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표 렌즈(2)

2001. 9. 11. 22:19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난 무엇이든 새것을 찾는 사람은 아니다. 아마 사진기를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된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사진기를 사려면 대부분 중고였고, 그것들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의 성격도 가지가지여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어떤 아가씨는 새것이 아니면 절대 사지 않는 성격이었다. 니콘 F3의 오리지널 케이스가 새것(새것 같은 것)은 5만원, 중고처럼 보이는 것은 2만원인데 싼 것을 권해도 굳이 비싼 것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것 뿐이 아니고 그 아가씨는 무엇이든 새것을 구하려 애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충 쓸만한 중고면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격이 문제가 아닌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려면 끝이 없는데 어떻게 새것을 비싸게 산단 말인가....


얼마 전에 펜탁스클럽 장터에 2만원하는 28mm 잡표렌즈가 나와서 잽싸게 내가 샀다. 52mm 고급 필터 한장 가격인데 아무려면 필터보다야 낫지 않겠나 싶어서였다. 그 렌즈를 파는 사람이 홍대 학생이어서 시간이 나는 제자를 홍대로 보내 받아오게 하였는데, 가격 만큼이나 헐한 것이었다. 렌즈 속을 보니까 아주 깨끗하지 않았고, 경통도 좀 헐거운 편이었다. 그래도 싼 맛에 산것 아닌가? 이번에 평창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렌즈로 찍은 것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 됬지 않은가.


이베이경매에 보니 비비타시리즈원 24-48mm f/3.8 렌즈가 하나 올라왔는데 벌써 160$이 넘어섰고 최종 희망가격을 220$로 적어놓고 있었다. 경매에 들어갈까 하다가 계산해보니 220$이면 30만원 가까이 되고 운송료를 부담하면 또 몇 만원이 추가되니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내가 올 봄에 펜탁스 오리지널 24-50mm f/4.0 렌즈를 25만원에 내어 놓았는데...


수동렌즈로 28-70mm f/4.0 이나, 24-50mm f/4.0 정도를 하나 가지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늘 고민하다가 오늘 우연히 펜탁스장터에서 일본 썬(sun) 렌즈 24-40mm f/3.5가 경매에 나온 것을 보았다. 보자마자 전화해서 내가 사는 것으로 낙착을 보았다. 가격은 21만원, 조금 비싼 듯 하기도 하고 적절한 가격 같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이니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내일이면 그 렌즈가 나에게 올 것이다. 사실 썬 렌즈라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잡표 중의 잡표이다. 그러나 잡표라면 또 어떤가? 내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이제 이 렌즈가 오면 28mm 잡표는 다시 팔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늘 권하는 얘기가 오리지널 좋아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됬지 상표가 무어 중요한가. 새것을 구하는 가격이면 중고 둘이나 셋을 살 수가 있으니 사진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는 일부 사람에 국한된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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