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때문에 이민가는 분들에게...

2001. 3. 9. 16:37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요즘 많은 분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간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 교육이 잘못되어 캐나다와 뉴질랜드로 가는데 여기서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수입을 무시하고 무조건 간다고 합니다. 거기로 가면 여기서보다 휠씬 열악한 경제 조건이 된다해도 자녀들 교육 때문에 나가며 또 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연일 신문에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심히 부끄럽고 자괴감을 느낍니다. 우리 나라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곧 현장에 있는 교사에게 그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들으면 낯이 뜨거워지다가도 가끔 울컥 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대체 교사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연례행사처럼 1년에 한번씩은 학교와 교사를 망신시키는지 그 저의를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런 지적을 하도 많이 받다보니 이젠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반복되어도 고쳐지지 않는 얘기, 토론식 수업, 창의력, 학생 중심의 수업, 새로운 사고... 누가 한번 고등학교에 와서 수업을 해보시거나, 참관을 해보십시오. 툭하면 70년대 교실에서 80년대 교사가 90년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당신은 그럼 2200년대 사람입니까?


저는 이민을 가는 사람 절대 탓하지 않습니다. 유학을 가는 학생도 말리지 않습니다.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가서 공부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거기에 가서 그곳 교육을 받으십시오. 다만 거기에 갔으면 거거서 충실하고 이쪽은 관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사돈네 풍습은 오이 먹는 것도 다르다고 했는데, 왜 자꾸 그쪽의 시각으로 이쪽을 재려 하십니까?


스파르타에는 스파르타의 방식이, 아테네에는 아테네의 방식이 있는 것인데 아테네에 갔으면 거기 식대로 살면 되지 왜 아테네의 방식을 스파르타에 강요하려 하십니까? 캐나다에 가서 좋은 교육 받고 거기서 행복하게 사시면 될것을 왜 한국 교육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참견하시는지 저는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 교육 방식이 어제 오늘 된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린 수천 년간 우리 방식으로 교육을 해왔습니다. 남보다 많이 시키고, 남보다 많이 외우고 쓰고, 선생님의 능력에 따라 더 낫고 못하고... 그것을 이제 와서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겠습니까? 교육이 무슨 법령 다루듯 결정하고 시행만 한다고 되는 건가요?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라 했는데 요즘은 누구나 간섭하려 들고 누구나 참견하는 동네 개가 되버렸습니다. 교육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정말 교육은 이제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되버렸습니다.


적어도 이민을 꿈꾸거나 유학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우리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보다 더 잘 살았을 것이고, 남보다 더 많이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나라를 떠난다면 오히려 남아 있는 국민에게 송구스러워야 할것인데 당당하고 뻔뻔함 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면 저의 속이 너무 좁아 그럴까요?...


많이 떠나십시오. 그리고 많이 배우십시오. 그러나 떠난 조국, 버린 조국에 더 이상의 참견은 마십시오. 당신들이 배운 그곳에서 행복하게 사십시오. 여기는 남아있는 무지렁이들이 지키고 버텨나갈테니.... 그리고 떠나면서 조국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지금 당신들은 조국의 독립이나 발전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