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대와 쑥맥

2010. 12. 10. 21:0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요즘은 잘 안 쓰는 말인데 '멀대'라는 말을 누가 써서 한 번 옮겨봅니다.

 원래는 '멀대 같은 놈'이었습니다. 멀대 같은 놈은 키만 크고 션찮은 놈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충청도 방언이라고 합니다. 키는 큰데 하는 것이 영 개갈 안 나는

사람들 꽤 있었습니다. 키가 크면 동네 배구대표라도 해야 하는데 별로 쓸 데가 없고,

나뭇짐도 남들보다 더 크지 않고 일을 깔끔하게 못하는 사람들, 저도 예전 같으면 그런

쪽에 속했을 겁니다.

 쑥맥은 원래 한자어에서 온 말입니다. 숙맥불면(菽麥不辯)은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얘기할 때 쓴 말인데 이건 정말 옛날 얘기입니다. 예전에 농사를 지을 때에

농사를 지으면서 그게 콩인지 보리인지 모르면 바보라고 했다지만 요즘에 젊은 사람들 중에

누가 콩과 보리를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애들은 콩밥을 보리밥이라고 해도 모를 거고, 마찬가지로 보리밥을 주고서 콩밥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니, 들판에 나가서 밭에 자라는 것이 콩인지 보리인지는 더더욱 모를 겁니다.

 세상이 변해서 멀대 같은 사람도, 개갈 안 나는 사람도, 션찮은 사람도 쑥맥도 다 개성있는

사람으로 얘기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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