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을 기억하십니까?

2010. 12. 16. 19:3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도루묵을 기억하십니까?

얘기가 여러 가지라 다 만든 얘기로 보이지만 보통 통설로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인조대왕이 병자호란이 났을 때에 남한산성으로 몽진을 가서 먹을 것이 부족하여

맛이 없는 묵이를 올렸는데 어느 날 대왕께서 ' 이 생선 이름이 무엇인데 이리 맛이

좋으냐?' 물으시어, 그 이름이 '묵'입니다. 했더니, '아니 이렇게 맛이 좋은 생선 이름이

묵이가 무엇이냐? 오늘부터 '은어'라고 해라' 해서 졸지에 묵이가 은어로 바뀌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한양으로 환도한 뒤에 다시 묵이를 먹은 대왕은, '아니 이게 어찌 은어라는

말이냐? 도로 묵이라고 해라' 해서 도로묵이 되었습니다.

 이 도루묵이 1970년대 중반까지는 가장 값이 싼 생선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겨울에 시골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생선이 이 도루묵이었는데 요즘 돈으로 1000원이면 한 바가지씩 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소금에 절인 거였는데 그래서 값도 싸고 맛도 없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도루묵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구 잡애내다가 이젠 수가 줄어들어 겨울이 되어도 구경하기 힘든 생선이 되었습니다.

 속초에서 잡히는 도로묵 거의 전부가 일본으로 수출이 되다보니 광천은 고사하고 서울서도 보기 힘든 게

도루묵입니다.

 며칠 전에 보니까 앞으로는 11cm 짜리는 잡지 못하고 16cm가 된 것만 잡게 해야된다고 나오던데

 거기 주민들은 반대라고 합니다. 제가 속초에 가서 놀란 것은 도루묵의 알이 맛 있다고 해서 한 접시 시켰더니,

그게 도루묵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초에 낳아 놓은 알을 떼다가 파는 것이었습니다.

 이러니 어떻게 도루묵이 많이 잡히겠습니까?

이젠 도로묵이 아니라 은어가 되어버렸으니  서민들이 먹던 생선목록에서 사라진 도로묵,

그 맛대가리 없던 것도 귀해지면 맛이 좋아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