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올림픽 유감

2001. 9. 24. 09:28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참 세상 많이 변했다...
지난 주((9.11-16)에 서울에서 기능 올림픽이 열렸고, 우리 나라가 금메달 20개로 종합 우승을 하였다.그런데 방송이나 신문에서 거의 다루지를 않았고 그저 뉴스 시간에 지나가는 얘기로 몇 마디한 것이 전부인가 보다.


참 격세지감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예전에 박정희 시대에는 기능 올림픽을 제패했다고, 그 선수들이 서울역에서 광화문 까지 카퍼레이드를 하곤 했는데 이젠 기능 올림픽 우승자들이 그들만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너무 씁쓸할 뿐이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에 소위 '신지식인' 운운하며, 정상적으로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보다는 뭔가 엽기적이고 비정상적인 성공인만 찾더니 이젠 기능인도 찬밥이 된것 같다. 이미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던 의사, 약사, 변호사, 교사를 다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놓더니 그것 만으로는 부족한지 기능인도 외면하나 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가 기능 올림픽에서 우승했을 때 냉소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 분야에서 우승하기 위해 모든 일 제쳐 놓고 그 준비만 해서 우승한 것이므로 그것이 다른 나라 기능인들과 다르고, 또 몇몇 사람이 우승했다고 하여 우리 나라가 기능면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느냐고?...


물론 그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언제 평상시의 실력만으로 나가던가? 그것이 우리 나라만 그렇던가? 그리고 올림픽에서 세계 몇 위에 올랐다고 우리 나라가 거기에 걸맞는 체력이나 국력을 가졌다고 얘기할 수 있던가?


어느 분야든 전문인이 우대받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기능 올림픽에서 입상하기 위해 출전한 선수들이 흘린 땀은 다른 사람들이 놀면서 흘린 땀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독일에서는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한 전문가들이 아주 우대 받는다고 한다. 그런 장인우대 정신이 오늘날 정밀 공업에서 상대가 없지 않은가. 독일제 사진기가 비싸도 높이 평가 받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것이 컴퓨터 셜계, 컴퓨터 가공, 컴퓨터 조립인데 독일은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을 더 신뢰하고 그것이 더 자랑이다.


독일에서 96년에 만든 천체 망원경은 그 지름이 6m인데 그 표면을 사람의 손으로 연마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렌즈 표면의 연마를 사람이 했는데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서울시 강북 전 지역 넓이의 표면에서 한계 오차가 1mm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미국이나 일본이 엄두를 낼 수 없는 현실이라고 신문에서 읽었다.


어떤 사람이 일제와 독일제, 즉 니콘과 라이카 렌즈를 비교하면서 가격만 차이가 나지 설계나 성능 면에서 아무 차이가 없더라고 역설한 것을 보았는데 그렇다면 그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비싸게 사는 사람은 다 바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사람들은 라이카를 가지지 못해 그렇게 안달을 한다니 일본인은 바보가 그렇게 많은가?


기능인은 숙달된 전문인이다. 새로운 것도 좋고 첨단 기술도 좋지만 숙련된 기능인이 없다면 그것을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기인을 우대하는 사회보다 기능인을 우대하는 사회가 훨씬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온갖 노력과 땀으로 대회에 출전했던 우리 기능인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