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진기의 유혹

2003. 12. 2. 18:56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한동안 유혹과 번뇌 속에서 고민했습니다.
더 이상의 사진기는 사지 않는다고 다짐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본 디지털사진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지만 그런 대로 배운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애당초 디지털사진기에 관해서는 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막연하게 필름을 쓰는 사진기 보다 여러 모로 사진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디지털사진기가 진화를 거듭해서 그 성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현재에도 그런 사진기를 갖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저야 원래 기계치이고 지금처럼 사진기를 다루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무슨 '새로운 시대의 총아'라고 하는 디지털사진기에 관심을 두겠습니까?


그런데 지난 가을에 진안 마이산으로 촬영을 가는 차안에서 보니까, 훈식이 형님이 정말 초슬림 콤팩트의 디지털 사진기를 꺼내어 움직이는 차 속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진기가 바로 카시오에서 나온 Exilim EX-Z3였습니다. 그렇게 작은데도 3배 줌이 되고 300만 화소가 된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알아보니 약 50만 원대 정도 아래로 할 것이라고 하길래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디지털사진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저런 정도라면 포켓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충분할 것 같고 굳이 사진기 꺼내어 렌즈 장착하고 하는 번거로움을 덜 것 같아서 갖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야후 경매에 들어갔더니 거기에 그 사진기보다 한 단계 위인 400만 화소의 EX-Z4가 50만원 대였고, Z3는 40만원대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기능은 큰 차이가 없는데 화소 수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중고로 하나 살까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려 봤더니 디지털사진기가 범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카시오에서 나온 것들만 초슬림 콤팩트인 줄 알았더니 대부분 다 비슷비슷했고 기능이나 화소 수가 엇비슷했습니다. 게다가 처음으로 들어가 본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는 정말 온 갓 잡것들이 다 모인 난장판 같았습니다.


인터넷사이트라고 하는 것이 익명성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있지만 남이 올린 글에 딴지를 걸고, 쓸데없는 비방을 하고, 욕설을 하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예전에 가끔 펜탁스클럽에 들어갔을 때, 심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조족지혈이었습니다. 저처럼 그런 곳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불쾌했습니다. 그러면서 혹 어떤 것이 좋을까 혼란스러웠는데 우리 사사사의 정배 님이 디지털사진기를 산다면 최근에 나온 코닥 DX-6490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얘기해줬습니다. 색감이 가장 좋고 10배 줌이 되는 칼 자이스 바리오 줌렌즈가 장착되어 있어 웬만한 사진은 다 찍을 수 있다는 추천입니다. 그래서 그것으로 마음이 기울었는데 역시 사사사의 성원 님이 저보다 먼저 그 사진기를 샀습니다. 찍어서 보여주는데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디지털사진기를 사려고 한 이유는 디지털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진은 그냥 필름을 넣는 사진기로 찍고 가끔 기록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큰 사진기(부피가 크다기보다는 10줌이나 되는)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갈등이 계속되어 이것으로 할지 저것으로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또 갑자기 마음에 끌린 것이 파나소닉에서 나온 LC-5였습니다. 사진기 모습이 아주 중후해 보였고 이 사진기는 라이카에서 나온 디지룩스와 똑 같은 사양인데 다만 상표가 파나소닉으로 나올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고로 하나 구하려 파나소닉 동호회를 드나들었더니 이번엔 라이카 바리오줌 12배가 장착된 FZ10이 눈에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진기는 코닥보다 훨씬 멋져 보이는데다가 라이카렌즈가 장착되었다는 것이 마음에 끌렸습니다. 게다가 근래에 나온 10배 줌 고배율 디지털사진기 중에서 가장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해외 리뷰가 여기 저기 소개가 되어 제 마음을 당겼습니다. 가격이 70만원 대라고 하니까 그 정도라면 하나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는데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시판이 안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라이카에서 시판한다는 디지룩스2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사진기는 완전 필름사진기처럼 작동을 하게 만들어 디지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반감없이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사진기가 2004년 봄에 일본 파나소닉에서 LC-1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라이카로 나온 것이 240만원 대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파나소닉으로 나오면 120만원대가 될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떠돌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듣고 보면서 살피니까 결국 디지털사진기를 쓰는 사람들도 동호회를 만들어 결국 일본제품 선전하는데 앞장을 설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캐논이나 니콘, 오림프스를 쓰지 않고 카시오나 파나소닉을 쓴다고 해도 역시 일본제품이고 제가 그런 것을 쓰면서 그런 사진기를 쓰는 동호회에 들어가면 저도 똑 같이 제가 쓰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려할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디지털사진기를 살 바에는 삼성에서 나온 것을 사면 어떨까 싶어진 것입니다.


디시인사이드에 들어가서 삼성의 디지털사진기를 찾아보니 디지맥스 V3와 V4가 있는데 조금 등치가 큰 것을 문제삼지 않으면 모든 면에서 조금도 뒤질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삼성 디지맥스로 결정했는데 아직 V3와 V4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디지털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데 권하는 사람마다 얘기가 달라서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그 둘의 차이는 화소가 320만이냐 410만이냐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고 다른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격이 7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데 단지 가격이 조금 비싸서 V3를 권한다면 부담스럽지 않은데 다른 무엇이 또 있는 것인지…. 사람마다 다 얘기가 다릅니다.


아마 이 해가 가기 전에 저도 디지털사진기를 하나 살 것 같습니다.


'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난한 생각  (0) 2003.12.18
유혹, 방황 그리고 갈등의 끝  (0) 2003.12.11
네 번째 주례를 서고  (0) 2003.11.23
댈러웨이의 창  (0) 2003.11.17
꿩 대신 닭?  (0) 200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