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표 렌즈

2002. 7. 1. 05:56사,사,사(예전 다음 칼럼에 올렸던 글)

사진기 렌즈에는 오리지널 렌즈와 전문회사에서 나온 것이 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오리지널이 값도 비싸고 성능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비싼 만큼 성능이 좋으냐하는 것은 늘 의문이 간다. 그리고 오리지널이 아닌 특정품만 생산하는 전문회사들은 자기네 제품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저것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화된 한 품목만 생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을 일괄 생산하는 종합업체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렇지만 종합업체 즉 유명 상표의 사진기제조업체들은 자기네가 만든 정품을 써야 사진기와 렌즈가 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니, 렌즈도 같은 상표의 것을 쓰라고 권장한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굳이 오리지널 렌즈를 쓸 필요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격 차가 많이 나는 것들은 더 그렇다. 똑 같은 사양의 렌즈를 비교해보면 보통 2-3배 가격 차가 난다. 성능이야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50만원과 120만원의 차이를 사진으로 느낄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ED 렌즈나 비구면 렌즈 등이 그러한데 대부분 줌 렌즈이다. 줌 렌즈로 찍은 사진은 아무리 좋아도 단 렌즈보다 못하다는 것이 정설아닌가?
렌즈 전문회사도 꽤 여럿이다. 요즘은 토키나, 시그마, 탐론 등 셋을 서드파트니 하면서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렌즈 전문회사로 이름이 높은 것은 프랑스의 앙제뉴이다. 앙제뉴 렌즈는 주로 라이카의 줌 렌즈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데 여기서는 영화촬영용 렌즈를 전문으로 만들고, 2-3 종의 줌 렌즈와 180mm 단 렌즈도 나온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라이카에 쓰거나 니콘 등에 쓰는 렌즈만 구경할 수 있는데 원래는 일본 사진기들에 맞는 마운트가 다 나온다. 다만 일제보다 비싸기 때문에 못 들어올 뿐이다.
그리고 미국에 본사를 둔 비비타도 유명하다. 미국에서 설계하고 일본에 주문자 상표 부착으로 만드는데 일제 성능을 능가할 정도로 이름이 높다. 특히 비비타의 고급 상표인 "비비타 시리즈 원"은 이름 만큼이나 괜찮은 렌즈로 사랑받고 있다.
서드파트 렌즈를 제외하고도 예전에 나온 솔리거, 킹, 선, 마퀴논, 오사와, 매릭스, 스타 등 많은 잡표(?) 렌즈가 있었다. 그리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름이 더 알려진 폴라(삼양 렌즈)와 수퍼 렌즈(동원광학 생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잡표 렌즈들은 그 가격이 얼마나 싼지 유명 필터보다도 싸다. 물론 그 렌즈들이 나올 당시에는 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던 것들이다. 그러나 현재 시세는 정말 공짜나 다름 없이 싸다.
난 최근에 탐론 70-150mm f/3.5를 3만원, 지커 28mm f/2.8을 2만원에 구입했다. 정말 필터 값에도 못 미친다. 탐론 렌즈는 지금도 유명하지만 예전에 나온 것들은 아주 싼 가격에 거래된다. 그렇다고 그 가격 만큼 성능이 떨어지느냐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신형 렌즈보다 더 튼튼하고 성능도 낫다고 생각한다.
꼭 유명한, 비싼 렌즈만 좋은 것은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발품을 팔면 값이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렌즈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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