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잡는 칼, 닭 잡는 칼

2017. 1. 29. 11:4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요즘은 집에서 닭을 잡는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시골에도 일반 가정에서 닭을 잘 키우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어릴 때는 집집마다 닭을 키웠고 명절 때나 제사 때 집에서 키우던 닭을 직접 잡아서 썼습니다.


 닭을 잡을 때는 모가지를 비틀어 잡습니다.

'닭 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놈'은 매우 허약한 사람을 가르킬 때 쓰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닭 모가지 비틀 힘만 있어도,,,,'는 남자가 나이를 먹어도 성욕이 건장함을 가리키는 말일 겁니다. 닭 모가지 비틀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닭은 보통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아이들이 잡았습니다. 초등학교 4, 5학년이면 닭 모가지 비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가지를 비틀어 꺾고 있으면 닭이 숨을 거둡니다. 숨을 거둔 닭을 뜨거운 물로 적시는 것을 튀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야 털이 잘 뽑힙니다. 넑은 세숫대야나 자박지 등에 닭을 넣고 고무래로 누른 다음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인데 고무래로 누르는 이유는 닭이 혹 죽지 않아서 뜨거운 물에 정신이 들어 달아날까봐 그러는 것입니다.


 달아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뜨거운 물이 튀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닭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눌러줘야 합니다. 닭털을 다 뽑고 나서 배를 가라고 내장을 제거하는데 지금이야 닭내장을 잘 먹지 않지만 예전에 고기가 귀할 때는 내장도 손질해서 다 먹었습니다.


 닭을 잡는 사람의 몫은 닭똥집, 요즘은 '모래집'이라고 하던데 이 똥집을 꺼내어 속 껍질을 벗겨내고 잘라 그 자리에서 날로 소금을 찍어 먹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먹느냐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먹어봐야 그 맛을 압니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전라도 광주에 갔더니 그 모래집 말고도 닭발을 날로 조아서 소금 찍어 먹더군요. 생각보다 담백하고 고소해서 늘 그 생각이 나는데 집에서 그렇게 해달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닭을 잡아도 야무지게 하면 아무 탈이 없지만 실수로 닭의 쓸개를 터뜨리면 그 닭은 먹지 못합니다. 쓸개가 얼마나 쓰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쓸개가 터져서 닭고기에 퍼진 것은 그냥 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 중에 할계우도(割鷄牛刀)가 있습니다.

여포가 원소와 싸울 때, 원소의 부하가 나와 싸움을 걸으니 여포가 직접 나가려 하니까 화웅이 '어찌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제가 나가겠습니다. 하고 나가 한 칼에 적의 목을 베면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할계우도'는 공자의 논어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자유(子遊)는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 사람으로, 공문십철(孔文十哲)에 속하며, 자하(子夏)와 더불어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가 노(魯)나라에서 벼슬하여 무성(武城)의 읍재(邑宰)로서,

작은 읍인 무성을 다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공자가 노나라 무성에 와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추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 자유가 그곳의 읍재로 있으면서 공자에게서 받은

예악(禮樂)을 가르쳐 백성들을 교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흐뭇한 마음에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시오?"하고

물었다. 이는 '이 같은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데 무슨 예악이 필요하느냐'라는 뜻이었다.

이에 자유가 "이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도(道)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늘날 이 말은 공자가 말한 본뜻과는 달리 의미가 변하여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큰 인물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http://cafe.daum.net/happychildrenbook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의 변형으로는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있으나 닭 잡는 칼로 소를 잡기는 어렵다'가 있는데 중국 후한(後漢)의 사상가인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부 '닭 잡는 칼'같습니다. 스스로가 닭 잡는 칼인 줄 인식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본인들은 자신들이 '소 잡는 칼'인 줄 아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국민들이 공감할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할 것인데 그저 일부 국민의 환심을 살 얘기만 골라서 하고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구름 속에서 날아다니는 얘기들만 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 칼로 어떻게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을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제 닭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꿩 대신 닭'이든 '닭  잡아 먹고 오리발을 내밀든' 닭은 닭일 뿐입니다.

말로만 닭 모가지 비트는 거야 누구든 하겠지만 실제로 닭 모가지 비트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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