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6. 08:3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하얀 달걀
무슨 공포영화 제목이 아닙니다.
2년 전 2월에 터키에 잠깐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허름한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달걀이 무척 커 보여서 터키는 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얀 달걀이라 껍질을 까놓은 걸로 알고 집었더니 껍데기가 하야서 제가 혼동을 했던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달걀이 하야서 껍데기를 벗긴 걸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요즘 달걀 품귀현상과 가격 폭등으로 식당에서 달걀을 구경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계란찜을 메뉴에 올려놓은 곳은 많아도 막상 시켜보면 거의 없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어제 아침에 식당에서 달걀후라이가 나와서 놀랐더니, 농협에서 식당을 하는 분들에게 3판씩 공급을 해줬는데 한 판에 8400원이라고 합니다.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달걀을 수입했는데 그 판매가격이 8400원이라고 들었습니다.
미국 달걀은 하얀 색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얀 달걀을 좋아하지 않아서 꺼림칙하게 여긴다고 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햐얀 달걀이 많았습니다. 하얀 달걀을 낳는 닭은 하얀 닭입니다. 검은 닭이 검은 알을 낳지는 않겠지만 하얀 닭이 하얀 달걀을 낳는 것은 상식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난계(알을 낳기 위한 닭입니다.)는 이탈리아 원산인 ‘레그호온’이었습니다. 이 닭에 관한 얘기는 심훈 선생님의 소설 ‘상록수’에도 나옵니다. 채영신이 달걀을 많이 낳은 닭을 구해와서 키우는 얘기입니다.
어떤 분들은 미국에서 들여온 달걀이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먹지 않겠다고 하던데 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한국에 있는 미군부대에 한국산 달걀이 공급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산 달걀이 위생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미군부대는 미국산 아니면 일본산만 썼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삶은 달걀을 씻지도 않은 손으로 까먹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는 초창기 미군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위생검사는 미국이 더 확실할 겁니다. 미국도 사람이 사는 나라라 사기꾼도 많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국가에서 관리하는 식품에 관한 규정은 매우 엄격합니다.
제가 많은 나라에 가보진 않았지만 티비에서 보면 오늘날 닭은 세계가 다 비슷합니다. 품종이 일반화돼서 어느 나라 닭이나 같은 종이거나 그 4촌 쯤 되고 덩치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더 잘사는 나라 닭들은 더 잘 먹어서 통통하고 못사는 나라 닭들은 더 못 먹어서 말랐을 뿐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많은 닭은 미국에서 개량한 ‘뉴햄프셔’종이 기본베이스일 겁니다. 원래는 이 닭이 난계 겸 육계로 개량이 된 것인데 붉은 색의 덩치가 큰 닭입니다. 어디를 가도 대부분 이 닭에서 변이한 것들 같았습니다.
지금 달걀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닭과 달걀처럼 값이 오래 변동이 없던 것도 드물 겁니다. 40년 전에 육계 한 마리가 1000원이었는데(이건 제가 양계장에 가서 산 가격이라 소매물가였을 겁니다) 지금 1500원 정도라고 하니 정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어머니들이 달걀 두 줄(한 줄은 열 개입니다)만 가지고 나가면 그걸 팔아서 장을 보아 올 정도였는데 지금 달걀 한 판이 7000원 했으니 오히려 가격이 더 많이 내린 셈입니다.
집집마다 닭을 여남은 마리씩 키워서 명절 때 잡아먹고 어른들 생신에 잡아먹고 달걀을 모아서 장날 내다팔아 장을 보아오던 모습은 어느 시골이나 비슷했을 겁니다.
닭은 비싸지 않았어도 상당히 소중한 가축이었습니다. 많이 먹지 않고 밖에 내어두면 돌아다니면서 주워 먹고 달걀을 낳으니 사랑받지는 못했어도 가난한 집의 효자노릇 톡톡히 한 것입니다.
닭의 수명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30년을 넘게 살았던 닭들이 있다고 하니 적어도 개나 고양이보다는 오래 사는 짐승인데 닭을 3년 이상 키운 집은 없을 겁니다. 2년도 살기 힘들지요,,,, 때가 되면 잡아먹고 다시 봄에 병아리 까서 키우면 되니까요,,,,
요즘엔 다 부화장에서 병아리를 만들지만 예전엔 그걸 ‘기계 병아리’라고 해서 덜 쳐주고 집에서 암탉이 알을 품어서 부화한 병아리를 키웠습니다. 어미 닭이 병아리 떼 이끌고 다니는 모습, 이젠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봄에 홍제천에 오시면 오리가 오리새끼 이끄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달걀도 닭도 좋아합니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종로의 한 치킨집에서 먹은 닭이 4000마리가 넘는다고 얘기하고 다니는데 지금은 통풍 때문에 닭을 가급적 먹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치킨일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의하면 <2014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63.5㎏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OECD 회원국 평균과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63.0㎏)보다는 낮은 51.3㎏이었다. 한국인은 돼지고기(24.3㎏)를 가장 많이 소비했으며, 닭고기는 15.4㎏, 쇠고기는 11.6㎏ 소비했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89.7㎏)이었다. 가장 소비가 적은 나라는 방글라데시로 연간 소비량이 2.1㎏ 수준이었다. 미국의 소비량은 방글라데시의 43배 수준에 이르렀다.
육류별로 보면 쇠고기 소비는 아르헨티나(41.6㎏)가 가장 많았다.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중국(32.0㎏)이었으며 닭고기 소비는 이스라엘(63.0㎏), 미국(44.5㎏), 사우디아라비아(43.5㎏) 순으로 많았다. 이스라엘은 유대교, 사우디는 이슬람교 율법상 소나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닭고기를 주로 소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고기가 닭고기가 아니고 돼지고기라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제 생각에는 닭고기를 제일 많이 먹는 줄로 알았거든요. 터키에 가서 보니 돼지고기가 없고 순 닭고기여서 조금 질렸는데 미국에 2년 갔다가 온 제자 얘기를 들으니 미국 텍사스는 돼지고기는 구경하기 힘들고 다 소고기만 먹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조류독감 때문에 달걀 가격이 오르고 닭도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닭을 죽여서 땅에 묻고 있으니 나중에 그게 뭐로 변할지도 걱정입니다. 빨리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해서 닭을 그냥 땅에 묻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이제 이틀이 지나면 ‘닭의 해’입니다. 저게 닭띠여서 태어난 지 60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닭과 달걀 많이 사랑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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