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 20:29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겨울 숲에 서면 / 기도하는 나무를 본다.
잎새의 반짝이는 몸짓도 / 떠나 보내고
온갖 풀벌레들의 재잘거림도 / 비워 버리고
떠나간 모든 것들을 위해 / 외곬로만 우러러 기도하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어쩌다 / 별빛 고운 날이면
흔적만 남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 별들 속에 헤아리고
이제 모든 것을 주어 버리고 /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이 겨울 / 혼자서 북풍을 맞고 서서
기도로 지새우는
은혜로 선 겨울 어머니를 본다.
하청호, 겨울 나무
추운 아침에 성남공원묘지에 다녀 왔습니다.
거기, 제 은사님이 누워 계시기에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갔습니다.
어둠 속에서 묘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나무 덕이었습니다.
대략 나무들의 위치를 보면서 찾아가, 휴대폰의 불빛으로 묘비를 확인했습니다.
눈 위에 손을 짚으니 무척 차가웠습니다.
새해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파주 적성을 가기 위해 아침을 먹고 출발했는데
길가의 나무들이 하얀 서리꽃을 쓰고 서 있었습니다.
벌써 여러 번 째일 것이고 앞으로 봄이 오기까지 몇 번을 더 그렇게
서리꽃과 눈꽃을 피울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이제 봄을 기다릴 차례입니다.
그러나 봄이 오기 위해서는 더 혹독한 추위를 몇 번 더 겪어야할 것입니다.
그래야 더 찬란한 봄이 될 것입니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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