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해 본 두 외국인

2001. 10. 13. 20:11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지난 10월 9일은 제 555돌을 맞는 한글날이었습니다.
저야 명색이 국어교사지만 저도 제대로 한글을 쓰고 있는지는 늘 의문입니다. 말로야 항상 국어사랑, 언어순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 그런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반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잊고 사는 것들이 많은데 지난 어려운 시기에 이 땅에 와서 목숨을 걸고 우리 것을 지켜주려하신 외국인 두 분을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한 분은 어네스트 T 베셀(Ernest Thomas Bethell)입니다. 이 분은 우리 이름으로 '배설'이라고 개명하고 "대한매밀신보"를 만들어 일제의 식민 정책을 세상에 폭로하던 분으로 유명합니다. 영국인으로 1904년 러일전쟁 때, 런던의 한 신문사 특별통신원 자격으로 서울에 왔다가 서울에서 국문판 "대한매일신보"와 영문판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창간하여 항일언론의 선봉에 섰습니다. 배설 님이 한 가장 큰 일은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강탈해간 경천사지 10층 석탑(국보 제 86호)을 한국으로 반환하게 만든 일입니다.


일본으로 약탈되어간 문화재가 어디 한두 점 이겠습니까마는 배설 님은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 뉴스에 연일 이 기사를 실어 일본의 약탈 행위를 세계에 알리고 국외추방 까지 당했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와 37세의 나이로 요절하여 지금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혀 있습니다.


다른 한분은 호모 B 헐버드(Homer Bezaleel Hulbert)로 이 분은 미국의 선교사, 언어학자, 사학자로 한국 이름은 할보입니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한극의 자주 독립을 주장하고, 고종의 밀서를 휴대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하여 했으나, 이미 미국은 일본의 연맹이 되어 실패했습니다. 할보 님 또한 경천사지 석탑을 한국에 반환시키려 다방면으로 활약을 하여 결국 그 탑이 돌아왔습니다. 할보 님은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초청으로 우리 나라에 왔다가 여기서 세상을 떠나 역시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습니다. 그 분 소망이 대한민국 땅에 묻히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요즘 너무 우리 것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경천사지 탑과 아주 유사하면서 더 뛰어나다는 탑골 공원의 원각사지 13층 석탑을 밤에 몰래 가서 탑에 조각된 부처를 망치로 훼손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종교적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탑은 후세에 전해질 우리 조상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아닙니까? 아마 그런 얘기를 듣는 일본인들은 차라리 자기들이 가져갔더라면 원형 그대로 보존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입니다....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강등될 때, 유네스코에서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 중에 만들어진 년대와 만든 사람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한글뿐이라며, 국경일 제외를 취소해 달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는데 우리 정부는 경제가 우선이라며 이를 거절하고 끝내 기념일로 강등하였습니다.


정말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국민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가는 것이 어디 문화재뿐이겠습니까마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우리 것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다시 한번 지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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