G시리즈의 인기는 발매시기보다 몇 배나 달아올랐습니다. 콘탁스645의 값은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보다 저렴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냉대가 없습니다. 이런 콘탁스 시스템을 무의미하게 냉대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램입니다.

끝까지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되십시오^^

이 글에 대한 반박과 동조하는 글이 여러 편 있지만 다 옮겨오지 않았습니다. 반박하는 사람도 동조하는 사람도 기본적 인식은 같은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핫셀블라드 503CX가 130만원 정도 합니다. 그 사진기 처음에는 250만원 했습니다. 핫셀의 가격이 떨어지니까 이젠 핫셀을 메고 폼을 잡던 사진인들이 핫셀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때 핫셀이라고 하면 사진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할 명기로 얘기되더니 이제 가격이 떨어지니까 별 것 아닌 기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예전엔 가치가 가격을 결정했지만 현대 사회는 가격이 가치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그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좋은 사진기를 구한다면 이렇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야할 것인데 가격이 떨어졌다고 걱정을 해주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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