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2001. 5. 16. 06:59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어제는 스승의 날이다.

나는 교직에 있으면서 당혹스런 것이, 많은 사람들이 스승의 날과 교사의 날을 혼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20년 전에 스승의 날의 모태가 된, 강경여고의 행사를 보면 그것은 교사의 날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의미에서 선생님께 감사의 꽃을 달아주던 데서 비롯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행사가 점차 확대되어 스승의 날로 지정이 되었으니 이젠 교사의 날이 아니라 스승의 날로 그 의미를 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스승의 날이 되면 많은 학부형들이 자녀들의 담임 선생님 선물 준비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선물을 해야할지 또 다른 사람은 어떤 선물을 하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하는 모양이다. 하긴 나도 교직에 있으니까 애들로부터, 학부형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이번 스승의 날에도 장미 세 송이, 양주 4병, 화장품 한 세트를 받았다. 양주 2병은 우리 반에서 온 것이고, 2병은 졸업생이 가져 온 것이다. 꽃은 다른 반 아이들이 가져왔다.


솔직히 받아서 기분 나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내가 왜 스승의 날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난 이날 나를 가르쳐주신 은사님을 하루라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성인이 이날 만이라도 자기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을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교사의 날이 아닌 스승의 날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게 현재 기억하고 있는 은사님은 국민학교 4-6학년 담임 선생님인 조동환 선생님,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인 광흥중학교 김일형 선생님, 홍주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인 오규한 선생님, 박청원 선생님, 고석주 선생님, 이상민 선생님, 김장근 선생님, 편무원 선생님, 이상규 선생님, 경희대학교 때 지도교수인 고경식 선생님이다.


조 선생님은 벌써 교직에서 나오셨고, 김 선생님은 고등학교 교감으로 계시고, 오 선생님은 작년에 명퇴하셨고, 홍주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은 아직 현직에 계신다. 이상규 선생님은 서울로 오셔 상계제일중학교에 재직 중이시다.


나는 스승의 날이라도 되어야 이분들께 축전도 올리고, 전화를 드리며, 술자리를 만든다. 내가 교직에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스승의 날 하루 만이라도 나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싶어서이다.


분명 스승의 날은 교사의 날이 아니다. 자녀들 담임 선생님께 쓸 신경을, 자신을 가르쳐주신 은사님 생각하는데 그 1/10만 써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