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허실

2001. 12. 15. 09:35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며칠 전에 사진기와 렌즈의 가격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제가 그 한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지난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방학 중에 특기 적성 교육을 한 결과로 받은 수당이 50여 만원이 있었는데 이 돈으로 제주 촬영을 가려다가 사진기를 샀습니다.


제게 펜탁스 'Z-1P'라고 하는 자동초점 사진기가 하나 있고, 그냥 막 쓰기 위해 산 펜탁스 'SFX'라고 하는 초창기 자동 초점 사진기가 하나 더 있었는데 비교적 최신형인 'MZ-3'가 펜탁스클럽 장터에 났길래 42만원을 주고 샀던 것입니다. 이 사진기는 한 2년 전에 협성카메라에서 40만원에 주겠다던 것을 그냥 지나쳤는데 가격이 조금 오른 상태여서 카메라 점에서 지금 사려면 50만원 정도 할 것입니다.


42만원에 MZ-3를 사고는 가지고 있던 SFX는 가보카메라에 15만원에 내어 놓았습니다. 이 사진기는 처음에 SFXN을 17만원에 샀다가 몸체가 너무 약해보여, 5만원을 더 주고 바꾼 것입니다. 사진기 기능이나 발매연도로 볼 때, SFXN이 SFX보다 더 신형이고 기능도 진보된 것이어서 판매 가격이 더 높지만 제가 볼 때는 SFX가 SFXN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이 되어 남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래를 한 것입니다. 둘다 강화 플라스틱 몸체라해도 일본 펜탁스에서 만든 SFX는 아주 튼튼한 바디와 강력한 모터에 의해 신뢰감이 가는데 말레이지아에서 조립하고 동원에서 들여와 판매한 SFXN은 그 기능은 추가되고 진보되었다해도 내구성과 모터에서 신뢰서이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이 되어서 그런 이상한 거래를 한 것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MZ-3를 손에 넣었는데 이 사진기도 받아보니 "아니올씨다"였습니다. 우선 펜탁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경량, 최소형 SLR 사진기'라는 말은 맞는 것인지 모르지만 너무 작아서 손에 쥐기가 불편하고, 꽉 쥐면 바스라질 것 같아 도저히 내 손에는 맞지 않아서 필름 한롤 찍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방 속에서 낮잠을 재우게 된것입니다.


그렇게 몇 달을 가지고 있으면서 펜탁스클럽 장터에 두어 번 42만원, 40만원에 올려 봤지만 팔리질 않아서 그냥 잊고 지내다가 다른 렌즈를 사면서 30만원에 내다 팔은 것입니다.


제가 남영카메라 추천제품에서 보니까 라이카 R 180mm f/4.0 이 70만원에 나왔길래 가서 보니까 더 싸게 주시겠다고 하길래 제 MZ-3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180mm f/4.0을 50만원에 주시고, 게다가 러시아제 반사 망원 500mm f/5,8 렌즈를 15만원에 내어주시길래 제 사진기는 30만원을 쳐 주었는데도 일체 이의를 달지 않고 넘겨 주었습니다.


50만원에 산 중고 라이카 렌즈는 제가 잘 아는 집에서 90만원 달라는 것이었고, 반사 렌즈도 다른 곳에서 사려면 최하 25만원이상 나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이틀 뒤에 남영카메라 추천 제품에 제가 내어 논 MZ-3가 35만원에 올랐다고, 그것도 신품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고 펜탁스클럽 게시판에 소개가 되었는데 너무 싸게 나왔다고 이상하게 생각들 하기에 제가 해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30만원에 산 것을 35만원에 내어 놓았다면 그 남영카메라가 무척 신뢰가 간다고...
저는 서울서 거래되는 사진기가 신품이니, 신동품이니 하는 것들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저 깨끗하면 된 것이지 신품과 신동품 차이가 무슨 문제겠습니끼? 엘지에서 수입하여 정품이라고 표지를 부착한 것도 알고 보면 대부분 바꿔치기라는 것을 아는데 신품이나 신동품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솔직히 제가 아는 카메라 점에서 90만원에 렌즈를 샀는데 다른 곳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 50만원이라니 그것을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그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어떤 집에서는 중고로 살 때 80만원에 샀으니 90만원을 받아야 마땅하고, 또 다른 집은 중고로 살 때 다른 것을 팔면서 40만원 쳐서 받았으니 50만원 받으면 마땅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야후 경매와 펜탁스클럽 장터에서 산 사진기와 렌즈가 6-7회 쯤 되는데 판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에 SFX와 MZ-3를 장터에 내어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진기점에서 살 때 가격에서 15-20%를 빼고 내어 놓기도 하고, 장터에서 산 것은 산 가격에서 조금 빼고 내어 놓았더니 안 팔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진기든 렌즈든 가격 가지고 흥정해본 적은 없습니다. 필요해서 사는 것, 그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지 않다면 사는 것이고 필요없는 것이라면 미련 없이 파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장터에서 파는 것은 자존심 상해서 못할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차라니 조금 손해를 볼지언정 카메라가게에 가지고 가서 파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중고는 가격 차이가 큼니다. 특히 신뢰할 만한 점포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아주 좋은 물건을 아주 싸게 살 수도 있지만, 형편없는 물건을 비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게 샀더라도 그만큼 활용을 잘 하면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경매나, 인터넷 장터에 나오는 물건 중에는 정말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올라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살 때 비싸게 샀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기와 렌즈가 아니라도 필요한 물건은 그 나름의 쓸모가 있기 마련입니다. 꼭 싸게 사려고만 한다면 좋은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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