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는 일인 줄 잘 알지만

2012. 4. 9. 09:26시우 수필집/개갈 안나고 뜬금없는2(우물을 나온 개구리)

 

 

 

 

 

지난 1월 11일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여든여덟 번째 생신을 맞으시고 이틀 뒤에 돌아가셨으니 향년 87년이셨습니다. 그 87년의 세월이 인고의 나날이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많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식이 걱정할까봐 그런 내색 한 번 안 하시고, 자식에게 누가 될까봐 평생을 베풀기만 하시다가 그렇게 가셨습니다. 아들이 나이 들어서도 철이 안 들어 늘 노심초사하셨고 돌아가시면서 조차 자식들에게 부담을 안 주시려 애를 쓰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음덕으로 이나마 앞가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송구하고 생전에 더 효도하지 못한 것이 아프고 부끄럽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잘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어머니가 전혀 모르시는 일이라 해도 아들이 하는 일이라면 다 옳고 좋은 것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저는 늘 쓸데없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윤오영 선생님 말씀대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돈이 되는 소설을 쓰는 것이 더 낫고, 이름을 떨치려면 시를 쓰는 것이 더 나은 줄 잘 알면서도 이런 소용없는 잡문을 쓰는 것은 저를 믿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책이 나오면 출판을 기념하는 조촐한 자리에 어머니를 꼭 모시고 싶었는데 어머니는 그 몇 달을 기다리지 못하시고 떠나셨습니다. 계실 때 다하지 못함을 아쉬워할 뿐입니다.

 

좋은 인연으로, 혹은 우연으로, 아니면 악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그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여기에 얘기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제 곁에 있는 사람은 두어 사람만 얘기했습니다. 지금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은 제가 말을 꺼내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겁이 나서 먼 훗날에 얘기하고 싶습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저는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축하를 해주실 영원한 스승님 금봉 고경식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집사람 정숙이와 딸 혜경이, 아들 용범이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변변치 못한 이야기들을 늘 바로 잡아 주는 금보 홍운선 아우와, 영일고 국어과의 정준호, 김구미, 함선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성숙한 글을 쓸 것을 약속드리며 저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07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