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9. 09:23ㆍ시우 수필집/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다.고향, 추억)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겨서 책을 다시 수정해서 냅니다.
예전에 큰 기대를 가지고 낸 책인데 처음이다 보니 문장력도 많이 서투르고 책 내용도 문제가 되어 어디에 내어 놓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오서산과 고향이라는 말은 언제나 어머니 품속처럼 따뜻한 말입니다. 별 거 아닌 글들을 모은 것이지만 우리 고향 사람들에게는 좋은 추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말 중에 ‘개갈 안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안 나오는 말이라 누구도 정확하게 그 뜻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충청도 지방에서는‘무엇인지 정확하지 않다’는 의미로 자주 씁니다.
제 소견으로는 윷판에서 개와 걸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엎어진 윷가락의 모양이 반쯤 서서, 개로 봐야하는지, 걸로 봐야하는지 분간이 안 될 때에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게 개다 걸이다 다투는 모습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서로 우기니 판결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그러니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로 보자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뜬금이 없다’는 말을 저도 많이 썼지만 이 말을 명쾌하게 설명하신 이문구님의 글을 읽기 전에는 그 뜻을 정확히 모르고 썼었습니다. 뜬금은 ‘놓은 금’, ‘놀금’과 함께 장날 장터 싸전에서 쓰는 말인데 ‘장바닥에 띄운 금’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띄운 금, 즉 뜬금이 있어야 그 뜬금에 의지하여 놓은 금이 성립하는데 겉보리 한말도 ‘뜬금없이’거래되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뜬금은 장날의 쌀금을 결정하는 말감고가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이란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은 제가 여기에 쓴 글들이, 그런 얘기들이라 어디에 내어 놓을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보잘 것 없고 변변치 않은 것을 내어 놓기가 낯 뜨거운 일이지만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과 할아버지, 가족, 그리고 고향 분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은혜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더 많이, 더 자세히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부족한 대로 꾸몄습니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저를 늘 아껴주시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늘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저를 믿어주는 우리 오서초등학교 동문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히 친구 경후가 없었으면 이런 책을 처음부터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수정본을 다시 내개 해준 오서 3회 참뱅이 김금식 동문에게 감사드립니다.
초판으로 만들었던 책에서 아홉 편의 글을 빼고, 새로 넣은 것이 네편, 그리고 『우연 혹은 인연』에서 여섯 편을 옮겨 실었습니다. 다른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저도 무척 싫어하지만 고향에 관한 이야기라 같이 싣기 위해 옮겨 넣었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늘 행복한 것은 인복이 많아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고마움 때문입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애써 주신 깨우리출판사 이국표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께 바칩니다.
2010년 저무는 가을에 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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